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제임스 영어 번역본주의자들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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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정을기 ◎ 2000.05.07(일) 12:42

들어가는 말
 
요즈음 한국 기독교계에 킹 제임스 영어 번역본 주의자들1)(이하 “KJV주의자들”)이 나타나 킹제임스 영어 번역본 (이하 “KJV”)만이 인류의 표준이 되는 하나님의 말씀이며 다른 영어 번역본이나 한글 번역본은 마치 95%의 순수한 물에 5%의 독약을 섞은 물과 같기 때문에 “내던져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2) 이들의 주장을 듣는 대부분의 목회자나 성도들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객관적인 충분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이들의 주장에 무엇인가 잘못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공개적으로 대항하지 못하고 이들에게 이끌려 가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성경에 대한 높은 신앙심과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대항할 경우 이들에 의해 성경을 대적하는 자로 정죄될 수도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한국 교계에 여러 가지 경로 즉 책, 잡지, 광고, 세미나, 성경 공부, 개인 접촉 등을 통해 거침없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현재 한국 교회는 지금까지 사용하던 한글 성경을 버리고 이들이 발행한 KJV한글성경만을 써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것은 교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다. 만일 이 문제를 그냥 방치할 경우 교회는 앞으로 이들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KJV한글성경을 사용하지 않는 교회를 이단적 교회로 정죄하며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들이 제시하는 자료들의 많은 부분은 사실과 다르며 따라서 이들의 주장에는 왜곡된 내용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필자는 주장을 하나 하나 논박하기보다는 왜곡하고 있는 근본적인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를 원한다. 독자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먼저 성도들이 갖추어야 할 신약성경 본문 비평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간단히 소개한 후 한국 KJV주의자들에 대한 논증을 펴기로 한다. 한 가지 부연할 것은 이 논증의 대상은 KJV이 아니라 “KJV주의자들”이라는 점이다.
 

I. 신약성경 본문 비평에 대한 기본 지식
 
1. 신약성경 본문 비평이란?
 
아마 많은 사람들이 놀라겠지만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현재 우리에게는 신약 성경 원본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약 5,400개에 이르는 부분적 혹은 전체적인 신약성경이 기록된 헬라어 필사본들(손으로 기록한 성경 사본)과 라틴어, 꼽틱어, 시리아어 등으로 번역된 약 8,000개에 이르는 번역본들 그리고 교부들(당시 목회자들)의 글에 인용된 성경 귀절들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 많은 사본들 중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본은 하나도 없으며 서로 일치하지 않는 본문은 약 300,000개3)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사본들을 서로 비교, 분석하고 면밀히 검토해서 원문에 가장 가까운 본문을 만들어 내는 작업인 본문 비평은 필연적이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성경 본문이 기독교 신앙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2. 신약성경 필사본 안에 있는 오류들의 종류
 
약 300,000개에 이르는 신약성경 필사본들 안에서 발견되는 오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오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의도적 오류로서 필사자가 무의식적으로 단순히 실수를 하여 발생한 오류들이다. 초대교회 당시 로마의 핍박 아래서 성경을 복사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기 때문에 은밀히 비공개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필사도 전문가들보다는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들에 의해 행하여졌다. 신약 27권의 정경 작업이 끝난 A.D. 397년 이전의 필사자들은 자신들이 필사하고 있는 사도들의 글이나 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들이 성경을 기록하고 있다는 생각은 강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당하다. 따라서 이들은 유대인들이 구약성경을 필사할 때 취했던 자세와는 다른 태도로 필사에 임하였으며 사람이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실수들 즉 시각적, 기록적, 청각적, 기억적 오류 등이 필사 과정에서 많이 일어났다. 또 다른 하나는 의도적인 오류인데 이는 필사자가 의도적으로 본문을 수정한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는 문법을 수정한 경우, 본문 융합4), 교리적 수정들이 있다. 교리가 수정이 된 경우는 주로 보수적인 정통적 견해를 강조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3. 신약성경 필사본 그룹들
 
신약성경의 필사본들을 그룹으로 분류하는 일은 가능하다. 학자들은 사본들을 보통 4그룹으로 분류한다. 그것들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중심으로 한 알렉산드리아 사본 그룹, 로마를 중심으로 한 웨스턴 사본 그룹, 팔레스탄 가이사랴를 중심으로 한 가이사랴 사본 그룹5) 그리고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한 비쟌틴 사본 그룹이다.
 

4. 헬라어 신약성경의 역사

 가. 신약성경의 완성(A.D. 95)에서 에라스무스 헬라어 신약성경이전(A.D. 1515)까지 신약성경은 헬라어로 기록되었으며 A.D. 95년경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을 기록함으로 완성된다.6) 그러나 신약성경이 완성되었다고 해서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처럼 신약성경 27권이 모아져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당시 성경은 파피루스 단 한 장에 몇 귀절이 기록된 성경부터 양가죽 몇 십 장이 이어져 만들어진 두루마리 성경도 있었다. 따라서 교회마다 보유하고 있는 성경도 각기 서로 달랐다. 그 이유는 이로부터 약 300년이 지난 A.D. 397년에야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으로 확정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경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교회는 나름대로 신약성경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에는 나중에 정경 확정 작업에서 탈락된 것들도 있었고 일부 교회가 보유하고 있지 않은 서신들이 나중에 정경으로 확정이 되기도 하였다.
 
A.D. 65년에서 A.D. 311년 갈레리우스 황제가 기독교 관용령을 내릴 때까지 로마 제국의 기독교에 대한 핍박은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중에는 성경을 압수하여 불태우라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A.D. 313년 콘스탄틴의 밀라노 칙령과 함께 로마 제국의 기독교에 대한 핍박은 막을 내리고 교회는 역대 황제들의 비호 하에 급성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성경도 교회나 수도원을 중심으로 전문적인 필사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만들어졌다. 콘스탄틴은 330년 로마에서 비쟌틴으로 천도한 후 그곳을 콘스탄티노플로 개명한다. 그는 331년 가이사랴 감독이었던 유세비우스에게 콘스탄티노플에 새로 세워지는 교회들을 위해서 성경 50권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이때부터 콘스탄티노플은 동방 정교회의 중심지가 되고 서방 로마 교회와의 헤게모니 싸움이 시작된다.
 
A.D. 382년에 제롬은 당시 로마교회의 감독이었던 다마수스의 요청으로 ‘벌게이트(불가타) 라틴어 성경’을 만들어 낸다. 이때부터 서방 로마 교회는 헬라어 성경보다는 라틴어 번역본을 사용하게 되고 동방 정교회는 1453년 비쟌틴 제국이 멸망할 때까지 계속 헬라어 성경을 사용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비쟌틴 헬라어 필사본의 숫자가 다른 사본 그룹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이유가 된다.
 
나. 에라스무스 헬라어 신약성경에서 엘지비르 형제들의 헬라어 신약성경(이하 Textus Receptus:TR)까지 1452년 구텐베르그의 인쇄기술 발명과 함께 인쇄업자들은 성경을 인쇄하여 책으로 발행하게 된다. 1515년 4월 스위스의 인쇄업자 포르벤(Forben)은 에라스무스에게 헬라어 신약성경 발행을 위한 빠른 편집을 요청한다. 에라스무스는 그해 7월 바실(Basil)에 가서 6개의 헬라어 필사본을 수집한다.
 
