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둔 국내 1호 트랜스젠더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고백

입력 : 2016-08-09 00:02/수정 : 2016-08-09 00:02



탈(脫)동성애의 ‘산증인’ 김유복씨가 건강이 악화돼 6일 새벽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홀리라이프 대표 이요나 목사는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다큐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니다’에 출연한 김유복 형제가 순천향 병원 응급실에 있다“며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이요나 목사는 “(김유복 형제가)눈을 감고 있다가 내가 말하니까 눈을 뜬다”며 “의사는 산소 호흡기를 쓰지 않으면 주말을 넘기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산소 호흡기를 차면 임종까지 임의로 뗄 수가 없다고 한다”며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이어서 그는 “가족이 없으니 보호자인 나보고 결정을 하라고 하니 정말 난처하다. 산소호흡기로 인위적 생명 연장을 시켜야 하는 건지, 지금 상태로 보내 드려야 하는지,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여러분들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유복씨는 국내 1호 트랜스젠더로 알려졌다. 1960년대에도 여자가 남장을 하고 남자가 여장을 한 사람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태원에 동성애자들을 위한 첫 '게이클럽'이 생긴뒤 김씨는 최초로 커밍아웃을 하고  활동한 트랜스젠더다.  

그는 이태원 '게이클럽'에서 ‘김마리네’ 호칭을 사용하며 화려한 가수생활을 이어갔다. 

2015년 김씨는 간증문을 통해 “어려서 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 사랑의 의미도 알지 못한 채 욕정에 끌려 하루하루를 살았다"고 고백했다. 젊은 시절 갑자기 찾아온 질병으로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의 유혹을 쫓아 다시 '게이클럽'을 전전했다. 

화려한 생활을 이어가던 김씨는 2004년 허리 측만증으로 인해 디스크 수술을 받게 됐다. 김씨는 “당시 디스크 수술을 한 뒤 일본에 있는 후배를 따라 일본의 밤업소에서 일하고자 마음먹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은 그의 인생을 뒤바꾸어 놨다. 수술 후 두 달이 지나도 허리 통증이 멎지 않아 재수술을 받았다. 재수술을 받은 김씨는 두 번 다시 걸을 수 없게 됐다. 의료사고로 추정됐지만 가족도 없고 연고도 없어 소송을 제기하지 못했다. 

수술을 받고 불구자가 되자 아무도 찾아주는 이가 없었다. 가족도 없는 그는 다시 하나님을 만났다. 김씨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정부에서 나오는 생활비로 한 평 남짓한 쪽방에서 살아왔다. 구청에서 나오는 봉사자들이 대소변을 받아내며 그를 돌봤다. 

사진= 2015년 유튜브 ‘국내 1호 트랜스 젠더 김유복 형제의 이야기’ 영상 캡처, 이요나 목사(왼)와 김유복씨

외로운 김씨의 옆에는 이요나 목사가 있었다. 이요나 목사와 김씨는 깊은 인연이 있다. 이 목사도 40년이 넘도록 이태원에서 게이 클럽을 운영하며 동성애자로 살았다. 김씨는 이요나 목사가 젊은 시절 운영하던 게이바에서 노래를 하는 가수생활을 했다. 

아들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이 목사는 동성애를 벗어나려 애썼다. 이후 그는 일본으로 넘어가서 신학공부를 하며 동성애를 극복하고 돌아왔다. 현재 이 목사는 “동성애는 핍박의 대상이 아니라 치유의 대상”이라고 강조하며 동성애자들을 변화시키고 치유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김 씨는 이 목사와 함께 2015년 다큐멘터리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니다’에 출연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동성애자들과 그 가족들의 내면적 아픔과 삶의 고통을 알리고 ‘동성애는 치유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제작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영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1시간8분 분량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9일 만에 조회수가 9만5000여건이 넘을 정도로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김씨는 처참한 말로(末路)를 몸소 증언하고 나섰다. 그는 “동성애자들을 보면 정말 애처롭다. 정말 아깝다. 바른길로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 줬으면 좋겠다”면서 “동성애는 사랑이 아니다. 육체적인 즐거움은 잠깐 느낄 수 있겠지만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동성애의 말로는 비참하다. 결혼도 못하고 혼자 해매고 늙고 추해진다. 주변의 친구들도 에이즈와 자살로 불행한 죽음을 맞이했다. 동성애의 끝은 아무도 없는 외로움뿐이다. 그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 결과는 내 몸만 망가진 것만 남았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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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015년 이요나 목사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국내 1호 트랜스 젠더 김유복 형제의 이야기’에서 “하나님이 당신에게 시간을 더 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에 김씨는 “동성애를 반대하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사람들을 회복시키고 싶습니다. 그들이 뉘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순천향대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들은 9일 “(김유복씨가)의식이 없다가도 이 목사가 병원에 올 때면 눈을 깜박 인다”며 “두 사람은 매우 특별한거 같다”고 말했다. 

이요나 목사는 "(김유복씨가) 중환자실에 있어서 언제 소천할지 모르겠다. 과거 함께 했던 트랜스젠더 친구들을 불러서 임종예배를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7일 자신의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길고 고달픈 인생을 정리하려는 순간이다. 어쩌면 그에게는 살아 있는 세월이 지옥일 것이다. 그것은 하늘 저편에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영생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곳에서 그를 만날 것이며 또 그가 먼저 들어가 주님과 함께 나를 기다릴 것이다. 참으로 긴 인생 여정이었다. 주님 저의 영혼을 평안케 하소서, 아멘.”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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