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질문을 주셨군요.
진즉 살펴봤어야 하는데, 제가 최근에 박사학위공부를 하고 있어서, 정신없이 한주간을 보내다 보니, 제대로 확인을 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WCC의 문제에 대해 질문해주셨네요. WCC는 좋은 의미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들을 내뱉고 있는 단체입니다. 그렇더라도 저와 동탄명성교회는 WCC로부터 그 어떤 것도 강요받지 않고 있으며, 그 어떤 것도 요구받는 일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WCC는 교회나 교단 위에 군림하는 상급기관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동탄명성교회가 통합측에 소속되어 있는 교회이기는 하지만 WCC에서 결정한 사항을 반드시 이행해야 할 어떤 의무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을 강요했더라면 무슨 의의를 제기했든지 교단을 탈퇴했든지 했겠죠. 그야말로 WCC는 교회들간의 친목도모단체에 불과합니다. 친목도모단체는 자신이 거기에 소속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참여하고 싶으면 참여하는 것이지 그것이 필수적인 요구사항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교단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람은 교단 때문에 지옥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으로 천국에 가기도 하고 지옥에 가기도 합니다. 내가 북한에 소속되어 있다고 다 지옥가는 것이 아니며, 내가 개신교회에 속해 있다고 다 천국가는 것이 아니듯, 자신의 믿음이 중요한 것입니다. 모든 구원은 다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믿음이란 내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무엇을 강제하거나 불이익을 준다면, 올바른 노선 위에 서야할 것입니다. WCC의 가입의 문제는 저와 우리교회가 결정한 사항이 아니며, 1948년에 교단에서 결정한 사항입니다. 제가 아직 통합측에 몸담기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그것을 두고 지금 무엇을 표방하라느니 그것을 떠나야 한다느니 하는 것은 옳은 지적이 아닙니다. 친목도모단체에서 빠져나오라고 요구하는 격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WCC는 교단이 가입되어 있는 것이지, 개 교회가 가입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교단의 정치하시는 분들이 가입해 놓은 것이지, 개 교회와 성도들이 찬성해서 도장을 찍은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어떤 WCC의 통제를 받고 있지도 아니하며, 또한 통제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CC가 권한을 벗어나 저와 동탄명성교회에게 무엇을 강요하거나 요구한다면 저와 우리 교회는 단호히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WCC가 표방하는 내용이 성경과 반대되는 것들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우리교회는 "오직 주님"입니다. 오직 예수님으로 구원받는 것을 100% 믿습니다. 그러기에 그 어떤 다른 요소들이 순수한 예수복음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와 우리 교회가 통합측 교단을 떠나지 않는 것은 통합측은 저와 우리교회에게 부모와 같은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통합측에서 공부하고 통합측에서 안수받아 목사가 되었으며, 동탄명성교회는 통합측의 경기노회에 가입되어 있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에베소서 6장 1절~2절에 보면, 사도바울은 자녀들에게 자신의 부모에게 순종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공경할 것도 명령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녀로서 부모에게 해야 할 마땅한 것은 순종하고 공경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가 예수믿지 말라고 우리에게 명령했을 경우입니다. 그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에는 부모의 명령에 순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내 영혼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부모 위에 하늘의 부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것을 요구하는 부모를 내 부모가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모가 잘못 가르치거나 잘못 요구하면 우리는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에게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그분이 내 부모가 아닌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가 대통령 선거에서 내가 원하는 어떤 후보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대통령이 당선되지 못하고 다른 분이 당선되었다고 합시다. 그러면 그러한 대통령은 내가 생각하는 생각과 반대되는 노선을 걸을 것이며, 그러한 정책도 추진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내가 대한민국을 떠날 필요까지는 없는 것입니다. 비록 의견은 달라도 대한민국은 나에게 있어서 엄연히 내 조국이기 때문입니다.
통합측 교단은 저에게 부모와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합측에서 저를 불러 WCC에 동조할 것을 강요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저와 우리교회는 단호히 그것을 거부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저와 우리 교회에 불이익을 준다면 저와 우리교회는 그것을 감수할 것입니다. 그러다가 우리를 교단에서 떠나라고 가결한다면 저와 우리교회는 통합측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우리 통합측교단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교단에 속해 있으니 그러한 것쯤은 잘 알고 있겠죠. 사실 WCC문제를 제외한 모든 것에 있어서 통합측은 상당히 좋은 교단에 속합니다. 저는 저의 교단과 믿음의 선배들을 존중합니다. 그런데 그 어떤 선배들도 저에게 WCC를 강요하거나 권해본 일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WCC는 대단히 문제가 많아 보이는 친목도모단체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모임에 나가 본 적도 없고 동조한 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때로 어떤 분들 중에는 제가 나가지도 않고 찬성하지도 않은 WCC로부터 나오라느니, 혹은 탈퇴하라느니 하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럴만한 합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지 말이죠. 믿음은 개인적인 것이지, 집단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북한에 산다고 해서 예수를 믿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신앙의 자유요 양심의 자유이기 때문입니다.
동탄에서 정병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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