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2 22:22

희년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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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년 연구


들어가는 말

 

I. 희년의 성서적 근거

구약성서 안에 전승된 이스라엘 전승들은 대개 고대 근동 지방에서 통용되었던 다양한 관습법에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희년법은 신학적 성격에 있서서 고대 근동의 관습법들과는 전혀 다른 매우 특이한 성격을 띤 법이다.즉 희년의 주요 내용인 채무의 면제와 노예 석방 및 토지의 새로운 분배에 대한 요구는 고대 근동 세계의 수많은 사회개혁 시도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으나, 항상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러한 사회개혁 요구를 제도화하려고 한 것은 오로지 희년제도 뿐이었다. 그러므로 희년제도 연구는 성서에서 시작하여, 성서가 희년제도에 대해 무엇이라 말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우선된다 하겠다. 이에 필자는 본 장에서 희년제도에 대한 성서적 근거를 살펴보겠다.

 

A. 희년의 어원

우리말의 '희년'이란 영어의 'Jubilee'를 번역한 것이고, Jubilee는 히브리어의 '요벧'( :yobel)을 음역한 것이다. 문자적으로는 '세낱 하요벧'( :수양의 뿔의 해) , 또는 단순히 '하요벧'( :수양의 뿔) 의 '요벧'( )에서 유래하였다. 이러한 희년의 명칭이 붙게 된 이유는 이 독특한 50번째의 해가 '요벧'의 나팔소리에 의해 선포되었기 때문이다.

여호수아 6장에서는 '요벧'과 보통 나팔인 '쏘파르'( )를 구분하고있다. '요벧'은 제사장만이 소지하여 불렀던 것이고, 가나안 정복시 여리고 성을 무너뜨릴 때 사용하던 나팔이었던 반면에, '쏘파르'는 대부분의 백성이 갖고 다니며 불렀던 것이었다. 그러므로 전자에는 보다 큰 성결성과 초자연적인 효과가 부여 되었다. 이사야 27:13의 큰 나팔도 바벧론에게 정복당하여 분산되었던 이스라엘에게 새롭고 행복한 시대를 알려주는 '요벧'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요벧'은 특별한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특별한 시기, 그리고 어떤 특별한 용도로만 사용되었다. 따라서 속죄일인 7월10일에 불리워짐으로 희년의 시작을 알리고, 온 땅의 모든 주민에게 자유를 선포했던 '온 소리의 나팔'은 구체적으로 지적되지는 않았지만 레위기 25장10절 후반부에 암시된 바와 같이 '요벧' 임이 확실하다. 그러므로 희년이라는 말은 '요벧'에서 유래되었다.

 

B. 희년의 성서적 내용

희년에 대한 성서의 내용은 레위기 25장 8 - 55절에 나타나 있다. 본문은 크게 희년제도의 규정인 8 - 22절과 희년제도의 구체적 내용인 23 -55절로 구분하여 본문 주해식으로 살펴 보겠다.

 

1. 희년제도의 규정(8-22절)

여기서는 희년의 정확한 때를 계산하는 방법과 그 날의 기본 성격을 정의한부분(8 - 12절), 그 희년에 취할 기본 행동(13 - 17절), 그리고 희년을 지킴으로 얻어지는 유익(18 - 22) 들을 다루고 있다.

 

8 - 12절 : "너는 일곱 안식년을 계수할지니 이는 칠년이 일곱번인즉

안식년 일곱번 동안 곧 사십 구년이라. 칠월 십일은 속

죄일이니 너는 나팔소리를 내되 전국에서 나팔을 크게 불

지며 제 오십년을 거룩하게 하여 전국 거민에게 자유를

공포하라. 이 해는 너희에게 희년이니 너희는 각각 그

가족에게로 돌아갈지며 그 오십년은 너희의 희년이니 너

희는 파종하지 말며 스스로 난 것을 거두지 말며 다스리

지 아니한 포도를 거두지 말라. 이는 희년이니 너희에

게 거룩함이니라. 너희가 밭의 소산을 먹으리라."

 

레위기 25장은 1 - 7절에 안식년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안식년과 희년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8 -9절은 희년의 시기에 대한 정확한 날짜를 규정한다. 즉 7년에 한번씩 오는 안식년이 일곱번이 지난 49년째 7월 10일인 속죄일에 큰 나팔을 부는 것으로 희년이 선포되었다. 희년이 속죄일에 선포되었다는 것은 속죄의 과정을 통해 하나님과의 화해가 필요함을 암시한다.

10 - 11절에는 희년을 '50년이 되는 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시작되는 해와 마지막 해를 동시에 함께 세는 방식에 의해서 오십년이 된것이다. 10절에 의하면 이 해는 '거룩한 해'이며 '드로르'( :자유 또는 해방)가 선포되었다.

'드로르'라는 단어는 아카디아어의 '안두라루'(An-duraru:부채로 부터 해방)에서 온 차용어인데,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때에 따라서 왕이 이러한 면제령을 내리곤 하였다. 켈로그(Kellogg)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3가지면에서 드로르가 선포되었다. 첫째는 생활의 어려움 때문에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땅을 빼앗겼던 사람들에게 '드로르'가 선포되어 그 땅을 돌려 받았다. 둘째는 모든 히브리인 노예에게 '드로르'가 선포되어 희년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셋째는 땅에 '드로르'가 선포됨으로 땅을 경작하지 않고 땅에 해방을 주었다. 이러한 자유의 규정은 그 땅에 사는 모든 주민, 즉 경작지를 소유한 정착민들에게 주어졌다. 이들은 희년이 되면 그 사이에 떨어져 있었을 자기들의 소유지와 지파로 돌아 가야 했다. 이들이 소유지와 지파로부터 떠나야 했던 이유가 흔히 부채때문이었으므로, '부채로부터의 해방'은 '귀환'의 전제가 되었으며, 그와 더불어 원래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질서의 복귀를 위한 전제 조건이었다.

 

13 - 17절 : "이 희년에는 너희가 각기 기업으로 돌아갈지라. 네 이

웃에게 팔든지 네 이웃의 손에서 사든지 너희는 서로 속이

지말라. 희년후의 연수를 따라서 너는 이웃에게 살 것이

요. 그도 그 열매를 얻을 연수를 따라서 네게 팔 것인즉

연수가 많으면 너는 그 값을 많게 하고 연수가 적으면 너

는 그 값을 적게 할지니 곧 그가 그 열매의 다소를 따라서

네게 팔 것이라. 너희는 서로 속이지 말고 너희의 하나

님을 경외하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14절에는 땅을 사고 파는데 있어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 즉 다른 사람의 곤궁한 처지를 악용하여 이익을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리고 15 -16절에서는 희년이 되면 '해방되는 것'을 고려하여 매매 가격을 정하는 문제가 논의되어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인간은 그것을 위탁받은 자로 여겼기 때문에 땅을 사고 파는 것이 없었고, 구매자가 살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땅을 경작하는 권리였다. 그러므로 소출을 거둘 수 있을 햇수에 따라, 희년까지의 햇수가 많이 남았으면 비쌌고, 적게 남았으면 값이 싸게 되었다.


18 - 22절 : "너희는 내 법도를 행하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라. 그

리하면 너희가 그 땅에 안전히 거할 것이라. 땅은 그 산

물을 내리니 너희가 배불리 먹고 거기 안전히 거하리라.

혹 너희 말이 우리가 만일 제 칠년에 심지도 못하고 그 산

물을 거두지도 못하면 무엇을 먹으리요 하겠으나 내가 명

하여 제 육년에 내 복을 너희에게 내려 그 소출이 삼년 쓰

기에 족하게 할지라. 너희가 제 팔년에는 파종하려니와

묵은 곡식을 먹을 것이며 제 구년 곧 추수하기까지 묵은

곡식을 먹으리라."


여기서는 희년을 지키는 것이 저들에게 손해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큰 이익을 얻는 것임을 확신시켜 주고 있다. 약속의 내용은 첫째, 그들이 땅에서 안전히 거할 수 있고(18,19절), 둘째, 그들이 그 땅의 충분한 소출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19절) 특히 20절 - 22절에는 율법을 내리시는 야웨가 율법을 받아 준수하는 자들과 토론을 하는 것 같은 문구가 나온다. 여기서 야웨는 안식년에 먹을 것이 없을 거라는 항의에 대해, 6년째 해에는 두곱의 소출을 베푸는 복을 내릴 것을 약속한다.

18 - 22절에는 희년에 대한 말씀과 안식년에 대한 말씀이 겹쳐 나오는데, 이는 희년이 7번째 안식년과 동일한 해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21절에 야웨가 안식년에 먹을 것이 없을 거라는 항의에 대해 "삼년 쓰기에 족할 소출"을 주신다는 의미는 처음과 마지막 해를 계산에 넣는 히브리인의 계산법하에서 이해할 수 있다.

 

2. 희년제도의 내용 (23 - 55절)

23 - 55절은 희년제도의 내용에 대해 크게 4부분으로 설명해 준다.

첫째는 '토지무르기'에 대해서 23 -28절에서,

둘째는 '가옥환원'에 대해서 29 -34절에서,

셋째는 '이식없는 대부'에 대해서 35 - 38절에서,

넷째는 '노예해방'에 대해서 39 - 55절에서 설명한다.