그 중 5개는 비쟌틴 사본 계통의 필사본이었고 1개는 비 비쟌틴 계통의 사본이었다. 그 필사본들은 모두 11세기 이후의 것들이었으며 그 중 어느 것도 신약성경 전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없었다. 5개의 필사본들을 살펴보면 제1 필사본은 11세기의 것으로 복음서, 사도행전, 서신서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제2 필사본은 15세기 것으로 복음서들만 기록이 되어 있었으며, 제3 필사본은 12∼14세기 것으로 사도행전과 서신서들이 기록되어 있었고, 제4 필사본은 15세기의 것으로 사도행전과 서신서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 제5 필사본은 12세기 것으로 오직 요한계시록만을 포함하고 있었다. 에라스무스는 제1∼4 필사본을 합쳐서 복음서, 사도행전, 서신서를 만들었는데 그중 제 2필사본과 제 3필사본을 주로 사용하였다. 요한계시록의 경우는 제 5필사본 단 한 권만 사용하였다. 그런데 불행히도 계시록 마지막 6개 절이 기록된 제일 마지막 페이지는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그래서 그는 벌게이트 라틴어 본문을 헬라어로 번역하여 보충해 넣었다. 따라서 에라스무스 성경의 요한계시록 마지막 6개 절에는 헬라어 어느 필사본에도 나타나지 않는 단어와 귀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하여 그는 2개월 후인 그해 9월에 편집을 완료하였다. 그리고 다음해인 1516년 3월 1일에 최초의 헬라어 신약성경이 수백 개의 인쇄상의 오류와 함께 발행되었다. 그후 에라스무스는 5차에 걸쳐 개정판을 내놓았는데 이중 3차 개정판이 그의 대표적 성경이 되었다.
 
파리의 유명한 인쇄업자인 스테파누스는 4번에 걸쳐 헬라어 신약성경을 발행하게 되는데 그는 거의 에라스무스 성경에 의존하였다. 3차 개정판은 본문 비평을 위한 사본 자료들을 포함하였으며 4차 개정판에서는 성경 본문이 최초로 장과 절로 구분되었다.
 
제네바의 데오도르 베쟈는 9차에 걸쳐 헬라어 신약성경을 발행한다. 그러나 그의 성경은 스테파누스의 성경과 다른 점이 거의 없었다.
 
1611년 베쟈 성경을 근거로 킹 제임스 영어 성경이 발행되었다.
 
1633년에 엘지비르 형제들이 베쟈 성경을 근거로 소형 헬라어 신약성경 2차 개정판을 발행하였다. 그때 그들은 책 표지에 라틴어로 “Textum ergo habes, nunc ab omnibus receptum:in quo nihil immutatem aut corruptum damus” (당신이 가지고 있는 이 성경은 모든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성경)안에는 우리가 바꾸거나 왜곡시킨 부분이 전혀 없습니다)라는 선전 문구를 집어넣었다. 바로 이 문구에서 “Textus Receptus(TR)”라는 용어가 유래되었다. 여기에서 엘지비르 형제들이 의미하는 것은 TR이 “하나님께서 전수해 준 기준 성경”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 당시 사람들에 의해 받아들여진 성경”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TR은 당시에 “받아들여진 성경(Received Text)”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필사본 중 우연히 수집된 5개의 11세기 이후의 비쟌틴 필사본에 근거한 성경이었으며 그것도 엄격한 의미에서 수천 개에 달하는 비쟌틴 사본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부터 약 200년간 TR의 전성 시대가 개막된다.
 
다. TR에서 현재까지
 TR발행 이후 헬라어 성경 역사에 중요한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새로운 필사본들의 발견과 이들을 근거로 한 본문 비평의 시작이었다. 1627년 콘스탄티노플 키릴 루카 (Cyril Lucar) 주교가 영국 챨스왕에게 Codex Alexandrinus를 선물한다. 독일 학자 숄츠 (Scholz)는 전 유럽과 중동지방을 여행하며 616개의 필사본을 수집한다. 티쎈돌프 (Tischendorf)는 1859년 시내산 케더린 수도원에서 대부분의 구약과 함께 신약 27권이 언씨얼 글씨체(정자체)로 쓰여진 성경을 발견한다. 바로 이 사본이 그 유명한 알렉산드라 사본 그룹의 알렙 사본이다. 1448년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된 이후 바티칸 사본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사본 계열의 “B”사본이 1890년에 완전히 공개된다. 이들 발견된 사본들을 근거로 새로운 본문 비평이 이루어지게 되고 이를 근거로 TR과 다른 헬라어 성경들이 발행되기 시작한다. 그후 1898년 네슬은 여러 헬라어 성경들 중 티쎈돌프, 웨스트 코트와 홀트, 뵈를하트 봐이츠 3명의 헬라어 성경을 비교하여 두 개 이상이 서로 일치하는 본문을 선택하여 헬라어 성경을 만들어 낸다. 이 성경이 네슬­알란드 헬라어 성경이다.

그후 세계 최고의 신약 성서 학자들로 구성된 헬라어 신약성경에 대한 국제 위원회가 조직이 되어 성경 번역을 위한 본문 제공을 목적으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스코틀랜드, 독일 5개의 성서공회가 연합하여 헬라어신약성경을 발행하게 되는데 이 성경이 “연합성서공회 (United Bible Societies)이름으로 1966년 발행된 헬라어 신약성경이다. 그후 네슬­알란드 성경과 UBS 성경은 1975년부터 본문을 공유하고 있으며 이 본문은 대부분의 세계 각국 성서공회들에 의해 번역을 위한 헬라어 본문으로 채택되고 있다.
 
TR성경은 영국의 스크라이브너(Scrivner)에 의해 1894년과 1902년에 발행되었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삼위일체 성서공회에 의해 발행된 바 있다. 이 성경의 특징은 본문 비평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어느 사본을 근거로 해서 어떻게 본문이 만들어졌는지 알 수가 없다.
 
5. 영어 번역본의 역사
 
가. KJV 이전의 영어 성경들
 
영어 번역본은 1380년 위클리프가 라틴 벌게이트를 영어로 번역하면서 본격적으로 발행이 시작된다. 1524년에는 틴데일이 에라스무스 헬라어 신약 성경을 영어로 번역한다. 틴데일 이후 Coverdale’s Version, Matthew’s Bible, The Great Bible, Taverner’s Bible, Cranmer’s Bible, Genevan New Testament, Genevan Bible, The Bishops’ Bible, Rheims and Douay Versions와 같은 영어 번역본들이 출판되었다.
 
나. 킹제임스 영어 번역본
 
1603년 엘리자베스 1세의 뒤를 이어 스코틀랜드 출신 제임스가 영국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 이듬해 제임스 왕은 당시 개신교와 영국 국교와의 갈등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햄프톤 회의를 연다. 여기에서 청교도 대표인 죤 레이놀즈(John Rainolds)가 왕에게 당시 혼란을 일으키고 있던 영어 성경들을 종합한 대표적인 새로운 영어 번역본 제작을 건의하게 되고 왕은 이를 허락한다. 54명의 위원들이 선출되나 결국 47명의 위원들이 6개조로 나뉘어 번역에 참여한다. 약 8년 후인 1611년 신약성경이 1612년에 구약 성경이 번역되어 나오는데 이 성경이 바로 킹 제임스 영어 번역본이다.
 
