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2인자 이인원 부회장 자살…차안에서 유서발견
경찰은 이 부회장이 산책로에 심어져 있는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를 연결해 목을 맸으나 넥타이가 끊어지면서 바닥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숨진 곳에서 30~40m 떨어진 곳에 떨어진 차량에서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는 A4 용지 4장짜리 분량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롯데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 본부장으로 총수 일가와 그룹 대소사는 물론 계열사 경영까지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부회장을 이날 오전 9시30분 소환한 상태였다.
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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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원 누구인가… 40여년 롯데맨 ‘辛의 남자’
롯데를 유통업계 1위로 올려놓는데 큰 역할… 황각규·소진세와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
1947년 8월 12일 경북 경산에서 태어난 이 부회장은 경북대 사대부고, 한국외대 일본어학과를 졸업했다. 입사 이후 1987년 롯데쇼핑 이사직으로 옮긴 뒤 상품매입본부장, 영업본부장, 대표이사 사장에 차례로 올랐다. 이 부회장은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사장)에 취임한 뒤 2011년 지금의 정책본부장(부회장)이 됐다. 롯데그룹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부회장 자리에 오른 건 이 부회장이 처음이었다.
이 부회장은 관리, 영업 등 백화점 경영의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롯데를 유통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책본부에서는 롯데그룹의 핵심사업을 관장하며 그룹 경영 체질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롯데정책본부는 이 부회장에 대해 “롯데그룹의 전반적인 살림살이와 핵심사업을 관장하며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해 계열사에서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조정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에서 신동빈 회장 편에 섰다. 그는 당시 그룹 인트라넷에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야기된 작금의 사태는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겨냥했다. 이 부회장은 황각규(61)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 겸 롯데쇼핑 사장, 소진세(66)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함께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한편 이 부회장의 부인은 지병으로 약 보름 전부터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이 부회장은 부인과 거의 매주 교회를 다니는 등 부부 사이가 좋았으며 유서에서도 부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자택 주변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충신교회에서 장로를 지내다가 은퇴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