 

a. 토지무르기 (23 - 28절)

23 - 28절 :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라 너

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너

희 기업의 온 땅에서 그 토지 무르기를 허락할지니 만일

너희 형제가 가난하여 그 기업 얼마를 팔았으면 그 근족이

와서 동족의 판 것을 무를 것이요. 만일 그것을 무를 사

람이 없고 자기가 부하게 되어 무를 힘이 있거든 그 판

해를 계수하여 그 남은 값을 산자에게 주고 그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그러나 자기가 무를 힘이 없으면 그

판 것이 희년이 이르기까지 산 자의 손에 있다가 희년에

미쳐 돌아올지니 그가 곧 그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니라."

23절의 서언은 다음에 열거되는 토지무르기 법령을 지배하는 근본 원리이다.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땅'은 신명기 26장 9절과 여호수아 21장 43절이말하듯이 야웨께서 주신 것이고, 각 지파에게 야웨께서 분배하신 것이다. 즉 땅의 원(원)주인은 야웨이시고 이스라엘은 그 야웨의 땅에 몸 붙여 사는 식객에 불과하므로 이스라엘인이 땅을 매매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한 이스라엘인이 빚을 져서 억지로 소유지를 팔아야 했을 경우에는 25절에 의하면 우선으로 '기업무를자'( )가 나서야 했다. 이는 가까운 친척 중 하나가 그 땅을 산 사람에게 땅을 팔 때 치룬 액수를 물어주고 그 판 땅을 다시 되찾아서 그것을 그 자신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려 줌으로써 대가족이나 지파의 연대감을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만일 그러한 '기업무를자'가 없거나, 있다해도 그 자신이 그것을 되돌려 살만한 능력이 없을 경우에는 26 - 27절에 의하면 그 땅을 판 사람 자신이 나중에 그것에 필요한 액수를 조달할 능력이 되면 그 땅을 되돌려 사려고 노력할 수 있었다. 이 액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로 낮아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27절에 의하면 땅을 판 것이 아니라 해마다 나는 소출을 판 것이므로 다시 되돌려 살 때에는 지나간 햇수만큼의 가치를 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28절에 나와 있는대로 되돌려 사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희년이 되면 제 소유지로 복귀되었다.

 

b. 가옥환원 (29 - 34절)

여기서는 가옥환원에 대한 희년제도의 내용을 다룸에 있어, 일반인의 가옥

(29 - 31절)과 레위인의 가옥 (32 - 34절)을 구분하여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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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 31절 : "성벽에 있는 성내의 가옥을 팔았으면 판지 만 일년 안에

는 무를 수 있나니 곧 그 기한 안에 무르려니와 주년 내

에 무르지 못하면 그 성내 가옥은 산자의 소유로 확정되

어 대대로 영영히 그에게 속하고 희년에라도 돌려 보내지

아니할 것이니라. 그러나 성벽이 둘리지 아니한 촌락의

가옥은 나라의 전토 일례로 물려주기도 할 것이요. 희

년에 돌려 보내기도 할 것이니라."

 
일반인의 경우 성벽 내에 있는 가옥과 성벽 밖에 있는 가옥이 구분되어 설명된다. 성벽 밖에 있는 가옥에는 희년법을 적용하여 희년이 되면 팔았던 가옥이 자동으로 복귀되도록 하였는데, 성벽 안에 있는 가옥은 1년 이내로 무르지 못하면 영원히 무르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켈로그'(Kellogg)는 희년법이 목축이나 경작에 사용되는 땅에만 연관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즉, 성벽 밖에 있는 집의 거주자들은 땅의 목자와 경작자이고, 그들의 집은 땅에 부수되는 필수품이며, 그들의 집이 없다면 그 땅도 사용 불가능하기 때문에 희년법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M.Noth는 이를 가나안의 도시법과 이스라엘의 토지법 사이의 대조라는 사회적 배경 하에서 설명한다.

즉 이스라엘인중 어떤 사람들은 가나안 정착 이전부터 벌써 가나안 도시에 살고 있었고, 거기서 그들의 가옥도 갖고 있었고, 자신들이 세운 성곽도시까지 소유하고 농사를 짓고 살고 있었기에 그들에게도 고대 가나안의 도시법이 적용되었고 성벽 밖에 살던 사람에게는 희년법이 적용되었다.

 

32 - 34절 : "레위 족속의 성읍 곧 그 기업의 성읍의 가옥은 레위 사

람이 언제든지 무를 수 있으나 레위 사람이 만약 무르지

아니하면 그 기업된 성읍의 판 가옥은 희년에 돌려 보낼

지니 대저 레위사람의 성읍의 가옥은 이스라엘 자손 중에

서 얻은 기업이 됨이니라. 그러나 그 성읍의 들의 사면

밭은 그의 영원한 기업이니 팔지 못할지니라."

 

도시 안에 있는 가옥이라 할지라도 레위인이 소유한 가옥들에는 희년법이 적용되었다. 이것은 33절에서 지시하는대로 가나안 입주 당시 레위인들이 야웨로부터 분배받은 기업은 농토가 아니라 도시들이었기 때문이다. 34절에는 레위인이 도시 주택을 소유할 때 그 도시 구역으로 간주되는 '들의 사면 밭'( )도 거기에 딸린 배당으로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밭은 전혀 사고 파는 것이 금지 되었다. 이 규정은 레위인의 소유를 보존하기 위한 관심사에서부터 내려진 것이다.

 

c. 이식없는 대부 (35 - 38절)

35 - 38절 : "네 동족이 빈한하게 되어 빈 손으로 네 곁에 있거든 너

는 그를 도와 객이나 우거하는 자처럼 너와 함께 생활하

게 하되 너는 그에게 이식을 취하지 말고 네 하나님을 경

외하여 네 형제로 너와 함께 생활하게 할 것인즉 너는 그

에게 이식을 위하여 식물을 꾸이지 말라. 나는 너희 하

나님이 되려고 또는 가나안 땅으로 너희에게 주려고 애굽

땅에서 너희를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여기서는 주로 동족끼리 서로 금전으로 도와줄 때는 이자나 장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가르친다. 즉 동일한 고난의 경험을 공유했던 히브리인 형제끼리는 이식을 전제한 꾸어 주는 일과 빌리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무엇을 빌려 와야 할 때, 그는 자기의 씨족이나 동족의 범위 안에서 지원자를 찾아야 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빌려 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어 주는 것을 거절하였다. 왜냐하면 빌려간 자들이 자신들에게 부과된 임무들을 충실하게 지키지 않았으며, 또 반환할 능력이 되어도 갚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대금'이란 이자없이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무이자 대출만을 계약서는 허용하고 있으며, 그것은 이스라엘 중에서만 시행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외국인에게는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이웃 백성들에게서는 모두 이자를 받으면서 대금하는 풍속이 획일적으로 통용되었다.

38절에는 그들이 계약의 하나님을 다시 강조하므로 이식없는 대부에 대한 명령을 확고히 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자비로우심처럼 동족에게 비로와야 한다.

 

d. 노예해방 (39 - 55절)

여기서는 노예된 자의 사면 또는 해방에 대한 희년제도를 다루면서 이스라엘 민족 안의 노예 (39 - 46절)와 이방인에게 팔려간 이스라엘의 노예 (47- 55절)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39 - 46절 : "네 동족이 빈한하게 되어 네게 몸을 팔리거든 너는 그를

종으로 부리지 말고 품군이나 우거하는 자같이 너와 함께

있게 하여 희년까지 너를 섬기게 하라. 그 때에는 그와

그 자녀가 함께 네게서 떠나 그 본족에게로 돌아가서 조상

의 기업을 회복하리라. 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

여 낸 바 나의 품군인즉 종으로 팔리지 말 것이니라. 너

는 그를 엄하게 부리지 말고 너의 하나님을 경외하라. 너

의 종은 남녀를 무론하고 너의 사면 이방인 중에서 취할

지니 남녀 종은 이런 자 중에서 살 것이며 또 너희 중에

우거한 이방인의 자녀 중에서도 너희가 살 수 있고 또 그

들이 너희 중에서 살아서 너희 땅에서 가정을 이룬 그 중

에서도 그리할 수 있는즉 그들이 너희 소유자가 될지니 너

희는 그들을 너희 후손에게 기업으로 주어 소유가 되게 할

것이라. 이방인 중에서는 너희가 영원한 종을 삼으려니

와 너희 동족 이스라엘 자손은 너희 피차 엄하게 부리지

말지니라."

 

여기서는 이스라엘 사람이 빚 때문에 자기 몸을 팔아야만 했던 경우를 다룬다. 그렇게 해서 그는 기본적으로 그를 산 사람의 소유물, 즉 노예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를 종처럼 대우해서는 안되며 '품군'이나 '식객'처럼 대우해야 했다. 즉 그들의 노동력을 요구할 수는 있었지만 그의 인격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디까지나 단지 '가난하게 된 형제' 불과할 뿐이고(39절), 그들도 역시 야웨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야웨의 종들'(42,55절)일 뿐 '인간의 종'은 아니기 때문이다.