KJV 번역자들에 따르면 KJV은 구약의 경우 히브리 성경을, 신약의 경우 베자의 헬라어 신약성경을 근거로 하였고 라틴어,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 등으로 된 유럽 국가들의 번역본들을 참고하였으며 영어 성경의 경우 틴데일 성경과 거의 다른 점이 없는 “비숍 성경”에 크게 의존하였다. 따라서 KJV←베자의 헬라어 신약성경←스테파누스 헬라어 신약성경←에라스무스 헬라어 신약성경←비쟌틴 사본 그룹으로 이어지는 등식이 성립된다.7) KJV을 보통 “Authorized Version”(공인 번역본)이라고 주장하나 실제 왕실 당국이나 의회 혹은 기독교 총회와 같은 공식적인 기관으로부터 공인을 받은 적은 없다. 그리고 “교회에서 읽도록 지정되었다”는 문구도 누가 삽입하였는지 분명하지 않다.
 
1611년판 KJV에는 많은 인쇄상의 오류들이 있었으며 이 오류들은 1611년∼1616년 사이에 정정되었다. 그후 1629년에 1차 개정이 이루어졌는데 여기에는 1611년 번역자 중 사무엘 와드 박사와 보이스 캠브리지대학학장 두 사람도 참여하였다. 또 1638년에는 대대적인 또 다른 개정 작업이 있었는데 이때는 창세기에서 계시록까지 전체를 개정하는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차례에 걸친 개정 작업에도 불구하고 영국 기독교계에서는 KJV의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휴 브로톤(Hugh Broughton)을 중심으로 한 청교도들은 의회에 KJV의 개정을 정식으로 요구하게 되고 1657년에는 국회에 공식적인 개정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1660년에는 많은 장로교, 청교도 목사들이 “성경의 새로운 왕실 번역”을 요구하고 나섰다(대비드 홀톤, 14ff). 그후 1724년에 또 다른 개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1762년에는 캠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의 토마스 파리스 교수에 의해 1769년에는 옥스포드대학의 벤쟈민 블레이니 박사에 의해 KJV의 많은 부분들이 개정되었다. 현재 읽혀지고 있는 KJV은 이들에 의해 수정된 개정판이다 (NKJV, 1230). KJV의 개정은 이처럼 수시로 1611년이후 1881년까지 거의 100회에 가깝게 이루어졌다.
 
다. 1881년 이후 발행된 영어 번역본들
 
1870년 KJV 개정 위원회가 구성되고 영국에서 67명, 미국에서 34명의 당시 최고의 성서학자들이 개정 작업에 참여하는데 여기에는 Abbot, Aiken, Alexander, Alford, Angue, Bickersteth, Chase, Conant, Crooks, Crosby, Ellicott, Green, Hackett, Charles Hodge, Horts, Schaff, Scott, Scrivner, Stowe, Strong, Thayer, Trench, Vaughan, Westcott, Charles Wordsworth, William Wright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개정 과정에서 신약성경의 본문 선택과 관련하여 논란이 벌어지는데 스크라이브너는 KJV의 기초가 되는 비쟌틴 사본의 계속적 사용을 주장하는 반면 웨스트코트와 홀츠는 새로 발견된 사본들도 사용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주장한다. 결국 전 위원이 참석한 전체 회의에서 웨스트코트와 홀츠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1881년 5월 영국에서는 “Revised Version(RV)”이 미국에서는 “American Standard Version (ASV)”이 발행된다. 따라서 이 영어 성경은 TR의 헬라어 본문을 채택하지 않는 최초의 영어 성경이 된다.
 
1946년에 미국과 캐나다의 40개 개신교 교단이 연합하여 ASV를 개정한 Revised Standard Version (RSV)을 발행하게 되고 1961년에는 영국의 9개 개신교 교단이 참여하여 RV를 개정한 New English Bible(NEB)을 발행한다.
 
1973년에 미국과 캐나다의 개신교 학자들에 의해 The New International Version(NIV)이 발행되었다. 이 성경은 번역에 있어서 문자적인 번역보다는 문장 전체의 구조와 흐름 속에서 가장 적절한 표현을 찾아 저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현대 영어로 가장 적절하게 번역한 성경이다.
 
1982년 KJV의 문제점을 대폭 개선한 The New King James Version이 발행되었다. 이 성경은 고대 언어를 대폭 현대화시켰으나 성경학자들의 근본적인 반대에 부딪치게 되는데 이는 NKJV이 TR을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NKJV 발행자들은 앞으로 TR을 지지하는 4세기의 필사본이 발견되기를 희망하고 있다.8) 그들은 KJV주의자들과는 달리 현대 영어 번역본을 인정하고 있으며 KJV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 즉 ①현대 번역본들은 4세기 이전의 필사본들에 근거하고 있지만, TR은 5세기 이후의 필사본에 근거하고 있다. ②따라서 TR은 양적으로 우세하지만 연대적으로는 원본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다. ③NKJV가 NIV에 비해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다는 점들을 솔직히 시인하고 있다.


 
II. 한국 KJV주의자들에 대한 반론9)
 
1. 한국 KJV주의자들의 “신약성경본문비평”에 관한 지식
 
『두 뿌리』(박만수 저, p.17∼30)에서 저자는 “본문 비평”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공격한다.
 
“하나님의 말씀, 그 중에서도 가장 엄중하고 무서운 경고가 성경의 마지막 책의 마지막 부분에 기록되어 있다. 이 한 말씀으로 성경에 대한 모든 비평들(그것이 원문 비평이든 고등 비평이든 간에)이 설자리를 잃게 되고(p.19)…이같이 권위 있는 하나님의 말씀을 누가 감히 비평하겠다는 것인가?(p.21)”
 
지금 이 저자는 “원본이 없는 상황에서 사본들을 가지고 원문을 다시 복원하는 작업인 본문 비평”을 “신약성경 원본의 원문을 어떤 신학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즉 그는 “신약성경 본문 비평”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를 모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사람이 『바른 성경을 분별하기 위한 책』을 쓰고 그 책에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을 향하여 “여러분은 과연 한국 교회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있는가? 만일 바르게 인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르게 인도하고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가? 그 근거가 성경이라고 말하겠는가? 어떤 성경 말인가?…(p.22)” 라고 힐문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앞서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2. 비쟌틴 사본의 4세기 이전 존재에 대한 논란
 
비쟌틴 사본의 본문 형태가 4세기 중반 이전에 존재하였느냐? 하지 않았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비쟌틴 사본→에라스무스 성경→스테파누스 성경→베쟈 성경→KJV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만일 비쟌틴 사본이 4세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비쟌틴 사본이 원본에서 파생된 사본 그룹이 아니라 다른 사본 그룹이 혼합되어 만들어진 2차적인 사본 그룹이라는 증거가 된다. 그런데 실제 다른 3개의 사본 그룹들의 본문 형태는 니케아 종교회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분명한 역사적인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비쟌틴 사본의 경우 그 본문 형태를 반영하는 350년 이전의 헬라어 필사본, 번역본, 교부들의 글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아주 많이 나타난다. 이는 미국의 KJV주의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미국 KJV주의자들의 주장과 이에 대한 반론을 들어보자(D.A. Carson, 44∼7).
 
