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선교사 “갓에 딱 맞는 말은 하나님”

1888년 내한 후 한글 연구 매진
고인 사역 조명 위한 학술세미나

  • 기사입력 2023.10.09 03:00
  • 국민일보
임희국(가운데)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가 8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제임스 게일 선교사의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 임 교수,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
임희국(가운데)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가 8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제임스 게일 선교사의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주용 연동교회 목사, 임 교수,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면 제임스 게일(1863~1937·아래 사진) 선교사는 한글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캐나다 출신인 게일 선교사는 1888년 내한 직후 한글의 저력을 발견한 뒤 일생 한글을 연구했다. 서구에 한국 문학작품을 가장 먼저 알린 주인공도 게일 선교사다.
 
 

어학 천재였던 그는 자신의 뒤를 이을 후배 선교사를 위해 1911년 우리나라 최초의 한영사전을 만들었고 존 버니언의 소설 ‘천로역정’과 여러 찬송가를 우리말로 번역했다. 신약성경 요한복음을 비롯해 갈라디아서와 에베소서 고린도전후서도 한글로 풀어내 민초들의 품에 안겼다.

한국 문학을 영어로 번역한 것도 그였다. 게일은 ‘구운몽’을 비롯해 ‘춘향전’과 ‘홍길동전’ 영문판을 펴냈다.

게일은 123년 전인 1900년 서울 연동교회(김주용 목사) 초대 목사로 부임해 27년 동안 사역했다. 그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연동교회가 8일 교회 본당에서 첫 번째 정기 학술세미나를 열고 게일 선교사의 사역 전반을 조명했다. ‘연동교회 130년의 주춧돌’을 주제로 연 이날 세미나에서는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가 게일 선교사의 목회와 한글 연구를 중심으로 발제했다.

임 교수는 이날 게일 선교사가 남긴 글을 다수 인용했다.

“한글은 서기 1445년에 발명돼 조용히 먼지투성이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글은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 가운데서 (선교를 위해) 준비된 아주 훌륭한 언어다.”(‘착한 목사 게일의 삶과 선교’, 유영식)

“이 쉬운 한글을 이용해 선교 적기에 신약성경이 번역됐다. 식자들은 한문 성경을, 교육받지 못한 사람 중 특히 여성들은 한글로 번역된 성경을 갖게 됐다. 만약 중국이 이렇게 축복받을 상황이었다면 중국에서의 기독교 전파의 성과가 달라졌을 것이다.”(‘A miracle of modern missions’, 제임스 게일)

한국교회사에서 가장 굵직한 업적은 ‘갓(God)’을 ‘하나님’으로 명명한 것이다. 성경 번역을 하던 게일은 천주교에서 쓰던 ‘천주’나 ‘상제’ 대신 유일하신 한 분이라는 의미의 ‘하나님’을 택했다. 그는 조선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이 펴냈던 잡지 ‘코리아 미션필드’ 1912년 5월호에 “조선에는 위대하고 절대적인 존재를 의미하는 ‘하나님’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독교의 ‘갓’에 상응한다”고 썼다.

임 교수도 “게일은 ‘갓(God)’이 복수로 사용되면서 여러 신을 상징했기 때문에 기독교가 바라는 유일신 사상의 목적대로 쓰기 위해 사전에 의미 수정이 필요했다”면서 “한글의 ‘하나님’은 본래 있던 훌륭한 신명(神名) 때문에 아주 짧은 기간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평했다”고 인용했다.

내년에 창립 130주년을 맞는 연동교회는 ‘연동교회의 사람들’을 주제로 교회 역사를 일군 이들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일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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