히브리어 어휘 자체도 노예신분을 강조하지 않는다. 노예의 주인은 가장의 의미를 지닌 '아돈'( : 바깥어른)이라 불러지며, 소유주의 뜻을 가진 '바알'( )이라 불리는 일이 없다. 즉 이스라엘의 주종 관계는 소유주와 노예 (상품인) 의 관계가 아니라 부자주의 (Paternalism)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스라엘인은 다른 민족에게서만 진짜 종을 사들일 수 있었다. 그 외에는 이스라엘인들에게 몸 붙여 사는 '식객들'의 자손중에서 종을 사들일 수 있었는데, 이 식객들도 역시 대개는 외국인들로서 이스라엘 영역에서 상인이나 수공업자로 일하던 사람들이었다.

 

47 - 55절 : "너희 중에 우거하는 이방인은 부요하게 되고 그 곁에 사

는 너희 동족은 빈한하게 됨으로 너희 중에 우거하는 그

이방인에게나 그 족속에게 몸이 팔렸으면 팔린 후에 그를

속량할 수 있나니 그 형제 중 누구든지 속할 것이요 그가

부요하게 되면 스스로 속하되 자기 몸이 팔린 해로부터

희년까지를 그 산자와 계산하여 그 연수를 따라서 그 몸의

값을 정할 때에 그 사람을 섬긴 날을 그 사람에게 고

용된 날로 여길 것이라 만일 남은 해가 많으면 그 연수대

로 팔린 값에서 속하는 값을 그 사람에게 도로 주고 만일

희년까지 남은 해가 적으면 그 사람과 계산하여 그 연수

대로 속하는 그 값을 그에게 도로 줄지며 주인은 그를 매

년의 삯군과 같이 여기고 너의 목전에서 엄하게 부리지

못하리라. 그가 이같이 속하지 못하면 희년에 이르러

그와 그 자녀가 자유하리니 이스라엘 자손은 나의 품군이

됨이라. 그들은 내가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나의 품

군이요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여기서는 궁색해진 한 이스라엘인이 이스라엘인들 가운데 사는 부유한 외국인에게 몸을 팔았을 경우를 다룬다. 이 경우 외국인 주인은 노예의 속죄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노예의 몸 값을 지불하고 살수 있는 노예의 친척이 요구할 때, 또는 노예자신이 힘이 생겨 비용을 갚을 수있을때 그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 (48 -49절). 값을 치루지 못할 경우에는 문제가 되는 그 노예를 희년에는 자유롭게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외국인에게 요구되었다.

50 - 52절에는 종의 몸 값을 물고 되돌려 살 때 희년까지 남아있는 햇수를 따져서 그 가격을 매기는 것이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16, 17, 27절에 나오듯이 토지매매를 조정하는데 희년을 참작했던 것과 유비된다. 53절에는 노예를 혹사 (40,43,46절)하지 말고 인간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와 있는데, 이는 외국인이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이스라엘인인 종을 악하게 다루면 그것이 모욕적인 것이 된다는 암시와 더불어 나와 있다. 55절은 이스라엘인이 야웨의 종이지 사람들의 종이 아님을 다시 한번 단언함으로, 사람들의 노예가 되서는 안됨을 강조한다.

 

c. 희년과 연관된 성서적 내용

희년은 안식년이 7번 지난 후 50년째 되던 해 7월 10일인 속죄일에 선포되었다. 그리고 희년의 복음은 이사야 61장 1 - 2절과 예수님의 공생애 초기의 말씀인 누가복음 4장 18 - 19절과 연관되어 성서 전반에 흐르고 있다. 이에 필자는 여기서 희년과 연관된 성서적 내용을 안식년, 속죄일, 그리고 '은혜의 해' (사 61:1 - 2, 눅 4:18 - 19)로 구분하여 살펴 보겠다.

 

1. 안식년 (출 21:2 - 6, 23:10 - 11, 레 25:2 - 7, 신 15:1 - 18)

안식년(Sabbatical Year)은 7년을, 1주기로 할 때의 그 마지막 해, 곧 7년째 되는 해로써 이것은 고대 이스라엘의 시간 계산 제도였으며, 종교, 사회, 경제적 관습의 제도이기도 했다. 이것은 본래 '제 7 년'(Seventh year)이라고 표현되었고 (출 23:11, 느 10:31), 신명기 기자에 의해 '면제년'( : senat hasmita : 부채를 삭제하거나 면제해 주는해) 이라고 불리게 되었으며, 레위기에서는 '땅의 안식년'( : senat sabaton : 농업 활동을 중지하는 안식년) 이라고도 불렀다.

 

a. 출애굽기 21장 2 - 6절, 23장 10 - 11절

출애굽기 21장 2 - 6절의 종에 관한 법령에 따르면, 히브리인을 종으로 삼았들 경우 칠년이 되면 자유를 주어 내보내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때 주인은 종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의무는 없다(2절). 만일 그가 그의 종으로 들어올 때 아내를 데리고 왔었으면 아내도 함께 데리고 나가게 해야 하며, 주인이 그 종을 장가들여 그 아내가 아들이나 딸을 낳았을 경우에는 그 아내와 자식들은 주인의 것으로서 남종은 자기 혼자만 자유인이 될 수 있다. 종이 자유인이 되기를 싫어하면 귀바퀴에 구멍을 뚫어 영원히 종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6절).

출애굽기 23장 10 - 11절은 매 7년째 준수해야 할 농경지의 휴경을 설명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땅의 휴식'만에 관심을 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휴경지에 저절로 자라난 곡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강조한다. 그것은 백성 중의 가난한 자들이 거두어 먹도록 밭 주인은 손대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법을 지키도록 매어 있는 이들은 밭 주인이며 그 본래 강조는 토지 소산물에 대한 부자들의 독점을 견제하는 데 있다. 또한 땅을 놀린다는 것은 그 땅위에서 일하던 종들과 가축들의 휴식까지도 제공하는 것이다.

 

b. 레위기 25장 2 - 7절

레위기 25장 3 - 5은 출애굽기 23장 10 - 11절과 완전히 일치한다. 둘 다 토지의 안식을 말하고 있다. 안식년에는 땅을 쉬게 해야 되므로 파종도 금지되었고, 추수도 금지되었다. 여기서는 '땅의 휴식'의 동기가 종교적으로 나와 있다. 즉, 안식일이 되면 사람이 야웨 앞에서 쉬는 듯 안식년이 되면 땅이 야웨 앞에서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땅은 야웨의 것이다. 그러므로 야웨는 인간이 땅에서 휴식을 주지 않고 계속 파종하고 수확하여 땅을 쇠약하게 하는 것을 그대로 버려 두시지 않으신다. 이와 같이 땅을 묵히는 것은 땅으로 하여금 새 힘을 얻게 하여 보다 소출을 오래 내도록 하기 위함이며 사람들은 주인이나 종이나 할 것 없이, 심지어는 가축과 온갖 짐승들 마저도 땅이 내는 소출을 먹게 되는 혜택을 입게 되리라는 것이다(6 - 7절).

 

c. 신명기 15장 1 - 18절

여기서는 7년째 되는 해를 면제년이라 칭하고 있다.(1절) 2 - 11절에는 빚의 면제에 대해 설명한다. 이 명령 역시 야웨의 이름으로 선포되고 있으며, 이 요청에 응해야 할 대상은 약속의 땅을 유산으로 받은 백성들이다. 이는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백성은 그 위에 몸붙여 사는 색객에 불과 한것이라는 희년법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 12 - 18절에는 종에게 자유를 주는 규정이 있다.

동족인 히브리인이 남자건 여자건 종으로 팔려 왔거든 육년만 부리고 칠년째 되는 해에는 자유를 주어 내보내야 한다는 규정은 출애굽기 21장 2,5절의 것과 같다. 그러나 여기서는 종에게 자유를 주어 내보낼 때 빈손으로 내보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양 떼와 타작마당에 거둔 것과 손틀에서 짜낸 것을 한 밑천 되게 마련해 주어 내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2. 속죄일 (레위기 16장)

희년이 속죄일에 선포되었다는 것은 희년과 속죄일과의 깊은 연관성을 암시한다. 속죄일이란 히브리어로 '욤 하키푸림'( :27 - 28절, 25장 9절)이다. 유대교에서는 레위기 16장에서 시사해 주는 대로 7월10일을 속죄일로 지켰다. 이 날은 성소에 있는 대제사장이 모든 이스라엘의 죄를 속하기 위해 지성소로 들어가는 날로 오늘날에는 '욤 키푸르'( )로 알려져 있다. 신약에서는 이 날을 '헤 네스테이아'( )라 불리워졌다. 이 날에 대한 다른 명칭으로는 '금식의 절기'(필로)와 '중대한 날'(미쉬나)등이다.

일년에 한번씩 지켜지는 이 속죄일은 모세의 율법이 규정하고 있는 유일한 금식일이다. 이 날에 지켜야 할 의식은 레위기 16장에 잘 나타나 있다.그리고 이 날에 대한 보충적인 규정들은 레위기 23장 26 - 32절, 민수기 29장 7 - 11절에서 발견된다.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레 16:29, 23:27, 29; 민 29:7)라는 말은 이날이 금식일임을 암시한다. 그런데 이 날은 또한 '큰 안식일'(레 16:31, 23:32)로써, 아무 노동도 하지 말고 안식일을 준수해야 한다(민 29:7). 이날이 지닌 복잡한 의식과 다양한 기원은 모두 '이스라엘 족속 가운데 영원히 거하실 처소로 성전을 택하실 거룩한 하나님의 진노를 피하고 그의 보호아래 거한다.'는 단일한 목적을 위한 것이다 (겔 43: 7 - 9, 48: 35). 속죄 염소의 피를 성소에 뿌리거나 광야로 추방하는 의식의 목적도 '이스라엘과 제사장들과 성전을 더러운 죄에서 깨끗게 한다'는 것이다.

