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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존 칼빈

(발음으로 따지면 '존 칼빈' 보다 '장 칼뱅'이 맞겠지만, 여기선 그냥 썼음을 밝혀둔다.)

      

2013.03.19. 02:45
http://cafe.daum.net/bibleQA/GAoS/39 

바이블QA 조정진 기자


 
 
살인자 존 칼빈
 
 
흔히 장로교회의 창시자라고 일컫는 존 칼빈(John Calvin)이 극악무도한 살인자라는 사실을 오늘날의 한국의 장로교 신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가 제네바 시의 종교개혁이랍시며 특히 그 가운데서 4년 동안 종교법원을 주관하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들을 죽였는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을 죽인 처형의 이유를 알고 보면 더욱 참담할 지경인데, 그 이유인즉슨 예정설, 성서의 권위 문제, 삼위일체설, 유아세례, 성만찬 등의 해석을 그 자신과 달리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성경해석에 있어서 단 한 구절만이라도 그 해석이 칼빈 자신과 일치하지 않으면 이단으로 몰렸고 숙청의 대상이 되었다.
 
그 숙청의 대상은 추방, 투옥, 사형 등으로 구분되었는데, 예컨대 춤췄다고 투옥하고, 설교를 들을 때 웃었다고 투옥했으며, 부모를 구타한 소녀는 목 잘라 처형하고, 귀신 쫓는 마법사(우리식으로 하면 무당 정도)도 아예 사형시켜버렸다. 심지어 한때 자신을 구출해 준 동지마저 사형시켜 죽였는데, 그 배경에는 자신의 『기독교강요』를 비판한 점이 원인으로서 작동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있다.
 
이런 그를 두고도 기존 기독교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칼빈의 후예를 자처하는 그룹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다. 이들을 일컬어 칼빈주의자라고 말한다. 흔히 “본교는 칼빈주의 정통신학에 입각하여…” 혹은 “본교회는 칼빈주의 정통신학에 입각하여…” 등등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칼빈에 두기도 한다. 내가 보기엔 허접스런 『기독교강요』서적을 무슨 위대한 신학사상서인양 떠벌리는 건 오늘날의 낡은 기독교가 자행하는 여전한 구라 중의 하나다. 그것은 매우 가소로운 아규일 뿐이다. 제 아무리 위대한 사상도 생명을 죽인 살인마저 정당화될 순 없다.
 
“무조건 믿어라”와 자율성 간의 충돌
 
사실 칼빈도 하나의 역사적 사례일 뿐이다. 즉, 기존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그것은 무수히 숱한 오류와 비극들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무조건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그 강요적인 전제들이 놓여 있다. 만일 안믿으면? 안믿으면 지옥에 가는 이단으로 몰리거나 그러한 식으로 처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 기독교에는 “무조건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압박과 이에 반하는 자율성의 충돌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만큼 인류 역사 속에서 숱한 비극들을 파생시켰다.
 
만일 진리가 있다면 그것은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그 어떤 전제를 필요로 할 것인가? 아니면 진리는 이미 만인을 설득하고도 남음이 있기에 그 같은 전제들이 필요치 않다고 보는가? 하나님은 존재의 자율적 결정들을 이미 강요하고 있는 분인가? 아니면 존중해주고 있는 분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참다운 기독교라면 자율성에서 출발되어야 마땅하잖은가! 하나님은 그 자율성을 통해서 상향적이고 고양된 사태로 신성화되기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창조 세계의 온전한 구원을 원하시지만 그것은 결코 강요적으로 접근되지 않으며 오히려 설득적으로 접근될 뿐이다. 그럼으로써 ‘자율성과 신성의 합일’(theo-autonomy)로 나아가길 바라신다고 본다. 정치도 <신정정치>theocracy가 아니라 <신-인 민주정치>theo-democracy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기독교의 역사를 살펴보면, 무조건 이렇게 믿어야 한다는 식의 강요된 전제들을 통해 서로 사분오열 갈라지고, 서로 정통과 이단을 구분해버리는 못된 습성들이 이미 뿌리 깊게 깔려 왔었음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솔직히 그것은 이미 우리네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목격되고 있잖은가.
 
 

* 칼빈의 잔혹함은 위에 언급한 것들 외에도 아주 많다. 칼빈의 죄악을 지적한 책으로는 조찬선, 『기독교죄악사 (하편)』(서울: 평단문화사, 2000), Kenneth S. Latourette, A History of Christianity (Harper San Francisco; Revised edition, 1975), 국역판 윤두혁 옮김, 『기독교사(基督敎史)』(서울: 생명의 말씀사, 1980) ; Williston Walker, History of the Christian Church (Simon Schuster Trade, 1999) ; 그 외 Gordon Rattray Taylor, Sex in History (New York: Vanguard Press, Reissue edition, 1954) 참조.

