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을 도와온 중국 지린성 장백교회 한충렬(49) 목사가 살해당했다고 북한선교 관계자들이 30일 국민일보에 알려왔다.
복수의 북한선교 관계자는 “20년간 북한 구호 및 선교활동을 벌여온 중국 지린성 백산시 창바이현 장백교회 한충렬 목사가 4월 30일 오후 2시쯤 18도구 사형장 근처에서 북한 측에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활동 중인 P선교사는 이날 오후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 목사의 목에 칼자국이 선명하다”며 “칼로 목을 베 죽였다. 충격적이다. 숨진 한 목사는 경동맥 파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P선교사는 “중국을 오가는 북한 보위부원들이 평소 한 목사를 비롯해 탈북민을 돕는 사역자들을 죽이겠다고 계속 협박했었다”며 “휴대전화를 포함해 한 목사의 모든 소지품을 가지고 도망갔다”고 말했다.
한 목사의 시신은 창바이현 변두리 야산에서 승용차와 함께 이날 오후 8시 발견됐다. 한 목사는 이날 지인의 전화를 받고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안은 현재 한 목사의 사인을 수사 중이다.
중국 조선족인 한 목사는 1993년 북·중 국경지역인 창바이현에 교회를 설립해 어려움에 처한 탈북민을 도우면서 북한선교 활동을 펼쳐왔다. 한 목사는 지린성 종교국 위원과 창바이현 공산당 종교 관련 임원도 맡고 있다.
장백교회가 위치한 창바이현은 북한 혜산시와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국경도시로 북한 주민들이 탈북이나 무역 등을 하기 위해 오가는 길목이다.
장백교회 관계자는 “600여명 성도들이 어제 저녁부터 모여 한 목사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며 “몇몇 성도는 중국 공안의 수사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회 관계자는 “매월 말일이 되면 누군가 어김없이 장백교회 헌금함에 10여개의 봉투를 놓고 가는데 그 안에 북한 돈이 들어 있었다”며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P선교사는 “한 목사의 가족과 장백교회, 연계된 북한 지하교회 성도를 위해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 “중국정부는 자국민 보호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조선족, 소수민족이라 차별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