 

3. 은혜의 해 (이사야 61장 1 - 2절, 누가복음 4장 18 - 19)

예수님은 자신의 공생애를 시작하시며 사역 목적을 누가복음 4장 18-19절에 밝히고 있다. 즉,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 했는데 이는 이사야의 예언(사61:1-2)을 인용하신 것이다. 여기서 '은혜의 해'란 레위기 25장에서 언급한 희년을 가리킨다.

 

a. 이사야 61장 1 - 2절

본문의 표상은 레위기 25장에 있는 희년전승에서와 같이 하나님이 백성들 가운데 공의를 수행하는 창조주와 주권자로 묘사하는 시편 146편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여기서 나오는 희년의 표상은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성령에 의해서 사신으로 기름부음을 받은 자가 선포하는 '하나님의 통치'이며, 또 하나는 '가난한 자에 대한 복음선포'이고, 마지막 하나는 여러가지 억압과 포로됨으로 부터의 '해방'이다 (1,2절).

이 표상의 핵심은 '희망을 전혀 가질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로운 통치에 의해 희망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즉, 나쁜 소식만을 듣고 살던 가난한 자들이 좋은 소식을 듣고, 갇혀있는 자가 풀려나며, 앞을 못보던 이가 눈을 뜸으로써 신체의 자유를 획득하고, 노예상태에 있거나 억눌린 자가 자유롭게 된다는 것이다. 이사야의 선언은 포로된 자를 자유케하고 경제적 이유로 노예가 된 자를 해방시키는 선언이다. 또한 그 선언은 이스라엘과 그 백성 개개인에게 해방과 자유를 가져오는 사역에 헌신할 것을 촉구하는 부름이다. 마침내 이사야는 하나님이 그의 구원의 실현을 위하여 은혜롭게 정하신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한다. 이것은 하나님이 인간 사회 속에서 지정하신 '해방의 해'이다.

 

b. 누가복음 4장 18 - 19절

신약성서에서 희년의 표상이 가장 명백하게 반영되어 있는 본문은 누가복음4장 18 - 19절이다. 이 구절은 누가복음의 주제를 나타내 주고 있다. 여기에서는 예수의 정체성과 그의 선교의 동기를 정의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선교활동의 본질을 밝혀주고 있다. 18 - 19절의 맥락인 4장 16 - 21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수는 광야에서 사단의 시험을 받은 후, 고향 나사렛으로 돌아 오신다. 어느 안식일날 예수는 동네의 회당에서 성서를 낭독하신다. 낭독한 본문은 이사야 61장 1 - 2절 말씀으로 회당의 회중이 익히 잘 알고 있는 희망과 약속으로 가득찬 구절이었다. 다 읽으신 후 예수는 그 말씀이 이 자리에서 성취되었다고 선언하신다. 이로인해 예수는 회중으로부터 배척을 당하시게 된다.

예수는 그의 선교 서두에서 이사야의 선언을 인용하고 있다. 예수의 선교는 희년전승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예수는 "이글이 오늘날 너희귀에 응하였느니라."(4:21)고 선언한다. 이 말은 '주의 은혜의 해'가 도래했다는 말이다. 즉, 희년의 복음이 예수와 그의 선포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II. 희년의 사회적 의미

희년은 노예와 토지와 가난한 자의 빚을 사면하고 해방시키는 위대한 해로 노예가 된 인간과, 빚 때문에 빼앗긴 땅과 빚 자체에 관해 모든 경제적 사면을 해 주었다. 그러므로 이 해는 기쁨과 사면의 해라고 불린다. 이 희년법은 토지 소유의 무한한 팽창을 금지하고, 잃었던 집을 되찾고, 무겁고 괴로운 부채에서 해방되고, 절망적인 노예상태에서 벗어나 자유와 평등을 향유하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희년법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사회적 요소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는 사회적인 법이다. 이에 본 장에서는 희년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희년의 4가지 내용인 토지무르기, 가옥환원, 이식없는 대부, 노예해방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A. 토지무르기

희년의 궁극적 의미는 해방이며 그 구체적인 것은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소유권 박탈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그 중 토지에 관한 소유권 회복은 땅이 이스라엘의 삶의 터전이기 에그 무엇보다 우선된다. 이에 여기서는 토지무르기의 사회적의미를 살펴보겠다. 먼저 배경적인 고찰로 이스라엘의 토지(땅) 개념을 살펴보고, 희년의 토지무르기가 이스라엘 공동체에 어떤 사회적 의미를 주었는지 고찰하겠다.

 

1. 이스라엘의 토지

구약성서는 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록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의 두발을 이 땅 위에 굳게 디디고 서서 이 땅의 삶을 그들 관심의 촛점으로 삼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폰 왈도우 (Von Waldow) 는 "구약성서의 토지 개념이 계약 개념보다 구약성서에서 더 많이 다루어지고 있다"고 말하면서 구약성서의 토지 신학론을 주장한다.

 

a. 이스라엘 초기의 토지

이스라엘 민족 역사의 중요한 사건 - 가나안 정복, 왕국 출현, 바벧론 포로이송 - 들은 모두 땅과 연관된다. 땅에 대한 약속은 오경의 중요한 주제이다. 이것은 "내가 장차 보여줄 땅"(창12:2)으로 가라고 아브라함에게 지시한 야웨의 약속으로부터 시작된다. 출애굽기 서두에 야곱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땅이 없어서 에집트인들에게 학대 받는 내용이 나오는데, 바로 그러한 때에도 야웨 하나님은 모세에게 땅의 약속을 해 주신다.

"내가 내려와서 그들을 애굽인의 손에서 건져내고 그들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아름답고 광대한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곧 가나안 족속,

헷 족속, 아모리 족속, 브리스 족속, 히위 족속, 여부스 족속의 지방

에 이르려 하노라." (출 3:8)

 

이처럼 땅에 대한 약속은 5경 전체를 꿰뚫고 있는 하나의 커다란 주제이다. 폰 라드 (Von Rad)는 구원사적인 입장에서 야웨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나안 땅을 허락해 준 것을 야웨의 커다란 구원 행위라고 간주한다. 그러므로 그는 여호수아를 포함한 육경 전체가 하나의 단위를 이룬다고 보았다. 즉 아브라함에서 주어진 약속이 여호수아에게서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신명기 26장에서 이스라엘은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이 곳으로 인도하사이 땅 곧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셨나이다" (신 26:9).이 신앙 고백은 농사의 첫 열매를 거두어 하나님께 바치는 감사 예배 중에 읊은 것이다. 그러므로 땅의 선물은 처음부터 이스라엘 예배에 중요한 몫을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야웨는 모든 토지의 주인이고 이스라엘은 그것을 위탁받은 자라는 이해는 이스라엘 초기부터 있어왔다. 특히 여호수아서 13장부터 21장의 '토지 분배' 내용은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즉 토지는 하나님으로부터 유업으로 받은 것이기에 골고루 나누어 가져야 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한다는 의식아래 그들은 제비를 뽑아 토지를 분배하였고, 유목민들의 관습을 그대로 보존하려 했다. 토지의 소유권은 씨족이 갖고 있었으며, 토지를 관리하는 자는 그 땅을 외국인들에게 팔 권리가 없다는 유목민적 관습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정착 이후에도 그대로 보존되었다.

그러나 모든 지파들에게 주어진 영토의 경계선은 명확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각 지파 사이의 관계가 좋을 때는 영토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으나 그렇지 않을 때는 온갖 분쟁의 이유가 되었다. 이러한 전쟁에서 승리한 지파는 다른 지파의 토지를 약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활양식과 사회조직 안에서는 사회계층의 차이는 거의 있을 수 없었으며 더구나 빈부의 격차는 실제로 불가능하였다. 씨족 전체가 가난하거나 부하거나 하는 차이는 있을지언정 아직은 그 씨족 내에서 개인 간의 빈부 격차는 없었다. 이와 같이 이 시기에는 아직 토지의 빈부 격차는 없었으며 모두가 분배받은 땅은 경작하던 평등한 사회였음을 알 수 있다.

 

b. 왕정시대와 그 이후의 토지

이집트에서는 모든 토지가 바로나 신전들의 소유였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왕과 성소들이 아마 광대한 토지들을 소유하고 있었다. 공동체들과 개인들도 일정한 토지에 대하여 소유권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런 토지에 대하여서는 왕도 소유자로부터 매입함으로써만 사용권을 발동할 수 있었다. 왕은 이런 식으로 구입한 토지들이나 자기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들을 통하여 자기의 영지를 구성하였다. 영지는 어느 개인에게 할양하여 주지만, 그가 마음대로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조건 하에 주는 땅이요, 그는 이에 더하여 개인적으로 토지를 할양한 자에게 봉사할 책임을 지게 된다. 이런 봉건제도는 근동에 아주 만연되어 있었다.