 

<세기연에서 퍼온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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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옳다는 오만서 잔인함·박해가 나온다”
16세기 젊은 신학자 세르베투스 이단으로 몰려 화형 당하자
  • ◇1541년 제네바에 입성하는 칼뱅(가운데) 일행.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안인희 옮김/바오/1만3000원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슈테판 츠바이크 지음/안인희 옮김/바오/1만3000원


    올해로 탄생 500주년을 맞은 칼뱅(1509∼1564)은 한때 부패한 가톨릭교회에 대항해 종교개혁을 이끌며 ‘종교의 자유’를 주창했고,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갈 젊은 지도자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개신교에서는 그를 종교개혁을 이끈 선구적 인물이자 개신교 신앙의 아버지로 널리 추앙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신앙, 즉 개신교를 받아들인 프랑스 제네바를 장악한 뒤부터는 표변했다. 자신의 뜻이 곧 하나님의 뜻이고,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은 모두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독선적 신정국가 체제에 구축했다. 법률과 공권력을 동원해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감시와 두려움으로 제네바는 졸지에 밀고의 물결에 휩싸였다. ‘칼뱅은 위선자’라고 묘사한 지식인을 참수하는 등 특히 자신에 대한 비판은 무엇보다 큰 죄로 다스렸다.

    경찰관들은 아무 집이나 들이닥쳐 금지된 물품을 찾았고, 예술을 비롯한 모든 유희는 금지되었다. 물론 집회도 통제되었고, 심지어 복장과 머리 모양마저도 당국의 감시 대상이었다. 그가 통치한 5년 동안 13명이 교수대에 매달리고, 10명이 참수를 당했으며, 35명이 화형에 처해졌다. 추방당한 사람만 76명이었다. 감방마다 죄수로 넘쳤고, 도시는 침묵을 강요당했다.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                                             ◇카스텔리오가 번역한 프랑스어판 성서.
    ◇세르베누스상
    밤이 깊어지면 새벽이 오듯이, 칼뱅의 공포정치가 극에 달하자 양심 있는 인사들의 저항도 고개를 들었다. 그중 한 명이 16세기 인문주의자 세바스티안 카스텔리오(1515∼1563)다. 카스텔리오는 젊은 신학자 세르베투스가 성서 해석에서 칼뱅과 다른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하자, 세르베투스의 신학적 견해에는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누구나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옹호함으로써 스스로 박해의 길을 걸었던 인물이다.

    “한 인간을 죽이는 것은 절대로 교리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냥 한 인간을 살해한 것이다”라고 선언한 카스텔리오는 박해를 각오하고 칼뱅을 비난하고 나섰다. 칼뱅의 보복은 전방위적이었다. 책 발간은 물론 글쓰기도, 대학강의도, 설교도 금지되었다. 게다가 생계수단마저 봉쇄당해 가정교사와 출판사 교정 보는 일로 겨우 입에 풀칠을 해야했다. 다행스럽게도 화형 직전에 갑작스런 자연사로 생을 마감해 칼뱅의 승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칼뱅은 그에 대한 거의 모든 기록을 소각했다. 카스텔리오가 기억되는 게 두려웠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유일하겐 남은 자료가 달랑 그의 초상화 한 장이다. 이를 나치의 탄압을 피해 망명지를 떠돌았던 20세기 뛰어난 전기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2)가 혼신의 노력 끝에 발굴해 펴낸 게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원제는 ‘폭력에 대항한 양심-칼뱅에 맞선 카스텔리오’, 1935)다.

    츠바이크는 카스텔리오의 ‘관용 정신’에 초점을 맞췄다. 비록 교리와 주장은 달랐지만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스텔리오는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 편에 서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는 견해를 피력한 볼테르(1694∼1778)보다 150년 전에 이미 언행을 일치시킨 인물이다. 츠바이크는 볼테르나 에밀 졸라나 로크, 흄이 살던 시대는 후대 인문주의 시대로 어느 정도 관용이 허락되었지만, 카스텔리오가 살던 시대는 지지자나 후원세력 하나 없는 고독한 싸움이었다며 그의 위대성을 부각시킨다.

    저자는 칼뱅과 카스텔리오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을 흥미진진하게 기록했다. 가장 감동적인 대목은 카스텔리오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적들에 맞서면서도 온건하고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흠잡을 데 없이 설득력 있는 논리로 칼뱅 일파의 논리를 공박하는 부분이다. 오직 자신의 견해만을 진리라고 강변하면서 다른 모든 의견을 이단시하는 칼뱅에 단신으로 맞서 싸운 카스텔리오는 저서 ‘이단자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반박한다.

    ◇개신교 최초의 교리서가 된 칼뱅의 ‘그리스도교 강요(綱要)’(왼쪽)와 카스텔리오의 ‘이단자에 관하여’.
    “국가권력은 의견 문제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다. 그러므로 누군가 다른 의견, 다른 세계관을 갖는다고 해서 거품을 물고 미쳐 날뛰는 일이 왜 필요한가. 어째서 끊임없이 경찰을 부르고, 살인에 이르도록 미워한단 말인가. …혼자만이 옳다는 오만에서 잔인함과 박해가 나온다. …오직 높으신 분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로, 때로는 어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런 탄압과 박해들이 일어난다.”

    책은 칼뱅과 카스텔리오의 싸움을 통해, 독선과 광기에 사로잡힌 지도자와 그가 행사하는 권력과 규율이 그 어떤 다른 의견이나 개성도 용납하지 않는 전체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그와 동시에 저자인 츠바이크가 살았던 부조리한 시대에 대한 고발의 성격도 있다. 츠바이크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망명해 있던 시기에 이 책을 썼다. 실제로 책 속에서 저자는 단순히 종교적 폭력과 광기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단일한 신앙이나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성되고 조작·지배되는 사회가 얼마나 끔찍한 공포정치를 낳게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카스텔리오의 삶은 역사 속에서 무수히 출현한 독재에 맞서 영웅적으로 투쟁한 참되고 올곧은 한 지식인의 전형을 보여주는 셈이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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