가. 페시타 시리아 번역본과의 연계설 (힐스, 172∼3)
 
1) KJV주의자들에 따르면 2세기에 존재한 페시타 시리아 번역본은 비쟌틴 사본 그룹의 본문 형태이다. 따라서 비쟌틴 사본들도 2세기에 존재하였다.
 
반론:페시타는 A.D. 400경 번역본이며 혼합된 본문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만일 페시타 시리아 번역본이 2세기에 존재했다고 해서 이 번역본이 반드시 비쟌틴 사본의 번역본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번역본은 다른 사본의 본문 형태들과도 가깝기 때문이다.
 
나. 훼손설(힐스, 184)
 
1) 힐스에 따르면 4세기 중반 이전의 비쟌틴 사본들이 존재하지 않은 이유는 그것들을 너무 많이 사용한 결과 닳아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그룹의 사본들이 4세기 이전에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들은 교회들로부터 열등한 필사본들로 인정되어 일찍이 거부당하였고 그 결과 거의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로 이 점 때문에 그 사본들은 훼손되지 않고 지금까지 보존 될 수가 있었다.
 
반론:이 이론은 “왜? 성경 원본이 사라졌느냐?”하는 이유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왜? 현존하는 4세기 이전의 사본 중 비쟌틴 본문 형태가 없느냐?”하는 질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만일 비쟌틴 사본들이 닳아져 없어질 정도로 많이 사용되었다면 많은 동일한 타입들의 사본들이 만들어졌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그것들 중 하나도 남겨지지 않았는가? 만일 비쟌틴 필사본들이 닳아 없어졌다면 누가 그것을 닳아 없앴을까? 그들은 바로 교부들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쟌틴 본문 형태가 교부들이 글을 쓸 때 인용한 성경 귀절에 분명히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니케아 종교회의 이전 교부들의 글에 인용된 성경 귀절에는 비쟌틴 사본 형태를 반영하는 성경 귀절이 하나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사본 형태들은 분명히 나타난다. 이것은 힐스의 “훼손설”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한다.
 
다. 원본 혹은 모본 폐기설
 
(힐스, 185∼86)
 
힐스는 레이크(Kirsopp Lake)의 상상 이론을 도입하여 색다른 주장을 한다.
 
레이크에 따르면 초대교회 당시에는 복사본들이 만들어지고 교정이 끝난 후 복사에 사용된 원본 즉 모본(exemplar)을 폐기해 버리는 관습이 있었다. 따라서 바로 이러한 관습 때문에 비쟌틴 본문 형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 관습은 4세기에 들어와 없어지게 되었다.
 
반론:레이크의 상상 이론이 맞다는 가정 하에 만일 단 한 개의 복사본이 만들어지고 그 모본이 폐기되었다면 헬라어 신약성경은 한 개 이상이 존재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만일 한 모본으로부터 여러 개가 복사되었다면 그것들은 동일한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던지(이렇게 될 경우 모본의 폐기는 일반적인 관습이 될 수 없다) 혹은 모두가 동일한 시간에 복사가 되었던지 둘 중의 하나가 된다. 후자의 경우 함께 복사된 사본들의 자매 관계를 확인하는 일은 가능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확인은 모본과 사본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만큼 어렵고 불확실하다. 이것은 아마도 우리가 수많은 사본을 잃어 버렸다는 것을 의미하거나 혹은 모본과 사본의 차이 (그리고 자매 사본간의 차이도 역시)가 너무 심해서 조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레이크의 상상은 근거없는 비현실적인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더욱이 모본이 사본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모본을 버리겠는가? 이러한 논리를 펴는 사람들의 상식 수준을 의심하게 만든다.
 
라. 대형책상부재설 (힐스, 177)
 
힐스에 따르면 비쟌틴 텍스트가 4세기 이후에 필사자들의 편집물이 될 수 없는데 이는 4세기의 필사자들에게는 오늘날 우리들이 사용하는 넓은 책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보통 글을 쓸 때 높은 스툴에 앉거나 혹은 마루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썼다. 따라서 그들은 여러 사본들을 펼쳐 놓고 대조해가며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반론:이 주장은 참으로 유치한 것이다. 넒은 책상이 없어 여러 사본을 대조해가며 필사할 수 없었다는 주장은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상식 수준을 의심하게 만든다. 만일 그의 주장이 맞다면 A.D. 170년경에 타티안(Tatian)이 4복음서를 하나로 종합하여 “Diatessaron”을 썼는데 그럼 그는 어떻게 이를 썼을까? 분명히 그는 4복음서를 그의 주위에 펼쳐 놓고 서로 대조해가며 썼을 것이다. 책상이 없다면 마루 바닥이 있지 아니한가? 따라서 힐스의 주장은 그의 상식 수준을 의심하게 만든다.
 
마. 한국의 KJV주의자들의 주장
 
한국의 KJV주의자들은 미국 KJV주의자들과는 달리 필사본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의 동료들과는 달리 비쟌틴 본문 형태가 A.D. 350년 이전에 존재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개역 성경과 헬라어 표준 원문 비교 연구』 부록 “성경 번역사 계보(1)”(한종수, 215)에서 저자는 표준 원문(Textus Receptus), 수용 원문(Received Text), 전통 원문(Traditional Text)을 비쟌틴 원문(Byzantine Text) 앞에 넣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 3개의 원문이 비쟌틴 사본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가 이미 성경의 역사를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Textus Receptus”라는 용어는 1633년 엘지비르 형제들의 성경의 광고문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그의 계보에는 마치 TR이 초대교회부터 전해져 내려오고 이 TR에서 비쟌틴 사본이 나온 것처럼 되어 있다.
 
따라서 이것은 저자가 TR의 기원에 대한 지식이 없든지 아니면 본문 비평에 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로 하여금 TR을 원본의 본문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취한 행동 같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일은 양심 있는 학자로서의 정직한 태도는 아니다. 그리고 저자는 잭크 몰먼과 웨이트 박사의 말을 인용하여 4세기 이전의 초기 필사본들이 TR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일반적인 학계의 견해는 전혀 다르다. 즉 학계에 따르면 비쟌틴 사본의 경우 니케아 종교회의 이전의 필사본은 하나도 없다. 이 사실은 KJV주의자들도 인정한다. 현존하는 파피루스중 85%가 TR과 일치한다고 주장하나 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어느 파피루스 사본도 TR이 근거하고 있는 비쟌틴 사본 계통의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린리 저, 『Introduction to New Testament Textuar Criticism』 p.117~8). 언씨얼 사본 267개 가운데 258개가 비쟌틴 사본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Ibid). 그런데도 저자는 객관적인 자료가 아닌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편견에 치우친 일방적 자료를 실제 사실인 것처럼 인용하는데 이는 자료를 공정하게 다루어야 할 책임이 있는 학자가 취할 바른 자세는 아니다.
 