이스라엘은 후기에 와서야 비로소 근동의 이러한 발전과 연결되었고, 중앙 집권화된 국가가 된 것도 후기에 와서야 비로소 나타난 현상이었다. 사무엘이 백성들에게 시사한 사실도 왕이 백성들에게 자기의 토지를 경작하도록 부려먹고 그들을 시켜서 자기의 농산물을 거두어들이게 할 것이며 백성들의 포도원들과 감람원들을 빼앗아 자기 하인들에게 넘겨줄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것은 사울 통치하에서 현실화되었다.

그가 왕이 되기 전에는 근소한 부모의 재산만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왕이 된 후 그는 밭과 포도원들을 자기의 하인들에게 분배할 수 있었으며 또 그가 죽을 때에는 상당한 재산을 남겨 놓았다. 왕들은 처음에는 이스라엘민족이 아닌 가나안 사람들의 토지를 사들였으나, 후에는 처형된 자의 토지, 나라를 떠난 사람들이 남겨 놓은 토지, 선물로 들어오는 토지, 탐나는 토지의 징발 등으로 이스라엘의 땅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토지를 관리하기 위해서 관리를 임명하였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과세를 부과했다.

반면에 이스라엘의 소작농들은 빈궁에 쫓긴 나머지 자기 조상의 토지를 매각하게 되었고, 이는 대지주 또는 왕에게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이처럼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땅을 왕들과 대지주들이 마음대로 다루었다. 그러나 그 결과 그들은 그들의 땅을 바벧론에게 빼앗기게 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스라엘 초기는 토지란 하나님께서 선물로 분배해 준 것이라는 이해 하에 평등한 사회였으나, 그 후 왕정이 시작되면서 왕과 대지주들이 토지를 더욱 많이 소유하였고,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들의 뜻대로 사용하였다. 그 결과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었고, 종국에는 토지를 잃는 아픔을 당하게 되었다.

 

2.토지무르기의 의미

희년의 토지 이해는 이스라엘은 하나님에게 몸붙여 사는 식객에 불과하며, 따라서 분배받은 땅은 하나님의 것이고 팔 수 없으며 가난 때문에 팔았다해도 다시 되돌려 살 수 있어야 한다 는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도로 찾을 힘이 없을 경우에는 희년에 자동적으로 원래의 소유자에게 돌아오게 되었다. 여기서는 토지무르기의 의미를 "야웨의 소유로서의 토지"와 "토지를 되돌려 사는 것"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겠다.

 

a. 야웨의 소유로서의 토지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와 그 중에 거하는 자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시 24:1)라는 시편 기자의 표현은 레위기 25장의 희년에 관한 규정인 "토지를 영영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것임이라. 너희는 나그네요 우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 레 25: 23) 라는 땅에 대한 야웨의 소유권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이처럼 토지무르기의 의미는 토지에 관한 야웨의 소유권이다. 이것은 바로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성이다.

이스라엘은 야웨의 명령과 도움에 따라 가나안 땅을 정복했으므로 야웨를 그 땅에서 땅의 주인으로 섬기는 것은 당연했다. 이스라엘은 땅에 대한 아무런 권리 주장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생계와 생존과 안전은 모두 땅 주인인 야웨 하나님께 달려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토지무르기는 땅이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없음을 나타낸다.

땅은 어디까지나 유업이었다. 유업( )이란 말은 소유 재산, 상속재산 등이란 의미로 야웨가 가나안을 이스라엘에서 약속으로 준 것, 각 부족들이 서로 분배받은 땅, 또는 선조에게 물려받은 상속 혹은 분깃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와같이 토지무르기란 야웨가 이 땅의 소유주라는 것을다시 확인하고, 하나님의 소유권을 회복하는 것이다.

 

b. 토지를 되돌려 사는 것

레 25:25절은 파산하여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하여 재산을 회복하려는 동족의 의무인 토지를 되돌려 사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 불(Buhl)은 저당물을 대신주는 사람이 가난한 자에게 그것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부동산을 사는 것이 아니고 씨족 또는 공동체를 위해서 사는 것이라 한다. 이 "되돌려사는 것"은 가족 안정을 표현한 것이며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유산을 분배할 때 토지는 다른 동산과 같이 분배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장자에게만 전부를 주든가 또는 아들이 없을 경우 그 토지가 그의 딸에게 양도된 것, 딸을 자기 종족안에서만 결혼하도록 통제한 것, 또한 자식이 없는 과부가 자기 시동생의 아내가 되도록 규정한 결혼법등은 모두 그 가족의 토지가 다른 집안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이와같이 토지를 그의 가족이나 씨족이 되돌려 사는 것은 가난한 자와 나그네를 보호하고 개인의 사유 재산을 극대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B. 가옥 환원


1. 이스라엘의 가옥 개념

고대 이스라엘에 있어서 한 개인은 어떤 공동체안에 예속되어 있을 때만 생존이 가능했다. 이러한 공동체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대한 단위가 곧 가족( ) 이였다. 가족이 모여서 씨족이 되고, 씨족이 모여 지파가 되고, 지파가 모여 민족이 되었다. 여호수아 7장 16절 - 18절은 민족 - 지파- 가족 - 개인이라는 사회구조의 계통을 분명히 설명해 주고 있다.

여기서 가족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바이트'( ) 는 보통 두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하나는 가시적인 집인 '가옥'을 의미했고, 다른 하나는 불가시적인 집인 '가족'을 의미했다. 특별히 가족을 의미할 때는 "아버지의 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것은 한 가족에 있어서 아버지가 책임을 진주요 인물이라는 뜻이다.

또한 가족은 혈연공동체와 동시에 거주공동체를 통하여 결속된 모든 자들로 구성된다. '가족'이란 '한 집'을 가리키며, '한 가정을 건설한다'는 것은 '한 집을 세운다'는 표현으로 나타난다.(느 7:4) 가족에는 자녀들 뿐만 아니라 그 집에 함께 우거하는 자, 즉 남녀 종들과 그 집의 최고 어른의 보호하에 있는 실향자, 과부, 고아들을 포함한다. 이처럼 가정은 거의 모든 자들의 생활보장을 전담했고, 가정의 밖에서는 거의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으며, 더우기 가정이 없는 개인이란 생존의 수단이나 보호자가 없는 것과같았다.

이스라엘인들이 처음 정착하고 토지를 분배받았을 때 그들은 대체로 사회적인 처지가 균등했다. 모든 부는 모든 가족에게 골고루 분배되었고, 모든 가족은 거의 균등한 집을 짓고 살았다. 그러나 이스라엘 왕조 이후 일종의 관리 계급이 출현했고, 이들은 자신들의 지위와 왕이 베푸는 호의를 바탕으로 온갖 이익을 누리며 막대한 토지와 호화스런 가옥을 지었다. 이러한 현상은 왕조말기에 더욱 확연히 나타나며 특별히 예언자들의 규탄의 대상이되었다.

아모스는 "겨울 궁과 여름 궁을 치리니 상아궁들이 파멸되며 큰 궁들이 결판나리라"(암3:15)라고 말함으로 백성들 사이에 불의한 재물을 축적하여 호화스런 주택을 짓은 자들을 경고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스라엘에 있어서 집이란 개인의 생존을 보장하고 보호처가 되는 가족의 기본적, 거처였다. 그러나 왕정이후 집이란 대지주와 왕들의 부의 축척의 수단이 되었다.

 

2. 가옥환원의 의미

가옥환원에 대한 희년의 적용은 토지 무르기와 기본적으로 흡사하다. 그러나 여기서는 성벽안과 밖을 구분하여 성밖의 가옥에만 희년법을 적용한 것과, 특별히 레위인들의 소유인 도시 가옥에 희년법을 적용한 것이 특이하다. 이는 가난한 도시 밖의 시골 사람들과 경제적 타산을 목적으로 하지않는 레위족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땅이 주어지면, 그곳에서는 결코 집을 팔지 말 것을 명하신다. 이는 집을 팔게 되면 그 가족은 파괴되고 노예로전락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쩔수 없이 집을 팔았을 경우 희년이 되면 모두 원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했다.

레위인의 기업과 도시 밖의 가난한 사람들의 가옥은 생존의 마지막 보루이다. 또한 그것은 하나님으로 부터 분배받은 유산이었다. 그러므로 생을 출발할때 주어진 원 자본인 그 유산은 절대로 지켜져야 했다. 이와같이 희년에 가옥이 환원된 것은 힘이 없는 도시 밖의 가난한 자와 레위인들의 최소한의 기본적 삶을 보호하기 위함이요, 야웨로부터 물려받은 기본 유산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C. 이식없는 대부


1. 이스라엘의 대부
 
기원전 2천년기 초부터 셈족들 간에 공통된 관행이 되었던 이자를 부과하는 행위는 5경에 의해 위축되었고 정죄되었다. 그런 관습들은 씨족내 친족들 사이에서 이자없이 혹은 개인적인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데서 유래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 있어서 위법행위는 빈번했고, 이런 범법행위들은 예언자들에 의해 격렬하게 정죄되었다. 에스겔과 느헤미야는 자기시대 사람들에게 돌이켜 율법을 엄격히 지키라고 요구했다.

