2015.03.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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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 하면 그녀를 떠올릴 수밖에”
- 육체파 여가수와 체세포 복제
- | 기사입력 2015년 02월 26일 17:38 | 최종편집 2015년 02월 27일 02:29
오늘은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명성을 떨쳤던 양(羊)에 대해 얘기할까 합니다.
영국 BBC나 미국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 그 외 각종 매체들은 이 양을 거론하면서 늘 ‘the world's most famous sheep’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 교과서에도 나오는데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름은 바로, 돌리(Dolly)입니다.
돌리는 18년 전 이 무렵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는데요.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997년 2월 27일자에 게재한 논문에 등장, 세상에 그 존재를 공식적으로 알리게 됩니다. 바로 ‘세계 최초 복제동물’이란 타이틀로 말이죠.
사실 최초의 복제동물이란 건 애매한 타이틀입니다.
돌리는 ‘체세포’ 복제로 태어난, 최초의 ‘포유동물’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인데요. 정자와 난자 같은 생식세포가 아닌, 다 자란 포유동물(adult mammal)의 몸에서 어느 부분이든 떼어내 복제해도 생명이 태어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최초의 사례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태어난 지 6년 된 암양의 몸에서 체세포를 채취해 ‘세포핵’ 부분만 따로 분리해 놓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양의 난자를 꺼내 세포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방금 분리해 놓은 핵을 집어넣는 건데요. 일명 ‘핵치환’ 기법입니다.
그런 다음 전기(電氣)를 가해 핵과 난자를 융합하는데요. 이렇게 얻은 수정란은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것처럼 세포분열이 일어납니다. 이 수정란을 다시 암양의 자궁에 착상시키는데, 이후 단계부터는 정상적인 임신과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복제동물이 태어나게 됩니다. 사실 말이야 쉽지, 연구진은 무려 276번의 시행착오를 견뎌내야 했습니다.
이런 지난한 과정 끝에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영국의 생물학자 이언 윌머트(Ian Wilmut) 박사입니다. 일각에선 논문의 공동 저자인 키스 캠벨(Keith Campbell) 박사의 공이 더 크다고 얘기하는데요. 여하튼 윌머트 박사팀은 277번째 시도 끝에 복제에 성공, 마침내 1996년 7월 5일 6.6kg의 건강한 아기 양 돌리를 탄생시킵니다.
이렇게 태어난 특별한 양에게 연구진은 이름을 붙이고 싶었나 봅니다. 요즘 화제인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염소에겐 ‘잭슨’, 암탉에게 ‘로드리게스’, 강아지에게 ‘산체’ 같은 식의 친근한 이름을 붙이듯 말이죠.
그런데 조금은 강렬한 이미지를 원했을까요? 바로 그때 누군가가 외쳤습니다. 돌리가 태어날 때 가장 가까이서 산파 역할을 했던 수의사 존 브래큰(John Bracken)이었습니다.
“돌리! 돌리가 어떨까?”
동료들은 무릎을 치며 맞장구 쳤습니다.
“혹시 자네가 말한 돌리가, 바로 그 돌리 파튼?”
돌리 파튼(Dolly Parton)은 1970~1980년대에 왕성하게 활동하던 미국 여가수입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지미 카터도 돌리 파튼의 팬임을 자처할 만큼 스타급 가수인데요. 1977년에 발표한 ‘Here You Come Again’, 1983년 발표한 ‘Islands In The Stream’ 등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돌리 파튼은 무려 3000곡의 노래를 작곡할 만큼 실력파 뮤지션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1974년 자신과 듀엣으로 활동하던 남자 가수와 헤어지며 만든 노래는, 훗날 전설적인 히트곡이 됩니다. 1990년대 초반 영화 ‘보디가드(Bodyguard)’ 주제가로 리메이크 되면서, 빌보드 차트 최장기간(14주 연속) 1위 기록을 세운 노래인데요. ‘I Will Always Love You’입니다.
※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노래를 들을 수 있습니다. 모바일에서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그렇다면 돌리 파튼과 복제양 돌리, 이 둘은 무슨 관계일까요?
돌리를 복제할 때 썼던 체세포는 ‘가슴’ 부위의 젖샘세포라고 합니다. 아래 사진을 보기 바랍니다. 감이 오시나요? 그렇습니다. 돌리 파튼은 뛰어난 뮤지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당대 최고의 ‘육체파’ 여가수이기도 했습니다.
이언 윌머트 박사는 훗날 이렇게 말하며, 돌리라는 이름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누구나 ‘가슴’ 하면 돌리 파튼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No one could think of a more impressive set of mammary glands than Dolly Parton’s)
만일 이런 일들이 우리나라에서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예를 들어 소영, 도희, 채영. 이렇게요.
꽤 시끄럽지 않았을까요? 거론된 여배우들은 성희롱이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데 문화의 차이인지 당사자인 돌리 파튼은 꽤 쿨하게 대응했나 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리뷰(Technology Review)’ 2002년도 기사에 따르면, 돌리 파튼은 “오히려 영광(I’m honored)”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여하튼 돌리의 탄생은 이전엔 불가능으로 여겼던 포유동물 복제의 큰 포문을 열었습니다.
1998년 일본에선 체세포로 소를 복제했고, 미국에서는 생쥐를 복제했습니다. 1999년 서울대 수의학과에서는 ‘영롱이’이라는 이름의 복제 암소가 태어나기도 했죠. 이후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영국, 일본 등등에서 개, 고양이, 돼지를 복제하는 데 성공합니다.
자, 오늘은 이렇게 복제양 돌리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봤는데요. 돌리 파튼의 1981년 히트곡 ‘9 To 5’를 들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저는 물러갑니다
[출처] 복제양 둘리가 태어나기 까지|작성자 둠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