『“에큐메니즘”의 이상과 우상』(구영재 저, p.131∼4)에 따르면 사도 시대 (A.D. 33∼100)부터 KJV(1611)까지 33개의 성경이 TR을 사용하였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저자에 따르면 1633년에 엘지비르 형제들에 의해 만들어진 TR이 사도 시대부터 1600년 이상을 기준 성경으로 쓰여져 왔고 제일 마지막에는 KJV이 TR을 사용하였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그는 성경의 도표(p.135∼p.136)에서 1550년 스테파누스의 3차 개정판을 TR로 주장하고 있으며 엘지비르 형제들의 성경에 대해서는 언급 자체가 빠져 있다.
 
『개역 성경과 헬라어 표준 원문 비교 연구』 부록 ‘성경 번역사 계보(1)’에도 동일하게 엘지비르 형제들의 성경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저자에 따르면 TR은 비쟌틴 원문 이전에 존재하였다. 따라서 도대체 이 두 저자는 TR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고 자신들의 주장을 펴고 있는지 아니면 모르고 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만일 이를 모르고 책을 썼다면 이는 참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그들의 책의 모든 내용이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되며 만일 알면서도 TR이 KJV보다 22년 후에 발행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이 공개되는 것이 두려워 이를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표에서 삭제했다면 이는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신약성경의 역사를 모르는 선량한 독자들을 속이려는 비열한 의도가 숨어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왜곡된 역사적 사실 위에 기초한 저자들의 주장은 잘못되었다.
 
결론적으로 대부분의 신약 성서 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비쟌틴 사본 형태는 다른 사본 그룹들이 혼합되어 4세기 이후에 탄생한 2차적 사본 형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비쟌틴 사본 그룹이 A.D. 350년 이전에 존재하였다”는 분명한 증거가 없고 다른 사본 그룹들이 혼합된 형태들이 많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자들의 견해는 콘스탄틴 황제의 비쟌틴 천도, 비쟌틴 교회의 설립, 동 교회에 필요한 성경 제작 등 일련의 역사적 사실들과도 정확히 부합된다. 4세기 당시 기독교 중심지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팔레스틴 가이사랴, 소아시아 안디옥, 로마였다. 여기에 콘스탄틴의 천도와 함께 비쟌틴이 새로운 기독교 중심지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4세기 중반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비쟌틴 교회들과 함께 비쟌틴 계통의 사본들이 기존의 사본들을 기초로 새롭게 만들어졌다는 주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3. 안디옥교회의 정통성 문제
 
『두 뿌리』(p.150∼233), 『개역 성경과 헬라어 표준 원문 비교 연구』(p.215), 『에큐메니즘의 이상과 우상』(p.125)에서 저자들은 성경의 역사를 사단에 의해서 조종되어 온 “알렉산드리아 뿌리”와 하나님 말씀을 보존하기 위해 투쟁해 온 “안디옥 뿌리”로 구분하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이 두 뿌리간에 끊임없는 전쟁이 있었다. 두 뿌리에서 저자는 안디옥교회로부터 시작된 “안디옥 뿌리”는 그후 몬타누스파(Montanists)에 의해 명맥이 유지되었다고 말한다(246). 그에 의하면 이들은 시리아 안디옥 교회의 바른 신앙을 이어받은 정통 신앙인들이었다. 그러면 역사적으로 과연 그런가? 몬타누스파의 창시자인 몬타누스는 원래 이방 종교의 제사장이었다. 그가 기독교로 개종한 것은 A.D. 155년경이었다. 후에 그는 “나는 성령에 붙잡힌 사람”이라고 주장하면서 예언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예언의 사역을 시작하자 곧 두 여인이 합세했는데 그들의 이름은 브리스킬라(Priscilla)와 막시밀라(Maximilla)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예언 활동 사역이 뉴 에이지의 시작 (The Beginning of a New Age)을 알리는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예수님과 함께 뉴 에이지가 시작이 되었던 것처럼 성령님의 뉴 에이지가 자신들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또 그들과 함께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면서 금욕주의를 주장하고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신비주의적이고 금욕주의적인 종말론은 대부분의 교회들에 의해 거부되고 이들은 이단으로 정죄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분파가 안디옥 뿌리이고 이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성경을 보존시키셨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다.
 
또 이들은 안디옥 뿌리를 하나님의 말씀을 보존해온 교회로, 알렉산드리아 뿌리는 로마 교회와 함께 사단의 본거지(『두 뿌리』, p.133~206)로서 사단의 조종을 받아 성경 말씀을 혼합한 교회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기독교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A.D. 325년에 열린 니케아 종교회의를 잘 알고 있다. 이 회의의 논제는 예수님의 신성에 대한 것이었다. 이 회의에서 알렉산드리아 학파와 안디옥 학파가 팽팽히 맞서게 된다. 즉 니고디게아 감독 유세비우스를 중심으로 한 안디옥 학파는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아리우스”를 지지하고 나온다. 그러나 알렉산더와 아타나시우스를 중심으로 한 알렉산드리아 학파는 예수님의 신성을 고수하면서 안디옥 학파의 이단성을 공격하고 나온다. 이때 로마 교회는 알렉산드리아 학파를 지지한다. 결국 이 회의에서 아리우스를 지지한 안디옥 학파는 이단으로 정죄되고 유세비우스는 추방된다. 이 회의 결과 만들어진 것이 “사도신경”이다. 따라서 KJV주의자들이 알렉산드리아와 로마 교회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안디옥 교회를 정통으로 인정하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근본적으로 왜곡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디옥의 전통을 주장하며 자신들이 그들의 후예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신들이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이단적 신학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광고하는 것이다.
 

4. 논증상의 문제점
 
『두 뿌리』(p.33∼78)에서 저자는 KJV와 다른 번역본들을 비교하면서 이 번역본들이 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증거의 무게를 달아보자』(p.33∼120)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논증의 대상을 잘못 이해한 데 근거하고 있다. 즉 영어 번역본의 경우 베쟈 성경을 근거로 한 KJV과 네슬 알란드, UBS 성경을 근거로 한 현대 번역본들은 서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차이는 번역본들이 사용한 헬라어 성경 본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논증은 헬라어 성경의 본문의 차이와 차이들이 발생한 원인인 본문 비평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본문 비평이 1차적인 기초 작업이라면 신학적 교리는 본문에 근거한 2차적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KJV주의자들은 본문 비평이 아닌 신학적인 교리에 논증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논증의 대상을 혼동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들의 논증은 핵심을 벗어나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의 논증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논증의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점은 공정성이다. 공정성이 결여된 논증은 바른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없다. 그런데 이들의 논증 방법은 “왜? 번역본간에 서로 차이가 발생하였는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서로의 주장을 비교 검토한 후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이미 내린 결론을 기준으로 다른 번역본들을 ‘교리’라는 도구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논증 방법으로는 정당한 결론이 도출될 수가 없으며 항상 일방적인 주장과 결론만 나오게 마련이다. 즉 이들은 논증을 통하여 신약성경 원본의 본문을 복원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KJV를 변호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따라서 이들과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본문 비평은 특정 신학이 아닌 증거에 근거하여 원문을 복원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본문 비평에는 어떤 기존의 신학이 명제로 개입하여서는 안되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이 인간의 신학의 틀 안에 제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문 비평은 과학적이며 논리적인 사고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는 필사자들이 인간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실수들이 고려되어야 하며 이것들에 대한 정직하고 공정한 판단을 근거로 사본들이 검토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신학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본문에 근거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들은 TR의 본문이 어떠한 본문 비평 과정을 거쳐 복원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교리만을 주장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취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들 이론이 잘못된 방법론에 근거하고 있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기존의 고정 관념의 틀 안에 하나님의 말씀을 제한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5. 하나님의 섭리에 의해 완전 보존 된 성경이 KJV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
 