"이자"는 히브리어로 '네섹'(;neshek), 문자적 의미로는 '물기'를 나타내며, '타르비트'( ;tarbit)는 문자적 의미로는 '증가'를 나타낸다. 아마 처음에는 네섹이 모든 종류의 대부를 묘사한 것 같다(비교,신23:20). 그러다가 후에 가서는 돈으로 빌려주는 것에 제한되었고 타르비트는 곡물의 대여를 표시했을 것이다.

고대 근동의 높은 이자율이 만연한 것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동족끼리 돈을 꾸거나 이식을 취하는 것을 금했다. 그러나 이자받기를 금하는 대상은 '내백성'(출 22:24)과 '너희 동족'(레 25:35)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신명기에는 외국인에게는 이자를 받아도 된다고 하였다. 이는 본래 동족의 가난한자를 위하여 대부를 하여야 하나, 상업적 목적으로 외국인에게 대부를 하는 것도 허용되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이스라엘 초기에는 공동체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서로 무이자로 동족 간에 도와주었다.

그러나 왕정 이후에는 경제적 발전과 외국인들의 새로운 풍속들을 율법에 제시된 규정을 위반하였다. 시편 15:5에서는 여호와의 장막에 유할 자는 "변리로 대금치 아니하며 뇌물을 받고 무죄한 자를 자를 해치 아니하는자" 라고 하였다. 즉, 의인은 이자를 받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나중에는 이 제재도 무시되었고, 차용자에게 가혹하게 되어 그의 자녀를 노예로 삼기도 하였다. 이러한 상황은 바벧론 포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다. 성전재건 후 느헤미야는 고리의 이자 때문에 유다의 가난한 자들이 집과 재산을 잃게 되었다고 말한다.

 

2. 이식없는 대부의 의미

레위기 25:35 - 38에서는 동족끼리 금전으로 도와줄 때는 이자나 장리를 취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반면에 신명기 15:1 - 6의 면제년에 대한 법규에서는 안식년에 채무자들의 빚이 탕감된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법의 목적은 살기위해 자신을 팔 수 밖에 없는 극단적인 가난을 방어하는 것이다. 빚은 어떤 경우건, 특별히 가난한 사람에게는 짐이 된다. 그런데 이자가 붙여진다면 빚은 채무자에게 더욱 무거워진다.

따라서 희년법은 고리대금을 금지한다. 뿐만 아니라 동족에게 어떤 형태로든 이자를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 똑같은 구원을 경험했던 평등한 동족 사이에 고리대금업은 결국 가난한 자를 노예로 전락시키므로 신분의 계층화가 생겨나고, 그들의 소망인 평등사회 이념을 깨어지게 한다.

오히려 이스라엘은 면제년법 ( 신 15:1 - 18)과 희년법 ( 레 25:35 -38)을 연결시킴으로써 '사면의 해'에 가서는 이식은 물론 빌려준 자의 원금까지도 탕감, 소멸되게 해 버린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는 안식년이나 희년이 가까와지면 꾸어 주는 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생기므로, 안식년법은 오히려 그러한 기피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면제를 강조한 이유에 대해 맥켄지 ( R.A.F.Mackengie)는 "안식년이 상업적인 실용규칙을 위해서 경직된 의미로 만들어진 법이 아니라 우정 깊은 자선을 권면하는 인도주의적 의미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라고 도덕성을 강조한다. 이는 레위기 25:38에 나타난 출애굽 신학, 즉 이스라엘이 야웨의 인도하심으로 애굽의 종살이로부터 해방을 얻은 민족이므로 이스라엘도 역시 가난의 질곡 속에 있는 형제를 적극적으로 도와야 하고, 형제를 통해 이득을 얻기 보다는 그들을 돕는데 관심해야 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이식없는 대부와 대부의 면제에 대한 사회적 의미는 동족의 경제적 파산을 구제하므로 그들 사이의 공동체 의식을 더욱 견고케하기 위함이라 하겠다.

 

D. 노예해방

 
1. 이스라엘의 노예제도

노예제도란 한마디로 사람이 사람을 소유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것은 고대근동에 널리 통용되던 제도였으며 구약의 많은 부분도 노예에 관한 법을 다루고 있다. 노예는 엄격히 말해서 '물건'이었다. 노예가 불구가 되거나 살해되었을 때 그 손실에 대한 보상은 상전이 받게 되어 있다. 노예 자신은 절대로 피해 당사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에베르'( : 종, 섬기는 자)는 본래적인 의미에서 '노예'를 의미한다. 여기서 노예란 부자유하고 타인의 세력하에 사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이 단어는 왕의 권력이 절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근거에서 왕의 하인들, 특히 왕의 용병들과 왕의 군인 장교들과, 고급 관리들과 왕에 대한 봉사의 의무로 인하여 여타의 사회적인 모든 구속력을 단절시킨 자들을 의미한다. 또한 이 개념은 의미의 확대를 통하여 겸손을 나타내는 단어도 된다.

이스라엘인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노예로 전락할 수 있었다. 첫째는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진 경우이다. 곤경에 빠진 자가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는 대부분 부채를 지불할 수 없게 되었거나 자신의 몸을 담보로 내어놓고 빚을 얻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스라엘 사람들중 부채를 지불하지 못하는 채무자를 강제로 데려다가 노예로 삼는 경우는 여러 자료를 통하여서도 증명된다.

예를 들면 아둘란 동굴에서 다윗에게 가세한 자들 가운데는 채권자에게서 도망한 채무불이행 채무자들이 다수 있었고, 어느 여인이 부채로 인하여 자기 두 아들이 채권자의 노예로 될 형편에서 엘리사가 나타나 그들을 위하여 기적을 행한 사건도 있다. 또한 이사야 50:1 에서 야웨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내가 어느 채주에게 너희를 팔았느냐"고 질문하신다. 포로후기에도 부모는 채무지불에 대한 담보물로서 자기의 아들과 딸을 저당잡힌다.

이 경우 빚을 갚지 못하여 저당잡힌 아들, 딸이 노예가 되었다. 이와같이 자유인이었던 이스라엘인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질 경우 노예로 전락하곤 하였다. 둘째는 도둑질을 하였으나 변상할 능력이 없을 경우이다. 여기서 도둑이 노예로 팔리도록 제정된 이유는 도적질한 것에 대한 벌이 아니라 재산손실에 대해 주인에게 보상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세째는 전쟁의 포로들의 경우이다. 전쟁포로들과, 어떤 경우에는 전쟁에서 패한 국가의 국민들이 큰 무리의 노예로 전락했다는 사실은 고대근동의 전쟁사에 충분히 인정되고 있다. 전쟁포로들을 노예화하는 수법은 이스라엘 사람들에 의해서도 사용되었다.

이와같이 성서에도 이스라엘인이 노예가 되는 경우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나 성서의 법 규범은 제한적이기는 하나 노예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있다. 상전이 종을 학대할 경우는 있겠으나, 매질을 해서 종이 영영 불구가 되면 사지를 잃게한 댓가로 종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 만약 매질로 인해서 종이 즉사하면 상전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성서는 노예제도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노예해방을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애굽기 21:2 - 6에 의하면 6년 동안의 노예생활이 지난 다음에 남자 노예들은 해방되어야 하고, 신명기 15:12 - 17에 의하면 남녀 노예들이 똑같이 6년동안의 노동을 한 다음에는 해방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유인이 되는 것을 거부하면 일평생 노예로 머물게 되었다. 이러한 경우에는 주인이 집의 문기둥에 종의 귀를 대고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그 노예가 자기 집에 영구히 머물게 할 수 있었다. 레위기 25장에 의하면 희년이 되면 이스라엘의 모든 노예가 해방되었다. 희년에는 이스라엘의 노예들이 자신의 자녀들과 함께 해방되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스라엘인은 여러 경우에 노예로 전락될 수있었으나 율법은 무제한적인 노예의 존재를 거부하며, 부분적이기는 하나노예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있다.

 

2. 노예해방의 의미

희년은 그 적용범위가 한 개인에 국한되지 않으며 그 파급 효과는 사회 전반에 걸치고 있다. 이는 안식년과 희년의 본래적인 성격이 개인적 차원의 인도주의 정신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특성을 지닌 사회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인간 본연의 자유에로의 희구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희년의 노예해방은 고대근동이나 희랍의 노예제도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이스라엘인인 형제와 동족 사이에는 본질적으로 '노예'라는 것을 있을 수없다는 사상이다. 그러한 종 또는 노예상태는 단지 '빈곤'이라는 것 때문에 생긴 하나의 결과이기 때문에 종으로 자신을 판형제라고 해서 '종 부르듯 엄하게'다스려서는 안되고 단지 '품꾼'이나 '식객'으로만 대하라고 희년법은 명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어디까지나 단지 '가난하게 된 형제'에 불과 할 뿐이고, 그들도 역시 야웨 하나님께서 애굽으로부터 인도하여 낸 '야웨의 종들'일뿐 인간의 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출애굽 이전에 노예의 굴레를 경험하면서 노예제도의 불합리성, 이에 대한 거부감들을 의식적으로 지니고 있었다.

즉, 노예 소유자가 인간을 완전소유하여 노동력을 혹사하고 나아가서 매매, 양도 심지어는 살상까지 임의로 할 수 있는 인신지배권을 가지고 최대한 그들의 가치실현의 대상으로 다룬 것이 노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에 대한 반영은 가나안 정복 이후, 초기 이스라엘 ( 1250 - 1050 B.C )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사회,경제적 평등사회 구조를 실현하려 했던 것이다.

