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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톤(Python)은 그리스 신화에서 그리스 북부 파르나소스 산 남쪽 기슭에 있는 델포이의 신탁소를 지배하였던 큰 뱀이다.

퓌톤은 거대하고 새까만 독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는 대지의 모신인 가이아가 남성 없이 낳은 자식이며, 대홍수 이후에 진흙에서 기어나왔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던 성지 퓌토(델포이의 옛 이름)를 퓌톤에게 이양해주며 그가 사람들에게 예언을 내릴 것을 허락했다.

퓌톤은 평소에는 퓌토 근처에 있는 깊은 대지의 틈새에 몸을 숨기다가 신관들의 기도나 많은 공물에 응답하여 땅속에서 기어나와 신탁을 내렸다. 그러나 자신에게 신탁의 권리를 양보해준 가이아의 의사에 반할 것 같은 예언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퓌톤은 일찍이 가이아로부터 한 가지 예언을 받았다. 그것은 다음에 태어나는 제우스의 아들이 퓌톤의 생명을 앗아갈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그는 여신 레토가 제우스의 자식을 배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자신을 죽일 운명의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그 어머니와 함께 먹어버리자고 결심했다. 그러나 다른 신들의 도움으로 레토는 퓌톤을 피해서 쌍둥이 오누이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다.

아버지인 제우스는 쌍둥이의 탄생을 기뻐하며 아폴론에게 예언을 관장하는 능력을 주었다. 그러나 예언의 땅 퓌토는 퓌톤이 지배하고 있었다. 아폴론은 이제 갓 태어났지만 제우스가 바라는 바를 알아차리고 퓌톤으로부터 신탁소를 빼앗기 위해 활과 화살을 가지고 퓌토로 향했다. 아폴론이 신탁소로 향한 것은 그가 태어난 당일이라고도 하고 4일 후라고도 전해진다.

방금 태어난 갓난아기의 모습을 한 아폴론을 보고 방심한 퓌톤은 이런 아기라면 한 입에 처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자기가 먼저 덮치지 않고 그저 기다리기만 했다. 그러나 아폴론이 쏜 화살은 퓌톤의 몸을 관통했고 퓌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이렇듯 가이아의 예언은 적중했고, 퓌톤은 신탁의 권리를 아폴론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퓌톤의 시체는 아폴론의 손에 의해 껍질이 벗겨지고 불태워졌다. 그리고 그 재는 돌로 된 관에 넣어져 신탁소 안쪽에 있는 세계의 중심을 가리키는 돌 옴팔로스 밑에 묻혔다.

아폴론은 퓌토를 델포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자신이 신탁소의 지배자임을 선언하고, 퓌톤의 껍질을 덮은 세발 솥을 통해 예언을 내렸다. 또한 가이아의 대변자였던 퓌톤을 죽인 일로 인해 그녀의 미움을 사지 않도록 아폴론은 8년마다 퓌톤의 죽음을 애도하는 퓌티아 축제를 열어 가이아와 퓌톤에게 경기와 제물을 바쳤다.

그러나 신탁소의 이름이 델포이로 바뀌었어도 신탁을 주관하는 여자 신관들의 이름은 퓌톤의 이름에서 딴 퓌티아라는 호칭으로 계속 불렸다.^[1]

주석 편집

1. ↑ 소노자키 토루, 《환수 드래곤》, 들녘, 2000년, 329-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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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톤, 피톤(Python)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며, 땅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다. 누우면 산자락 하나를 덮을 만큼 엄청난 크기였다고 하며 용의 형상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파르나소스산 기슭에 있던 도시 델포이의 샘 곁에서 암컷 퓌티아를 거느리고 살면서 가이아의 신탁을 전하였다. 성질이 포악하여 샘물을 마시러 오는 사람과 짐승을 함부로 잡아 먹다가 신탁소를 세울 장소를 찾아다니던 아폴론(Apollon)의 활에 맞아 죽었다. 로마 바티칸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벨베데레의 아폴론》 조각상은 퓌톤을 정복한 뒤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한다. 이 일을 축하하기 위해 4년마다 한 번씩 피티아경기대회가 열렸는데, 퓌톤을 죽인 것은 땅의 여신 가이아에 대한 불경이기도 하였으므로, 제우스는 아폴론에게 테살리아 지방의 템페 강으로 가서 죄를 씻도록 명하였다. 이 죄를 씻는 의식을 기념하여 델포이 신전에서는 8년마다 한 번씩 퓌톤에 대한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한편 아폴론이 퓌톤을 죽인 이유는 자신과 아르테미스를 낳은 레토(Leto)를 괴롭혔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레토가 쌍둥이 자매를 임신하였을때, 헤라(Hera)가 이를 질투하여 보낸 거대한 뱀으로, 레토의 자궁속까지 들어왔으나 아폴론,아르테미스(Artemis)와 싸우다 도망쳤다고 한다.  아폴론은 암컷인 퓌티아는 죽이지 않고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어 신탁을 전하게 하였으며, 이에 따라 델포이 신탁이 시작되었다. 헬레니즘 시기에는 퓌톤이라는 단어가 점쟁이를 가리키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