『증거의 무게를 달아보자』(p.14)에서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절대적으로 완전한 하나님의 말씀이 있는가?(질문의 요지는 “성경이 기록될 당시 완전했는가?”가 아니라 “성경이 지금도 여전히 완전한가?”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에게 오류 없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다면 “어느 성경이 그 말씀인가?”라고 질문한다. 즉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축자 영감(Verbal Inspiration)으로 이루어진 원문 성경이 하나님의 섭리로 사본에서도 완전하게 보존이 되었으며 이렇게 보존된 성경이 KJV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역사적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리가 아는 대로 신약성경 원본은 없다. 그리고 필사본들만 현존하고 있는데 그중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본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본문이 다른 성경을 몇 권씩 완전 보존하실 리는 없을 것이고 완전한 성경은 5,400개에 이르는 필사본중 단 한 권이 있다는 논리가 된다. 그렇다면 그중 어느 사본이 하나님께서 완전하게 보존하신 사본인가? KJV주의자들은 이 사본이 비쟌틴 사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없다
. 그렇지만 그들의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고 이 완전 사본이 KJV의 근거가 되는 에라스무스 성경에 사용되었다고 다시 한번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이 완전 사본은 에라스무스가 사용한 5개 비쟌틴 사본중의 하나가 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대로 5개의 사본중 어느 하나도 신약성경 전체가 기록된 사본은 없었다. 따라서 에라스무스는 5개의 사본을 서로 합쳐서 신약의 본문을 만들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에라스무스의 헬라어 성경 본문에는 완전 보존이 안된 사본들의 본문이 많이 섞여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될 때 에라스무스 성경은 하나님의 완전 보존의 법칙에 따른 성경이 될 수 없다. 이 결론은 동일하게 베쟈 성경과 KJV에도 적용이 된다. 그런데도 KJV이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완전 보존된 성경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더 나아가 에라스무스 성경에는 어떠한 헬라어 사본에도 없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그 부분은 바로 계시록 마지막 6개 절이다. 이 부분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에라스무스가 벌게이트 라틴어 성경을 헬라어로 다시 번역하여 삽입시킨 부분이다. 만일 KJV주의자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일점 일획도 더하거나 빼거나 혹은 바꾸면 저주를 받는다고 했을 때 제일 먼저 이에 해당되는 그 대상은 바로 누구인가?
 
그리고 만일 KJV이 하나님의 섭리가운데 완전 보존된 성경이라면 개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개정이 되었다는 말은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JV은 수많은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Goodspeed에 따르면 KJV은 1611년부터 1881년까지 근 100회에 이르는 개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NKJV 1232). 한국권위역성경번역위원회가 KJV 1611년 번역본이라고 주장하는 권위역 성경 영어 본문도 실상은 1611년판이 아니라 1886년 개정판이다. 동 위원회는 1886년 개정판이 “철자법, 구두점, 대문자 사용, 괄호 등을 정확히 표기한 본문”(권위역 성경, 일러두기)이라는 표현으로 내용상의 개정이 전혀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내용 면에서도 수정이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면 KJV 1611판 마태복음 26장 36절에 “유다”로 되어 있던 것을 2차 개정판에서는 “예수”로 정정하였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1611년 KJV이 “하나님의 완전 보존법칙에 따라 보존된 성경”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가 되며 이러한 잘못된 사실에 근거한 KJV주의자들의 모든 주장은 궤변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6. 다수 이론(Majority Theory)의 허점
 KJV주의자들은 하나님의 완전 보존 법칙과 관련하여 “다수 이론 (Majority Theory)”을 내놓고 있다. 즉 비쟌틴 필사본의 숫자가 많은 것은 하나님께서 “다수의 교회와 신자들을 통해 진리를 보존하여 왔다”는 증거를 나타내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주장은 본문 비평적 입장에서 볼 때 공정성이 결여된 편견에 치우친 사고에 근거하고 있다. 즉 비쟌틴 그룹 사본의 숫자가 많은 이유는 다른 그룹의 경우 그 지역 교회들이 4세기 말까지만 헬라어를 사용하였고 그 이후에는 그 지역 언어로 된 번역본들을 사용한 반면 비쟌틴 교회는 15세기 중반까지 헬라어를 계속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쟌틴 사본의 숫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다수가 진리다”라는 주장만을 고집한다면 이는 참으로 비상식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또 다수 이론은 신학적으로도 아주 위험하다. 신학은 다수가 아닌 하나님 말씀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7. KJV주의자들의 성경의 역사적 사실 왜곡
『개역 성경과 헬라어 표준 원문 비교 연구』 부록 ‘성경 번역사 계보(2)’에서 저자는 도표를 통해서 성경 번역의 계보를 설명하고 있다. 그는 표준 원문 (TR)→위클리프 성경→틴데일 성경→KJV의 흐름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대로 “표준 원문”은 존재하지 않으며, 위클리프 성경은 헬라어 성경이 아닌 라틴어 벌게이트의 번역본이며, 틴데일은 위클리프 성경의 번역본이 아니라 에라스무스의 헬라어 신약성경 번역본이며, 킹 제임스는 우리가 이미 살펴 본대로 틴 데일의 번역본이 아니다. 과연 저자는 번역본의 역사를 알고 이 계보를 만들었는가? 모르고 만들었는가?
 
저자는 제롬의 라틴 벌게이트가 바티칸 사본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사본 번호 “B”로 표현되는 바티칸 사본은 천주교에서 발행한 성경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1475년 바티칸 박물관에 소장되면서 그 소재지를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따라서 이 사본이 4세기의 사본임에도 불구하고 벌게이트와 어떠한 관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저자는 이 사본을 천주교 성경의 최초의 원본으로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이 주장을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과연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발견이라도 했단 말인가?
 
저자는 KJV가 라틴 벌게이트와 전혀 상관이 없는 성경인 것처럼 도표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KJV는 라틴 벌게이트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힐스는 소위 ‘전통 원문’에는 없으나 TR에는 삽입된 본문중 벌게이트와 일치하는 9개의 본문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TR이 벌게이트와 혼합된 성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그리고 사도행전 9장 6절 “그리고 그는 떨며 놀라서 말했다. 주여 내가 무엇을 하리이까?”라는 귀절은 어느 헬라어 필사본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오직 라틴 벌게이트에서만 나타나는 귀절이다. 또한 계시록 마지막 부분은 이미 언급한 대로 라틴 벌게이트를 헬라어로 번역한 부분이다. 따라서 저자의 주장과는 달리 KJV는 천주교 성경인 벌게이트와 혼합된 성경인데도 이를 왜곡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러한 본문을 삭제한 다른 번역본들에 큰 오류가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저자는 “웨스트 코트와 홀츠의 헬라어 신약성경”을 “표준 성경”과 “바티칸 사본”을 혼합하여 만든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며 그 맥을 네슬-알란드 헬라어 성경과 UBS 헬라어 성경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미 우리가 살펴본 신약성경의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전혀 사실과는 다르다.
 
