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구속자(Co-Redemptrix)로 요청하다

by 갈렙 posted Jul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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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신앙> : 김정언 기자 】

바티칸이 올해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구속자(Co-Redemptrix)'로 떠받들어 모실까?

이런 우려가 다시 개신교 측의 경계심과 문제의식을 일구고 있다. 올해는 포르투갈 파티마에 나타났다는 마리아의 발현(apparition)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다.

가톨릭 통신(CNS)은 '성모님이 올해 새 칭호를 얻으실까?'라는 제목의 최신기사에서, '성모흠숭' 사상을 고양해온 신학자 ․ 성직자 단체의 하나인 국제마리안협의회(IMA)가 파티마 성모 현현의 해를 앞둔 지난 연말,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에게 마리아를 '구속주 예수와 함께 하는 공동구속자'로 부르는 칭호에 대한 공식 승인을 해 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경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만 참 구속자(Redeemer)이심을 명언하고 있다.

'진리와 사랑이 가득하신 마리아, 예수님의 어머니'에게 헌신된 20여개국의 100여 천주교 신학자, 주교, 사제, 종교인들, 평신도 지도자들로 구성된 IMA의 이 요청서는 10쪽에 달하는 내용. 요청대표단의 한 명인 라벗 패스티지 교수(디트로이트성심신학교, 성모학)는 이 청원의 중요성은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동참하는 성모의 독특한 역할을 명확히 해 준다는 데 있다고 나름 취지를 밝혔다.

패스티지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 악이 퍼지는 것을 감지하면서 영적 어머니로서의 마리아의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마리아의 공동구속에 대한 교황님의 한 성명(교회헌장=루멘 젠티움에 포함) 내용은 뭇 영혼에게 초자연적 삶을 돌려주시는 일에 있어 새 아담이신 아드님과 협력하는 새 하와(이브)로서의 성모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보다 깊게 해준다."고 풀이.

'공동구속자'란 명칭의 유래는 10세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떤 호칭기도(litany)에 마리아를 아들과 함께 '구속자'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었다. 천주교 자체 주장에 따르면 2세기 때부터 마리아를 '새 하와'로 부르게 된 개념을 발전시킨 것이다. '공동(Co-)'이라는 접두사는 훨씬 나중인 15세기에 추가됐다. 마리아가 구속자라는 것이 아니라 구속사역에 있어 독특하게 협력해온 누구라는 뜻에서란다.

요청자들은 "공동구속자라는 호칭은 결코 마리아를 유일한 신적 구속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레벨에 올려놓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면 이단이자 신독(神瀆)이 될 터입니다."라며 "공동구속자라는 명칭은 구속주 예수가 아니면 무의미하며 그것 자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공동구속자 마리아는 고난이 그리스도의 수난에 연합될 때 구속적임을 세상에 선언해줍니다."고 주장한다.

접두사가 붙고 난 이 호칭은 인기를 타서 17세기는 공동구속자 마리아 칭호의 '황금시대'로 간주됐다. 그래도 교권에 의해 공식적으로는 사용되지 않다가 1908년 교황청 예부성성(SCR)이 '성모7고'(聖母七苦, SSM) 기념일의 격을 높인 교서에서 사용됐다. 그후 마기스테리움(교도권)에 의해 여러 번 참고로 쓰였고 제2 바티칸 공의회 때도 그러했으나, 교회헌장에서 이 칭호의 공인을 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 마리아를 그리스도와 함께 공동구속자로 보는 견해는 비성경적이다. 사진은 예수가 마리아를 대관했다는 로마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안의 14세기 그림.

패스티지 박사는 또 "하지만 이 용어가 거짓되어서 거부된 건 아니었다."며 "1962년 제1 마리아 도식(MS)에 곁들여진 해설난에서 '교황청에서 사용되는 일부 용어와 표현들은 생략됐다. 그것들은 자체가 대부분 진리이나, 분리돼 나간 형제들(예컨대 개신교 측)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공의회는 성모교리의 일부는 더 발전시키고 명확히 해야 할 중요성을 인정했다. 마리아의 공동 구속에 관한 교황청의 한 성명은 구속 사역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마리아의 독특한 협력에 대하여 더 큰 명료성을 제공해 줍니다. 아울러 그것은 교회의 삶 속에 더 많은 은총의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라고 패스티지는 주장한다.