희년의 노예해방은 자유를 갈구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동기를 법을 통해 실현시켜 주는 것이다. 인간존중의 사상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며,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역사 가운데 실현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노예를 부리는 주인의 개인적인 선택에 의존하지만 이것이 제도화되고 사회 전체적으로 파급될 때, 정의사회, '샬롬 ( )공동체'는 이루어 지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어디까지나 형제들로 구성된 백성이므로, 이 희년의 노예해방은 이스라엘 백성들 간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 주고, 하나님의 한 백성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

 

III. 희년의 신학적 의미

구약에 규정된 희년법은 단순히 '인도주의'(Humanitarianism)에만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어떠하신 분이신가?'

라는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갖는다. 이스라엘 백성은 에집트에서 노예살이를

경험할 때 야웨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구해주셨다. 그러므로 그들은 야웨의

종이었다. 만약 그들이 다른 사람들의 종이 된다면, 이는 그들에 대한 하

나님의 권리가 노예 소유주들에 의해서 침해 당하게 되는 것이다. 어느 누

구도 하나님을 섬기며 그의 종을 억압할 수는 없다. 가옥과 토지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와같이 희년은 백성들에게 평등성을 회복시켜 주며 경제적 파산으로 몰

락한 그들에게 자유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준다. 뿐만 아니라 희년을 선포

하신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시며, 이 명령을 받아들여야 할 이스라엘은 어

떤 공동체인가를 설명한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희년은 신학적 동기에서

출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희년의 신학적 의미를 논함에 있어서, 희년의 선포자이

신 야웨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시며, 이 희년법을 받는 대상인 이스라엘은

어떤 공동체인가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희년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희년의

성취자 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통해 희년의 신학적 의미를 고찰해

보겠다.

 

A. 야웨 하나님 - 희년의 선포자

짐멀리 (W. Zimmerli)는 구약에 나타난 하나님 사상에 대해 "하나님은 모

든 피조물과 모든 백성을 다스리시는 주인이시며, 억눌린 자의 부르짖음을

들이시고 그들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분이시다." 라고 말한다. 이러한 하나

님 사상은 희년법에도 나타나 있다. 희년법에 나타난 하나님 사상은 양면

성이 있는데, 그것은 창조주와 구속주라는 것이다.

 

희년이 안식일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토지의 주인이 야웨라는 것 은 하나

님이 만물의 주이시며 창조주이심을 나타낸다. 또한 희년이 속죄일과 연관

이 있으며 야웨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에집트에서 구해내신 것, 그리고 '기

업무를자'( )가 궁극적으로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하나님이 구속주이

심을 보여준다.

이에 여기서는 희년의 선포자이신 하나님을 창조주와 구속주로 살펴보겠다.

 

1. 창조주 하나님

희년법은 안식년에서 안식년은 안식일제도에서 유래되었다. 안식일에는 가

족, 노예, 가축 모두가 일을 하지 않고 쉬었다. 즉 안식일에는 모든 것들

- 남자와 여자, 부모와 자녀, 고용자와 피고용자, 원주민과 이주민, 가축과

땅등 - 이 함께 안식했다. 이는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만믈을 하나님께서

처음 창조하신 모습대로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신명기 10장 14절을 보면 "하늘과 모든 하늘과 땅과 그 위의 만물이

본래 하나님 여호와께 속한 것이로되" 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야웨 하나

님께서 눈에 보이는 모든 피조물에 대한 소유권과 통치권을 갖고 계시다는

것을 나타낸다. 야웨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셨기에 이에 대한 통치권과

소유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야웨 이해는 땅, 가옥, 사람에 대해서

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희년에 모든 유업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

는 것, 토지를 쉬게한 것은 야웨가 그 유업의 주인이라는 '모노 야웨이즘'

(Mono - Yahwism) 에 부합된다.

 

초기 이스라엘이 가졌던 이 사상은 혁신적이고 비 철학적인 '실천적 유일

신론'(Practical Monotheism)이요, 땅과 가옥과 몸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인

간의 기본 유산의 주인이 오직 야웨 뿐이라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6일간

창조하셨고, 7일째 안식하셨으므로 너희도 남종과 여종, 집안에 머무르는

식객이라도 일을 시키지 말라 는 안식일 사상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

하신 분이시요, 이 세상을 통치하시는 분이시라는 창조주 사상에 근거한다.

이와같이 희년에 모든 유산을 원 주인에게 돌려주고, 토지를 쉬게하는 것은

야웨 하나님이 이 모든 것의 창조주이심을 드러낸다.

 

2. 구속주 하나님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려고 또는 가나안 땅으로 너희에게 주려고 애굽 땅

에서 너희를 인도하여 낸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레 25:38)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애굽에서 종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여 구원하신 분이

시다. 이 구원 사건은 하나님이 구속주이시라는 것을 온 이스라엘로 하여

금 고백하게 만들었다. 레위기 25장의 희년법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

을 구원했다는 사상을 근거로 한다.

 

출애굽 구원 사건은 인간의 역사 행위가 아닌 하나님의 활동하심이다. 출

애굽은 하나님께서 그의 구속 역사의 준비, 전개, 구원 역사의 완성을 이스

라엘 백성들에게 완전한 계시한 사건이었다. 또한 출애굽 신앙은 구약의

신앙고백의 근원이며, 야웨 하나님이 그들의 삶 속에 현존하심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출애굽 전 이스라엘은 사회 경제적으로 애굽에서 소외당했던 어려운 상태

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야웨께 그들의 고통과 억압

당함을 울부짖음으로 하나님으로부터 구원을 얻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정치적 해방사건이 아니었다. 이것은 종교적 해방을 포함한 총체적 구원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 전 역사의 핵심이요, 이스라엘 공동체를

새롭게 출발시킨 창조 사건이었다.

 

이 출애굽 사건은 모세의 작품도, 바로왕의 선의도, 히브리 사람의 혁명적

성과도 아니었다.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구원한 것은 순전히 하나님의 역사

요, 하나님의 은혜였다. 이러한 사유로 인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애굽의 종

살이를 기억하여 종을 무조건 석방하도록 명령받았다. 신명기 15장 12절에

는 여종도 그와 같이 하되 새 생활을 위한 밑천을 그 손에 쥐어주며 내보내

라고 하였을 뿐 아니라, 희년에는 전쟁 포로로 끌려온 이방인 종에게도 자

유를 선포할 것을 명하였다. 이와같이 희년법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구속

자이시라는 역사적 체험과 신앙적 고백을 근거로 하고 있다.

 

또한 희년에는 이스라엘 사람 가운데 형제가 빚을 져서 자기 소유지를 팔

아야 했을 경우에 우선적으로 '기업 무를자'( )가 되돌려 샀다. '고

엘'이 지닌 의무 중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매각된 땅을 사들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레미야가 자기 조카 하나므엘의 밭을 샀고, 보아스는 엘리멜렉의

토지를 샀다.

 

이는 고엘이 매각된 토지를 다시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매각하도록 내어놓

은 토지에 대해 선매권을 지니고 있다는 것과 고엘이 다시 매입한 토지를

파산된 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고엘 자신이 그 토지의 소유주가 된다

는 것을 알려준다. 이사야서 (사 43:1 ; 44:21 - 23 ; 52:9등)에서는 고엘

을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칭호로 사용한다. 이는 야웨께서 그의

백성 이스라엘을 구원하신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을 그의 백

성으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구속할 의무가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린드불럼 (J.Lindblom)은 "야웨가 이스라엘의 구속자라고 말할때, 이것은

그가 자기 민족을 특히 압제자의 손에서 구원하심으로 그들의 권리를 옹호

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백성을 압제자로 부터 구출해

내신 야웨와 이스라엘의 관계는 인격적이기는 하나 동등하기 보다는, 오히

려 자신의 소유물에 대한 구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고엘은 소유자와 소

유물 사이의 관계 회복을 나타낸다.

 

이와같이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야웨는 고엘이다. 그는 이스라엘을 최종적

으로 구속할 주이시다. 또한 희년이 선포되는 날이 속죄일(Day of

Atonement)이라는 것은 인간의 죄된 모습을 하나님께 회개함으로 온전한 구

속을 이룰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희년법은 하나님께 의해 선포된, 하나님이 주도하신 법으로, 이 법은 선포자이신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만물을 통치하시는 분이시요, 이스라엘을 온전히 구속할 자이시라는 사상을 근거로한다.

 

B. 이스라엘 - 희년의 수혜자

하나님께서 희년법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선포하셨기에 이스라엘은 그 법의 수혜자이다. 수혜자인 이스라엘은 그 법을 준수해야할 책임이 있다. 여기서는 희년법을 준수해야할 이스라엘 공동체를 '하나님의 형상'과 '계약 공동체'로 구분하여 살펴보겠다.

 

1. 하나님의 형상인 이스라엘

희년은 야웨의 평등사상을 기초로 한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같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평등하며, 인간은 본래 가지고 있는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창조주가 만드신 자연의 질서와 인간 사회의 질서는 결코 파기되어서는 안된다는 신학적 명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신앙을 갖고 이 창조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창세기 1장 27 - 28절을 보면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라고 말하고 있다.