결론적으로 이 계보는 신약 성서의 역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신학적인 고정 관념의 틀에 역사를 왜곡시켜 만든 엉터리 계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8. 현대 번역본들의 천주교와의 연계설에 대한 반론
 
『에큐메니즘의 이상과 우상』(p.122∼184)에서 저자는 KJV와 관련된 성경은 “기독교의 하나님의 말씀”이고 나머지는 “천주교의 교회의 책”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현대 번역본들의 발행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 천주교인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단의 본거지인 천주교가 이 책들 발행에 개입하여 사단의 성경을 출판하였다는 주장이다. 만일 그의 주장대로 천주교인이 성경 번역에 참여한 것이 “천주교의 성경”이 된다는 논리가 성립한다면 제일 먼저 이에 해당하는 성경이 바로 KJV이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KJV는 에라스무스의 성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면 에라스무스는 누구인가? 그는 1466년 로테르담에서 한 천주교 사제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그는 성장하여 어거스틴 계통의 수도원에 들어간다. 1492년 그는 천주교 사제로 안수를 받는다. 그가 천주교 학자로서 활동하던 시기는 종교 개혁으로 전 유럽이 한창 시끄러운 시기였다. 종교 개혁과 함께 마르틴 루터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천주 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천주 교회에 남아서 사제의 직분을 고수했다. 둘째 이미 우리가 살펴본 대로 KJV은 천주교의 공식 성경인 벌게이트와 혼합되어 있다.
 
따라서 이런 점들을 종합해 볼 때 KJV은 천주교 사제에 의하여 만들어진 천주교 성경이지 결코 기독교의 하나님 말씀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러한 요소를 제거한 현대 번역본들이 기독교의 하나님 말씀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KJV주의자들의 적반하장격인 주장은 성경의 역사에 대한 무지에 근거하고 있고 할 수 있다.
 

9. 현대 번역본이 교리적 문구를 의도적으로 삭제하였다는 KJV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한 반론
 
첫째, KJV주의자들은 현대 번역본 성경들이 이단적 신학 관점에서 성경의 근본 교리들을 변개 혹은 삭제하였다고 주장한다(『증거의 무게를 달아보자』, p.33). 그러나 실제 근대 본문 비평에 의하여 만들어진 어떠한 번역본도 KJV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신학적으로 이단적인 것은 없다.
 
먼저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필사본에 수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오류들이 우리가 살펴본대로 무의식적으로 발생한 오류라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발생한 오류들도 대부분 문법, 철자법, 논리적 일치를 위해 발생한 것들에 불과하다. 의도적으로 문장의 의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정을 한 경우는 한가지 분명한 경향에서 이루어 졌는데 그것은 보수적인 정통 교리를 더욱 강조할 목적으로 이루어 졌다. 다시 말해 비쟌틴 사본들에서도 발견되는 것처럼 후기 필사자들은 그리스도에게 더 많은 타이틀을 붙이기를 좋아했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들을 바로 잡는 것을 이단적인 신학 관점에서 특정 교리를 수정할 목적으로 이루어 졌다고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다.
 
둘째, 실제 조사해 보면 본문 비평에 의해 만들어진 성경과 KJV과의 차이가 아주 사소한 것들로서 신학적으로 중요한 교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서로 차이가 나는 부분 중 일부는 전체적인 문장에 영향을 미쳐 어느 특정한 교리를 더 이상 지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교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책의 다른 많은 부분들이 그 교리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번역본들이 어떤 특정 교리를 바꿀 의사가 있었다면 그 교리를 지지하는 전체 부분을 다 바꾸었지 왜? 그 교리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사소한 문구만을 바꾸었겠는가?
 
셋째, KJV주의자들이 현대 번역본들을 가장 많이 공격하는 부분은 “그리스도의 신성에 관한 교리”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들의 주장대로 그 번역본들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고 있는가? Victor Perry가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을 하나님이라고 불러야 할 부분을 각 영어 성경들이 어떻게 번역했는지를 보여주는 표를 만들었다. “뺕”표는 예수님의 신성을 직접적으로 인정한 경우이고 “X”표는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mg”는 marginal reading을 의미한다.
 
위의 표를 볼 때 NWT(New World Translation:여호와의 증인 교단에서 발행한 성경)를 제외하고는 어느 책도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고 있는 책은 없다. 그리고 이 표에 의하면 KJV보다 NIV가 훨씬 더 많이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중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KJV, 권위역 성경은 “예수님의 하나님이심”을 증거하는 중요한 구절 중 하나인 요한복음 1장 18절에서 예수님을 “유일하게 난 아들”로 번역하고 있고 NIV, 한글 개역 성경은 “독생하신 하나님”으로 번역하였다. 그렇다면 바로 이 귀절때문에 “KJV이 ‘예수님의 하나님이심’의 교리를 부인하고 ‘예수님이 최초의 피조물’이라는 교리를 주장하는 성경이다” 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많은 부분에서 KJV은 “예수님의 하나님이심”을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이 귀절을 KJV은 “유일하게 난 아들”로 번역하고 NIV는 “독생하신 하나님”으로 번역하였는가? 그것은 KJV의 경우 그것이 기초하고 있는 “베쟈 헬라어 성경”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번역본들은 그것들이 기초로 하고 있는 UBS 성경에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본문 비평의 문제”이지 “교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논리는 다른 번역본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런데 KJV주의자들은 이러한 점들은 일체 언급하지 않고 마치 이 번역본들이 주요 교리 자체를 부인하는 것처럼 주장하므로 KJV만 옳고 다른 모든 현대 번역본은 교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성경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이는 양심이 있는 신앙인의 바른 태도가 아니다.
 
10. 네슬­알란드와 UBS 헬라어 신약성경의 우월성
 
신약 성서 학계에서는 대부분 네슬-알란드와 UBS 헬라어 신약성경을 원문에 가장 가까운 본문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성경들이 지금까지 발견된 5,400개에 이르는 모든 필사본, 8,000개 이상의 번역본, 수많은 교부들의 문헌을 대상으로 한 본문 비평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라스무스 성경은 오직 비쟌틴 계통의 5개의 사본만을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본문 비평이 최초로 실린 스테파누스 3차 개정판, 4차 개정판을 근거로 만들어진 베쟈 사본도 약간의 본문 비평 자료들을 실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성경들은 대부분 후기의 비쟌틴 계통의 사본들만을 반영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네슬­알란드와 UBS 헬라어 신약 성경은 “베쟈 성경”을 비롯해 지금까지의 어떤 헬라어 신약성경보다도 원문에 훨씬 가까운 본문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1. 한국 KJV주의자들로 인한 한국신학계의 치욕
 
권위역 성경 번역 위원회에 따르면(권위역 성경 서문) 하나님께서 우리 한국 민족에게 KJV를 기준 성경으로 주셨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참으로 우리 민족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본문이 원어 즉 헬라어로 쓰여진 신약성경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하필이면 그것도 한글이 아닌 영어 번역본을 우리 민족에게 기준 성경으로 주셨느냐? 하는 것이다. 영어권 민족은 헬라어에 능통한 일등 민족이고 우리 민족은 원어에 무지한, 겨우 일등 민족의 언어인 영어정도나 이해하는, 이등 민족이기 때문에 그런가? 이는 도대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말이다. 도대체 헬라어 원어로 된 본문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원문이 아닌 번역본을 그것도 영어 번역본을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에게 기준 성경으로 주셨다는 것은 언어 도단이다. 더욱더 한심스러운 일은 이를 믿고 주장하며 우리 모두에게 받아들이라고 권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단으로까지 정죄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우리 민족을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한국의 신학계를 깔보지 않고서 어떻게 이런 이치에 어긋나는 무례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신학의 현대판 사대주의자들을 보는 것 같다.
 