역대 교황들은 신도들의 신학지식을 깊게(?) 해 줄 목적 아래 교황청 공인이라는 과정으로 특별 윤허 (允許)를 하곤 해 왔다. 바오로(파울로) 6세의 '교회의 성모님(Mater Ecclesiae)' 호칭 공인(1964)이 일례이다. 패스티지는 "'교회의 성모님'과 '크리스천들의 도우미' 등 마리아 타이틀을 부르며 기구(祈求)를 하고 묵상하는 것이 구원의 신비에서의 마리아의 역할을 강화시켜준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패스티지 교수는 공동구속자라는 칭호가 이미 마기스테리움의 비공식 용인으로 수용돼왔음을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모르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unfortunate)고 개탄한다. "일부인들은 우리가 마리아를 공동구속자로 부르게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상을 갖고 있다."는 패스티지는 공동구속자 마리아라는 명칭을 이미 두 역대교황들-비오(피우스) 11세가 3회, 요한 바오로2세가 최소 6회 사용했다고 상기시킨다.

비록 이 칭호가 가톨릭교의 가르침에 동의하지 않는 개신교인들과 기타 종교인들을 혼동시킬 순 있어도, 공인과정은 실제로 명료화에 "더 도움된다"고 패스티지는 애써 밀어붙인다. 더 나아가서 패스티지는 공동구속자 칭호에 대한 교황청의 공인이 에큐메니즘에 "도움된다"고 설명한다.

까닭은 타 교파사람들이나 타 종교인들로 하여금 가톨릭교회는 유일한 구주와 중보(중재자)로서 그리스도의 구원사역(딤전 2:5-6)과 성모 마리아의 2차적, 의존적이고도 궁극적으로는 구속사역과 은총의 중재 사역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독특한 협력사역을 확연히 구분한다는 사실을 알도록 돕기 때문이라고 그는 부연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현재까지 가톨릭과의 일부 에큐메니즘 운동에 동참해온 개신교가 가장 거부스러워 하는 것 한 가지가 이 '공동구속' 개념이다.

요청서와 함께 언론에 내보낸 성명서에서 국제마리안협의회는 다음과 같이 천명한다. "우리는 구속이라는 구원사역에 있어 예수와 함께 하는 성모의 참된 지속적 역할에 대한 공인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에 있어 인간의 역할을 정당화 해준다. 신모님(Mother of God)에 대한 더 큰 헌신을 고양해주고, 교회와 현대의 모든 인간을 위한 우리 여주님(Our Lady)의 모성애적 중재역의 보다 더 강력한 활용을 통해 역사적 은총의 나눔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요청이 공인되면 새 마리아 교리를 낳는 셈이지만, 패스티지는 이 호칭에 대한 교황청의 어떤 유형의 공인도 협회 측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IMA) 협회원들은 이 청원에 관하여 교황성하님을 이끄실 분은 성령님이심을 인식합니다. 그 점에서 기도와 신뢰는 필수적이죠." 성령이 교황을 이끌어서 마리아를 공동구속자로 떠받들 것이라는 말이라면 참으로 신독스러운 우격다짐 격의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IMA와 패스티지의 견해는 성경적으로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개신교의 입장. 사실 공동구속자 개념은 마리아에 관한 비슷한 개념인 공동중재자(co-Mediatrix)와의 병행개념이다. 마리아를 예수와 같은 중보로 보는 견해로, 가톨릭 교회에 오래 전부터 자리잡혀온 대표적인 이단적 교리의 하나이지만, 전자는 천주교 자체 내에서도 늘 문제시돼왔고 한 번도 교리화 돼 본 적이 없다.

사실 구속사역에 있어 "성모의 독특한 역할"이라고 천주교 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구속자인 그리스도를 낳기로 한 동정녀 마리아의 자의적 동의, 모자(母子)로서 삶을 함께 나눈 것, 인류 구속을 위해 성부 하나님께 바친 성자의 희생인 십자가 아래에서 "고통을 나눈 것" 등 모두 천주교 자체 주장인 궤변으로 일관돼 있어, 신교 측이 동의할 수 없는 것들이다.