오토 밥(Baab)은 여기서 '하나님의 형상'이란 다른 여러 생물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윤리적 판단력, 동물에서는 찾아 볼수 없는 인격의 특수한 신적 성질을 인간이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말한다. 최근 고고학의 연구는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개념이 에집트의 종교사상 내지 정치사상에서 유래되었음을 증거한다.

에집트의 종교 및 정치사상에 의하면 에집트의 왕 파라오는 땅 위에 있는 신의 형상이요 대리자이다. 그는 신에게서 땅을 통치해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다. 그는 땅 위에서 신의 영광을 나타내며, 그를 통하여 신이 이 땅위에 나타나며 이 땅을 다스린다. 파라오의 상이 서 있는 곳은 그의 통치영역을 나타낸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은 땅 위에 있는 하나님의 대리자이며 땅을 다스려야 할 사명을 부여받았다.

또한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요 제사장 나라이다. 하나님이 이와같이 이스라엘을 자신의 거룩한 백성으로 삼으신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야웨 자신의 주권적이 선택에 의한 것이다. "세상이 다 네게 속하였나니"(출 19:5)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서 자신의 존귀한 소유물인 이스라엘을 자기 백성으로 삼 으신 것은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였다.

또한 신명기서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이 된 것은 이스라엘이 특별히 위대하기 때문이 아니라 "야웨께서 너희를 사랑하심을 인하여"(신 7:8)라고 강조한다. 즉 이스라엘의 선택은 하나님의 은혜요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때문이다. 더불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선택 백성으로서의 책임을 요청한다.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 내 소유가 되겠고"

(출 19:5)와 같이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율법준수를 요구하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에게 충성심(Royalty)을 요구하시고 거룩한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결속되며 충성을 서약하는 것을 요구하신다.

이와같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형상이요 하나님의 백성이다. 이 신앙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위탁하신 모든 것 - 토지, 가옥, 몸 - 을 하나님의 청지기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잘 다스려야 한다는 것과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허락하신 모든 율법 -희년법을 포함한- 을 준수해야 할 충성심을 요구한다.

 

2. 계약공동체인 이스라엘

성서의 이야기들은 야웨께서 광야에서 인도하셨고 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궁핍하거나 위기에 처했을 때 간청하는 소리를 듣고 은혜를 베풀었다는 사실을 다양한 방법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성서의 이야기들에 있어서 근원이 되는 두 사건이 있는데 그것은 선택과 계약사건이다. 특히 출애굽 사건은 시내산의 계약 체결 사건과 연이어 일어남으로써 근본적으로 야웨의 선택 행위로 간주되고 있는데, 이 선택의 사건은 계약의 이미지와 분리시키기 어렵다.

야웨는 시내산 기슭에서 이스라엘과 계약을 맺으셨다. "세계가 다 내게 속하였나니 너희가 내 말을 잘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열국 중에서 내 소유가 되겠고 너희가 내게 대하여 제사장 나라가 되며 거룩한 백성이 되리라"(출 19:5 - 6)는 시내산 계약을 통하여 이스라엘과 하나님은 불가분의 관계가 맺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계약사상은 희년법과도 깊이 연관된다. 레위기 25장17 - 18절을 보면 "너희는 서로 속이지 말고 너희의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 너희는 내 법도를 행하며 내 규례를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그 땅에 안전히 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레위기 25장의 희년법이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계약을 근거로 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계약의 의미와 목적을 충분히 알려면 계약과 율법의 관계, 그리고 율법의 의미와 범위를 잘 알아야 한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낭송한 후에 백성들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모든 말씀을 우리가 준행하겠나이다."(출 24:3 ; 7 ; 19:8)라고 선언하였다. 그런 뒤 모세는 "여호와의 모든 말씀을 기록하였다."(출 24:4)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시내산 계약은 하나님의 뜻을 외형적으로 기록한 구체화된 최종 요약의 특징이 있으며 총 요약은 두 돌판에 기록된 것이다. 그러므로 야웨의 율법과 계약은 시초부터 한데 묶였다. 또한 이 계약은 은혜의 성격과 율법의 성격 양면을 지닌다. 전자는 인격적이며 친근한 관계를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법적 의무와 충성을 강조한다. 이 율법은 단지 십계명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야웨가 하신 모든 말씀"(출 24:3, 19:8, 20:1)에서 알 수 있듯이 이는 이스라엘이 준수할 십계명을 포함한 모든 계명을 뜻한다. 이런점에서 희년법도 율법의 의미 하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카이저 (W.C.Kaiser)는 "율법은 야웨와의 교제를 지속시키는 수단이다" 라고 말함으로 율법이 언약안에서 백성들에게 주어진 생활 법칙이요, 이스라엘에게는 하나님에 대한 순종과 충성의 표임을 말해준다.

말텐스 (E.A.Martens)는 율법이 이스라엘 공동체가 하나님께 충성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 외에 결속의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즉 율법이 이스라엘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과 종교적 유대감을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율법은 애굽으로부터 구원 받은 이스라엘에게 구원이후 시대에 대한 야웨 지배 하의 생활의 근거가 되었다.

이와같이 계약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준 율법은 계약 공동체의 법이며, 그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었다 또한 이 율법은 대규모 집회에서 정규적으로 낭송되므로 이스라엘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유지시켰다. 그리고 율법은 계약공동체의 결속과 평화, 그리고 거룩함을 유지하는데 요구되었다. 희년법은 하나님께서 계약공동체인 이스라엘에게 준 율법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율법이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로 묶어주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계속지속 시키는 근거가 되었다는 것은, 곧 희년법도 계약공동체인 이스라엘에게 동일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공동체라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해야 됨을 의미한다. 특히 희년법의 수혜자인 이스라엘이 계약공동체라는 것은 그들이 희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희년법을 포함한 모든 율법은 계약공동체인 이스라엘을 결속시켜주었으며, 다가올 이스라엘의 역사가 이 계약적 결속력의 시험과 실천의 장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C. 예수 그리스도 - 희년의 성취자

희년법의 본문 (레 25장) 과 예수의 나사렛 선언 (눅 4:18 - 19)은 서로 조화와 대칭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예수의 공생애는 나사렛 회당에서 '주의은혜의 해'를 선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 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다" (눅 4:18 - 19)

위의 내용은 예수님의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하신 말씀으로, 그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것은 이사야서 61장 1 - 2절을 인용하면서, 자신이 온 것은 '주의 은혜의 해', 곧 희년을 선포하기 위함임을 보여준다. 특히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오셨다는 사실은, 가난한 자에게 기쁨의 소식을 선포한다는 차원에서 희년의 선포와 같은 목적이다.

그러나 누가복음의 특이한 점은 예수 그리스도가 희년의 성취자로 희년을 선포한다는 것이다."이 글이 오늘날 너희귀에 응하였느니라"(눅 4:21)는 말씀은 누가복음 4:18 - 19의 말씀이 단순히 이사야 61:1 - 2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 아니라 그것의 성취였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의 모든 사건이 종말론적인 사건이었던 것처럼 심판과 구속의 은혜로 나타나지는 희년에 대한 현재적 선포이자 실현이었다. 즉 여기서 예수가 말하는 '오늘'은 이 복음서를 읽는 독자들을 향한 것으로 희년적 구원이 현실적으로 실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희년의 성취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희년의 사신이다. "주의 성령이 내게임하셨으니...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에서 나타나듯 예수는 희년의 사신(Messenger)으로서의 그리스도이다. 이 사신의 권위는 "주의 영이 내게 임하셨으니"에서 나타나듯,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를 보낸 주권자를 대표하도록 위임받은 권위이다. 그러므로 희년전승에 근거한 그리스도론은 하나님 중심적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초기에 희년의 복음이 선포되었다는 것을, 이것이곧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사상임을 나타낸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교는, 이 희년의 복음을 통해서 볼 때 인간의 삶의 모든 측면과 관련된다. 희년의 복음에서 하나님의 통치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기쁜 소식"에 의하여 예고되는데, 그 "가난한 자"들이란 눈먼 자, 절름발이, 귀머거리등 신체적 질병과 사회적 소외로 고통받는 자들, 포로된 자, 감옥에 갇힌 자, 또는 억눌림을 당하는 모든 자와 연관된다.

그리고 하나님의 통치와 하나님의 축복의 기쁜 소식은 예수의 선교와 관련된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구체적인 행위에서 구현된다. 이 가난한 자들을 돌보는 행위들은 단순히 자선의 차원에 속하는 것이든지, 빈곤에 대한 위로가 아니라 빈곤 상황의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들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통치와 구원의 영향이 경험되는 영역은 삶의 정신적, 내적 세계만이 아니라, 삶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현실들을 포함한다.

예수의 선교에서 성(성)과 (속)의 구별이나 분리는 전혀 불가능하다. 예수의 희년적 선언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선교는 내적, 영적, 개인적 차원 뿐만 아니라 현실적,사회적, 경제적 변혁에도 관심을 갖는 총체적 선교이어야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에 희년의 성취자로 오셨다. 그 분은 하나님의 사신으로 희년의 복음을 선포하셨으며, 그 복음은내적, 영적, 개인적, 차원 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차원을 포함한 총체적인 것이었다.

[출처]?희년 연구?|작성자?은혜를 입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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