또 “KJV이 세계적인 기준 성경”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사람을 우롱하는 얘기밖에는 안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대로 KJV이 기초로 하고 있는 베쟈 성경이 헬라어 기준 신약성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번역본이 아무리 원문의 의미를 잘 살린다 해도 번역본은 번역본이다. 어떻게 번역본이 세계적인 기준 성경이 될 수 있는가?
 
이들은 또 구 라틴어 성경이 기준 성경이라고 주장하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혼란을 많이 일으킨 번역본들 중 하나가 구 라틴어 성경들이었다. 그 번역본들 중 본문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본은 하나도 없으며 그 번역에 있어서도 차이가 많았다. 예를 들면 누가복음 24장 4∼5절의 경우 현존하는 번역본을 대조한 결과 서로 다른 번역이 27가지나 나왔다. 따라서 4세기 말경 로마의 주교였던 다마수스는 이러한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서 제롬에게 새로운 라틴어 번역본을 부탁하게 되고 그 결과 제롬의 라틴어 벌게이트 번역본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 이처럼 혼란을 일으켰던 구 라틴어 번역본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준 성경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이다. 더구나 서로 일치하는 본문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어느 사본이 기준 성경이란 말인가?
 
따라서 이러한 주장은 한국 신학계를 우롱하고 농락하는 처사로서 이러한 태도는 단호히 대처되어져야 한다.
 

12. 정체가 의심스러운 한국 KJV주의자들
 
지금까지 살펴본 KJV의 여러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1881년이후 새로운 영어 번역본들이 많이 나왔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발로 소위 킹제임스 성경 방어자들이 나와서 현대 번역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KJV로의 복귀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극단주의적이고 외골수적인 주장은 대부분 학자들의 빈축을 샀는데 그 이유는 고대 사본들의 새로운 발견과 비평 방법의 과학화 등을 통해 본문 비평에 대한 새로운 장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난하며 거부하는 비상식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이들은 아직까지 그 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영어권에서 이들의 목소리에 크게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NKJV의 발행은 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반영하는 증거다. 그런데 영어권에서는 과거의 성경으로 이미 결말이 난 1611년판 KJV 번역본을 이제 때늦게 우리 한 민족에게 기준 성경으로 하나님이 주셨다고 하면서 들고 들어와 기존의 모든 성경을 “사단의 작품”으로까지 몰고 가면서 기독교계에 물의를 일으키는 이들의 진정한 정체는 무엇인가?
 

맺는말
 
지금까지 한국 신학계는 서양처럼 성경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따라서 “신약 성서 본문 비평”에 대한 신학이 크게 발달하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오늘날 한국 신학계는 가장 취약한 부분을 공격받고 있다. 성경에 대한 도전은 신앙의 뿌리에 대한 공격이 된다. 따라서 이 공격을 잘못 대처할 경우 지금까지의 모든 신학과 신앙의 기초가 무너지게 되므로 이로 인한 교회의 혼란은 극에 달할 것이다.
 
특히 신앙심은 두터우나 본문 비평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목회자나 일반 성도들을 미혹하여 이들을 통해 교회를 공격하여 분열시키려고 하는 간계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따라서 이것이 조기에 근절이 되지 않을 경우 교회는 성장은 커녕 엄청난 후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세상이 갈수록 악해져서 교회 안에 은혜가 충만해도 사람들이 들어올까 말까 한데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교회 안에 누가 들어 올 것인가? 따라서 지금 한국 교회는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위기는 본문 비평에 대한 분명한 지식으로만 이겨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목회자나 일반 성도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지식은 바로 “신약 성서 본문 비평”이다. 이 지식으로 무장하여 마지막 때 견고한 신앙으로 교회를 지키며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전념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바란다.
 
참 고 서 적
 
국내 서적
 
구영제. 『“에큐메니즘”의 이상과 우상』 서울:도서출판 안티오크, 1995. 권위역
성경번역위원회. 『권위역 성경』 서울:도서출판 안티오크, 1996.
박만수. 『두뿌리』 서울:도서출판 안티오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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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수. 『개역 성경과 헬라어 표준 원문 비교 연구』 서울:기독교문서 선교회, 1997.
해외 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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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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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wis, Jack P. 『The Text of the New Testament』 Restoration Quarterly 27. No.2(1984):65~74.
Perry, Victor. 『Problem Passages of the New Testament in Some Modern Translations:Does the New Testament Call Jesus God?』 The Expository Times 87(1975∼76):214~15.
 
각주

1. 영국이나 미국 신학계에서는 이들을 “Defenders of the King James Version”(킹제임스 번역본 옹호자들)이라고 부름.
2. 배리 버튼, 『증거의 무게를 달아보자』, 정동수 역 (서울: 안티오크, 1994), p.170~71.
3. 이 숫자는 신약성경 본문의 오류가 아닌 전 사본의 오류를 합한 것이다.
4. 전문 용어로 “Conflation”이라고 하는데 이는 두 개 이상의 필사본을 비교해가며 하나의 필사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모본이 되는 필사본끼리 서로 맞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때 필사자는 어느 한쪽 본문을 택하는 대신 두 본문을 하나로 합쳐서 하나의 새로운 본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5. 가이사랴 사본 구룹대신 “분류불가(Unclassified)” 사본 구룹을 넣어 4개의 사본 구룹으로 분류하는 학자도 있다.
6. 요한 복음, 요한 서신들이 요한 계시록 이후에 기록되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7. KJV 주의자들은 KJV이 TR본문을 근거로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엄격히 말해 틀린 말이다. 왜냐하면 엘지비르 형제의 TR은 KJV이 발행된 후 20여년이 지난 1633년에 발행되었기 때문이다.
8. Leslie R. Keylock, “Bible Translations: A Guide Through the Forest,” Christianity Today 27 (April 22, 1983): p.13~14.
9. 한국의 KJV주의자들은 영어권의 대부분의 KJV주의자들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영어권의 KJV주의자들은 “본문 비평”에서 비쟌틴 사본들을 크게 반영하지 않고 있는 점을 비난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 KJV주의자들은 미국의 일부 극단주의적 KJV주의자들을 쫓아 논증의 주제를 신앙의 문제와 연결시켜 “하나님과 마귀와의 전쟁”으로까지 비화시켜 논쟁의 쟁점을 완전히 바꾸어 버렸다. 따라서 “한국 KJV주의자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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