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테레사 수녀에게 속았다_당신이 몰랐던 마더 테레사의 진실, <자비를 팔다>_2013-09-11

by 갈렙 posted Sep 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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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테레사 수녀에게 속았다

[서평] 당신이 몰랐던 마더 테레사의 진실, <자비를 팔다>

일시 13.09.11 17:13l최종 업데이트 13.09.11 17:13
정우탁(paranmoja)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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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히친스 <자비를 팔다> ⓒ 모멘토

2013년 3월, 인도의 대표 조간신문인 타임스 오브 인디아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있었다. 20세기 최고의 성인聖人으로 추앙 받는 마더 테레사(1910~1997)가 실은 "성자가 될 만한 인물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보도였다. 마더 테레사가 누구인가. 투철한 인류애로 무장하여 언제나 가난하고 병든 이들의 곁을 지키며 사랑과 봉사로 점철된 삶을 살아낸 성자가 아니던가. 마더 테레사는 '생각처럼 훌륭한 사람이 아니'라는 뉘앙스의 보도는 분명 충격적이다.

그런데 사실 이와 같은 주장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자신의 저서 <자비를 팔다(The Missionary Position: Mother Teresa in Theory and Practice)>에서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다. 우상파괴자란 별명을 지닌 그는 2005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지식인 5위에 선정된 바 있는 지식인이다. 그런 그가 마더 테레사를 비판하는 책을 집필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과연 그가 밝혀낸 마더 테레사의 비밀은 무엇일까.

정치인과 기업가의 PR맨을 자처하다

세계가 필요로 한 것은 고뇌하면서도 기꺼이 복종하는 자세로 콜카타 빈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정치는 그녀의 전문이 아니었다. (중략) 미소 짓는 두 여인의 사진을 다시 보자. 마더 테레사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으로 볼 때 이것은 '맞지' 않는다. 요즘 쓰는 표현으로 하자면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아이티의 독재자 장-클로드 뒤발리에를 찬양하는 선전지 <공격>. 이 선전지 1981년 1월호에는 독재자의 아내인 미셸 뒤발리에와 마더 테레사가 다정하게 양손을 맞잡고 미소 짓는 사진이 실려있다. 장-클로드 뒤발리에와 미셸 뒤발리에는 아이티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온갖 잔학 행위를 저지른 철권통치자다. 그럼에도 마더 테레사가 그들과 친분을 맺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후원금 때문이다. 마더 테레사는 저항하는 대중들에게 가난은 하나님의 축복이니 현재에 감사하고 복종하며 살 것을 종용한다. 후원금에 대한 반대급부로 독재자의 이미지 세탁은 물론 대중선동에도 앞장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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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뒤발리에와 두 손을 맞잡은 마더 테레사 ⓒ 모멘토

히친스는 존 로저의 사례도 소개한다. 존 로저는 MSIA라는 이름을 지닌 광신집단의 지도자로서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우월한 존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 인물이다. 마더 테레사는 장-클로드 뒤발리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존 로저의 후원금을 받기 그와 교류를 맺었다. 덕분인지 존 로저가 주최한 행사에서 '성실상'과 함께 1만 달러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테레사는 이외에도 메리언 베리(1979~1991년 워싱턴 D.C 시장 역임)와 힐러리 로뎀 클린턴(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전세계 유명 정치인 및 기업가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갔고 동시에 후원금도 쌓여갔다.

혹자는 이렇게 변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빈자들을 구호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법인데 선의의 기부금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마더 테레사는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정치인과 기업가들의 이미지 메이커가 된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히친스의 반론을 들어보자.

비뚤어진 신념으로 고통을 선물하다

진단 소홀과 함께, 제대로 된 통증 관리가 없다는 점이 마더 테레사의 선교회와 호스피스 운동을 뚜렷하게 구분 짓는다. (중략) 재해 발생 지역의 빈약한 아마추어 진료소에서조차 볼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의학 전문지 <랜싯>의 편집장을 지낸 폭스 박사는 1994년 콜카타에 위치한 마더 테레사의 시설 '죽어가는 이들을 위한 집'을 방문한 후 경악을 금치 못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호단체로 손꼽히는 테레사의 시설이 터무니 없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간단한 구호물자나 비상약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르핀조차 없이 고통 속에 죽어갔다.

테레사가 본격적인 구호활동을 시작한 이래 약 50년 동안(특히 1970년 이후 30여 년간) 받은 후원금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리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러 정치인과 기업가에게서 얻어낸 후원금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그럼에도 그의 시설에 간단한 구호물품조차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히친스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마더 테레사의) 목적은 고통을 성실하게 덜어주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고통, 그리고 굴종에 기반한 일종의 신흥종파를 선전하는 것이다. 마더 테레사(그녀 자신은 심장 질환 및 노환과 싸울 때 서양에서 가장 우수하고 값비싼 병원들에서 치료 받았다는 사실에 유의하자)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속내를 드러낸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녀는 말기암의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던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신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처럼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예수께서 당신에게 입 맞추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히친스가 수녀와 자원봉사자들에게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마더 테레사는 자신의 시설에 구호물품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가난과 고통은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자신의 비뚤어진 신념을 가난하고 병든 자들에게 강요한 것이다. 그 기형적인 신념 때문에 간단한 약 처방만으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목숨을 잃어갔다. 그런데 정작 마더 테레사 자신은 병에 걸리자 뛰어난 시설의 병원에서 값비싼 장비들로 치료를 받는 이율배반적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받은 엄청난 액수의 후원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마더 테레사가 정부 혹은 준정부 기구들로부터 받은 금액의 총액이 얼마인지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기금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또한 아무도 물은 적이 없었다. 마더 테레사가 살아 생전 빈민 구호보다는 선교 사업에 더 열성적이었다는 것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유일한 힌트다.

속이는 자가 아닌 속는 자들에게 던지는 경고

이 책의 논의의 상대는 속이는 자가 아니라 속는 자들이다. 마더 테레사가 어리숙하고 비판 능력 없는 숱한 관찰자들이 숭배하는 대상이라 한들 그게 그녀만의 탓은 아니다. (중략) 라틴어 속담에도 있지 않은가. 사람들은 속기를 바라니, 속여 먹으라

<자비를 팔다>는 마더 테레사 비판에 그치지 않고 진실을 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우리의 안일함을 경고하며 끝을 맺는다. 권위에 속아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여론에 휩쓸려 쉽게 중심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다.

마더 테레사의 사례처럼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이 사실은 힘 있는 이해 집단에 의해 재단된 '거짓'인 경우가 적지 않다. 관점에 따라 척도가 달라지고 척도에 따라 관점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히친스. 히친스를 읽어보자.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당신의 '관점'을 조준선 정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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