아기 예수를 낳기로 믿음으로 수납했다고 해서 그것이 구속자의 역할이 될 수 없고, 모자로서 일부 삶을 나눴다고 해서 그것이 공동구속 행위일 수 없으며, 단지 십자가 아래서 슬픔을 함께 나눴다고 해서 오직 성자만이 감내한 십자가 고통 자체를 나눈 것은 아니기 때문.

교회사에 따르면 2세기경 교부 이레니우스가 마리아를 '명령'(fiat)을 받은 우리의 '구원의 요인('causa salutis)이라고 주장한 데서 '공동구속자' 개념이 부상하기 시작했고, 관련 신학 논쟁은 15세기에 와서 정점을 이뤘다. 특히 중세 말기 프란치스코 수사회에 의해 크게 증진됐으나 도미니칸 수사회는 이를 거부했다.

16세기 초에 이를 즈음 공동구속자 개념이 교리화될 조짐은 스러져가고 이렇다 할 의미 있는 제기가 이뤄지지 않다가, 근래에 와서 일부 마기스테리움 인사들의 지지 입김을 받아왔지만, 정작 천주교 성모론에 관한 보편적 요약으로 인정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사도적 헌장'인 루멘 젠티움에선 탈락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계 주교들이 천주교 대중과 성당들의 지지를 받아 공동구속자론을 제기했지만 의정에 오르진 못했다. 이에 따라 역대 교황들도 비록 일부 공감은 했으나 교칙서에 공식 용어로 반영하지 않았다.

19세기 성공회 사제로 성모론(Mariology)에 빠진 나머지 결국 천주교로 개종한 (찬송가 '환난과 핍박 중에도'의 작시자인) 영국의 프레더릭 윌리엄 페이버 신부가 이 개념에 열정을 가진 바 있으며, 20세기 성모론자 가브리엘 로스키니가 1946년 성모론에 관한 논문인 Compendium Mariologiae에서 마리아는 탄생뿐 아니라 잉태로서 예수와 함께 하는 '영적 합일'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신적인 구원계획은 물리적일 뿐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영구적이고 영적인 합일을 포함한다는 것으로, 성모론자들 대다수가 동의하는 입장이다. 또 마리아가 십자가 아래서 기꺼이 슬픔의 고통을 감내함으로써 성부 하나님께 그리스도의 희생을 바쳤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20세기 네덜란드에서 장기간에 걸쳐 발생했다는 '만국의 성모' 발현사건은 마리아가 암스테르담의 이다 피어드만 여인에게 직접 '계시'로 자신의 공동구속자, 공동중재자, 옹호자 역할을 확인했다는 최초의 케이스였다. '만국의 성모' 추종자들은 그래서 무염시태설, 영구정녀설, 신모설, 승천설 등 마리아 관련 4대 교리에 이은 궁극적, 최종적인 제5교리로서 이것을 마리아 자신이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신교 측은 천주교의 4대 성모 교리들과 수많은 마리아 발현설 전체를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성경은 마리아가 혼전의 처녀로서 믿음으로 성령 수태 예언을 받아들였기에 '복된 여인'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자신의 태를 성령의 도구 삼아 아기 예수의 탄생과 성장까지 도왔을 뿐 무죄하거나 신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마리아 자신이 성령의 감동으로 죄인으로서 구속의 대상임을 인식했고(눅1:47), 보통사람으로서의 다양한 인간적 면모를 보였다. 남편 요셉과의 데이트에 열중한 나머지 아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기도 했고(눅2:42-50), 가나 혼인잔치 등에서는 예수님의 초기사역을 지켜보며 돕기도 했지만 딴 자녀와 함께 예수를 "미쳤다"는 식으로 아들의 사역을 한때나마 의심하여 방해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한 인물이다(막3:20-21; 눅8:19-21).

주님은 십자가 아래에 나아온 어머니에게 고난 이후의 어머니에 대한 효도를 대신 제자 요한에게 의탁한 바 있다. 마리아는 그랬다가 성령강림절 때 마가 요한의 다락방에서 성령강림을 맞은 120명의 성도와 합류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이런 마리아를 신적으로 떠받들거나 신자의 구원과 삶을 위한 일종의 영적 도우미로 보는 것은 모두 비성경적인 견해라는 것이 프로테스탄트적 입장이다.

그리고 발현설 등 마리아에 관한 다양한 천주교 측 주장과 계시도 신교의 입장에서는 허위와 거짓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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