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와이어트는 '도굴꾼'이었을까?
- 강희정
- 승인 2007.10.09 00:32
[떨기나무]에 대한 비판적 서평 2
론 와이어트(1933-1999)는 아마추어 성경 고고학 탐험가로서, 1978년에 이집트의 누웨이바에서 페니키아 양식의 기둥을 발견했으며 인근의 홍해 바다 속을 탐험하여 당시 이집트 병사들이 남긴 수레바퀴라든가 칼 등을 발견하였다. 그는 요세푸스의 기록과 성경의 여러 구절들을 통해 시내산이 과거 미디안 땅에 있었으며 미디안 땅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 해당함을 확인한다.
이후 그는 항공사진들을 판독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지역에 있는 라오즈산에 200여만 명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거주할 만한 넓은 공간이 있음을 확인하면서 라오즈산이 진짜 시내산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 뒤 론 와이어트는 신청했던 비자가 나오지 않자 1984년에 두 아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 밀입국을 시도하였다.
밀입국 당시 그는 홍해 건너편 사우디아라비아 해안 지역에서 누웨이바 지역에 있는 것과 동일한 기둥을 발견하고 누웨이바에 있던 기둥에 쓰인 글자들을 해독함으로써 솔로몬 왕이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 것을 밝혀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라오즈산에서 므리바 반석과 금송아지 제단 그리고 고대 이집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소 암각화 등을 발견하면서 라오즈산이 진짜 시내산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경찰에 체포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하였다. 이때가 1984년의 일이다.
김승학 씨는 <떨기나무>라는 책에서 론 와이어트를 론 와트라고 부르고 영문 이름도 Ron Watt라고 틀리게 적었으며, 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와 잘못된 사실을 적어 놓았다. 김승학 씨는 "론 와이어트가 '이스라엘 자손이 호렙산에서부터 그 단장품을 제하니라'(출애굽기 33:6)는 성경의 구절에 근거해서 당시 매장된 보물을 캐기 위해 1989년에(1984년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를 밀입국했다가 추방당했다”(pp.24-25)고 적고 있다. 론 와이어트를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묻어둔 보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그 지역을 뒤지고 다니는 도굴꾼들과 마찬가지로 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론 와이어트는 터키의 아라랏산에 있는 노아의 방주를 발견했으며, 소돔과 고모라 지역 및 여러 지역을 탐사하여 많은 성경 고고학적 사실들을 발견한 사람이다. 케빈 피셔(Ark Discovery International 대표)에 따르면, 론 와이어트는 겸손하고 신실한 안식일 교인이었으며 성경 고고학 탐사를 위하여 1977년에 자신이 가진 땅과 재산을 다 팔았으며 1999년에 죽을 때까지 검소하게 살면서 130여 차례의 해외탐사를 다니며 성경 고고학 탐사에 자신의 재산과 열정을 다 바쳤던 사람이다.
론 와이어트는 안식일 교인이라는 점 때문에 일부 기독인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그에 대한 항간의 부정적인 루머는 하워드 블룸(Howard Blum)이라는 사람이 1998년에 쓴 <출애굽의 황금>(The gold of Exodus)라는 책에서 비롯된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기 위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블룸은 론 와이어트가 황금을 찾기 위해 라오즈산에 갔다고 했으며, 이스라엘을 겨냥하는 레이더 기지가 라오즈산 정상에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론 와이어트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터무니없는 것이며 레이더 기지가 있는 곳은 라오즈산 정상에서 13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 그것 또한 과장된 이야기에 불과하다.
라오즈산이 '진짜 시내산'이라는 것을 누가 최초로 발견했는가 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직 경찰관 출신 로버트 코르눅(Robert Cornuke, <In search of the Mountain of God>의 저자)과 우주 탐사 경험이 있는 래리 윌리엄스(Larry Williams, <Mountain of Moses>의 저자), 이 두 사람이 1988년에 라오즈산을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학 씨는 래리 윌리엄스를 짐 래리라고 잘못 적어 놓았다.)
론 와이어트가 1985년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한 왕자로부터 라오즈산 탐사 요청을 받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입국했을 때 동행했던 데이비드 파솔드(David Fasold)라는 사람이 1988년에 로버트 코르눅과 래리 윌리엄스에게 라오즈산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이후에 라오즈산 탐험에 나섰고 책을 펴내면서 자신들이 진짜 시내산인 라오즈산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론 와이어트가 라오즈산과 홍해 횡단 경로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하는 사실은 미국 내에서 대체로 인정을 받고 있다. 하워드 블룸 또한 론 와이어트가 1984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김승학 씨도 론 와이어트가 1984년에 사우디아라비아에 밀입국하여 당국에 잡혀 고초를 당하다가 추방당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론 와이어트는 그 두 아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추방당한 직후(1984년 4월 18일) 미국의 CBS 방송의 모닝뉴스에 출연한 사실이 있고, 이것은 김승학 씨가 입수했다고 하는 비디오테이프에 나오는 내용이다. 김승학 씨가 자신의 탐험 여정이나 <떨기나무> 저술 과정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김승학 씨가 가족과 함께 목숨을 건 대모험을 통해 시내산과 출애굽 여정에 관련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한국 사람들로 하여금 이 사실에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 공로는 마땅히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모름지기 발견이라는 말은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했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찾아낸 경우를 가리킨다. 비밀이라는 단어 역시 밝혀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해 쓰인다. 이미 다른 사람이 발견한 사실에 대하여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나 비밀을 밝혀낸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것을 발견한 사람에게 돌려야 할 영광을 가로채는 일이며 일종의 역사 왜곡이다. http://www.wyattmuseum.com 이나 http://www.arkdiscovery.com 을 확인하면 관련 사실을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