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명 중 제6계명은 살인금지명령이다. 이 명령은 "너는 결코 살인하지 말라"이다. 그런데 이 문장의 동사가 "살인하다"인지, "죽이다"인지에 대해서는 영어번역본을 보면 조금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 "살인하다(murder)"라고 번역한 영어번역본도 있고, "죽이다(kill)"로 번역한 영어번역본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 성경에서는 전부 "살인하지 말라" 혹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로 번역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히브리어 원문에서는 과연 어떤 단어가 사용되고 있을까?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왜 이러한 명령을 내리셨으며, 이러한 명령이 꼭 사람을 살해하는 경우에만 해당하는지 아니면 다른 것도 포함하는지를 아울러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제6계명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십계명 중 제6계명은 우리말로는 "살인하지 말라"라고 되어 있지만, 히브리어을 보면, 강한 부정을 나타나는 '로'라는 단어와 동사 '라차흐'가 함께 쓰여있다. 다시 말해, '라차흐'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차흐'는 단어는 무슨 뜻일까? 그런데 이 단어가 최초로 쓰인 용례가 바로 출20:13 즉 제6계명에서다. 그러므로 이 단어가 '살해하다. 죽이다'인지, '살인하다'인지는 문맥에서 살펴봐야 하고, 다른 용례에서 찾아보아야 한다. 그런데 이후에 이 단어의 쓰인 총 47회의 경우를 살펴보면, 전부 다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살해행위에 이 단어가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단어은 "죽이지 말라. 살해하지 말라"라는 번역보다는 "살인하지 말라"라고 번역함이 옳다고 하겠다. 특히 출20:13은 문맥에서 십계명 중에서 인간사이에 지켜야 할 계명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더욱 확실히 이 명령은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는 뜻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왜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고 말씀하신 것일까? 사실 구약성경에 하나님께서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해 경고하신 적이 없다. 다만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만 경고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이 명령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위치가 있음을 알려준다. 왜냐하면 동물은 죽임을 당해도 그냥 흙으로 돌아가면 그것으로 끝이겠지만, 사람은 죽는다해도 죽지 않는 영역을 따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이 명령을 십계명의 하나로 주신 것에는 놀라운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왜 살인금지명령을 하신 것일까? 첫째로는 오직 하나님에게만 사람의 생명을 해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모든 생명체는 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셨다. 그분이 주인인 것이다. 그러므로 생명을 없애거나 단절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고유권한에 속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므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하나님의 권한은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명령하지 않았는데도 사람을 죽이는 것은 절대 안 되는 것이다. 생명의 주권이 사실 인간에게 있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죽고 사는 모든 권한은 하나님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허락없이 생명을 죽이는 것은 불법을 행하는 것이되며 그런 자를 하나님께서는 죽이라고 명령하신다(출21:12). 둘째로는 사람이 죽게되면 흙으로 돌아가는 육체 박살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 특히 영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겨주기 때문에 살인을 해서는 아니 된다. 사람은 사실 2가지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육체요 또 하나는 영혼이다. 이 육체도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하나님께서 빚으시지만, 영혼도 그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다. 그런데 사람을 살해하게 되면, 육체가 죽는 것으로 모든 것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안에 들어있는 영혼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만약 그가 육체가 깨지기 전에 죄의 문제를 해결받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영혼은 지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죽임당한 것이 그의 영혼을 영원한 지옥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둘째와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서 만약 사람이 죽임을 당하게 되면 그가 회개할 기회를 상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 죽어버린 후에는 회개할 수 없다. 사람이 죽은 상태에서 회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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