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하나님 아들 기독론』의 저자 이형일 교수>
“초기 기독론의 형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적 자의식(自意識)’이 기반이라면 초기 교회의 메시아 시편 주해는 촉매제 역할로 서로 상호 작용을 한 것입니다.” 이형일 교수의 말이다.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마태복음 16:16의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다’라는 사실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의심했다가는 오히려 믿음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백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리처드 보캄, 래리 허타도, 하워드 마샬 등 신약학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학자들과 견줄 만한 국내 신학자 이형일 교수의 『예수와 하나님 아들 기독론』이 발간돼 학계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봄이라기엔 다소 쌀쌀하지만 볕이 좋은 3월 15일 오후 1시,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온 이형일 교수를 만나보았다.
△이형일 교수님 안녕하세요. 구독자들에게 교수님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저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에서 이번 학기 사도행전을 가르치고 있는 이형일 교수라고 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이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마쳤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자격증도 취득해 공인회계사로 일했습니다.
F. F. 브루스 교수님의 제자가 학장으로 있는 싱가포르 비블리칼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했고, 영국 애버딘 대학교에서 하워드 마샬(I. Howard Marshall, 1934.1.12.~2015.12.12.) 교수의 지도를 받아 초기 교회 기독론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Ph. D)를 받았습니다. 원래는 박사학위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워드 마샬 교수님이 제가 쓴 논문을 보시고는 “그냥 박사과정으로 직접 넘어가라”하셔서 뜻하지 않게 바로 시작하게 되었지요.
△먼저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이 10년 만에 번역되어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초기 기독론의 기원과 발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석사논문을 준비할 때 제임스 던(James Dunn)의 『Christology in the Making』을 읽게 됐습니다. “바울이 예수를 선재(先在)하신 하나님의 아들로 알지 못했다”는 Dunn의 견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지도교수이셨던 Swee Hwa Quek 박사님께 “초기 기독론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쓰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그거 기독론인데…!”라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그 의미를 몰랐습니다. 연구를 하고 나서야 무모하리만큼 기독론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큰 주제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웃음) 그렇게 박사 학위 논문이 Mohr Siebeck에서 「From Messiah to Preexistent Son」이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부재가 ‘초기 교회 고 기독교 형성에 관한 고찰’이던데 고 기독론과 저 기독론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신약 신학 안에서 예수의 존재와 정체성을 다루는 분야를 ‘기독론’(Christology)이라고 합니다. 예수의 정체성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입장을 취합니다. 하나는 “예수가 하나님의 선재(先在, preexistent)하는 아들로서 이 땅에 내려와 사역을 마치고 부활, 승천했다”는 ‘고 기독론(High Christology)’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가 교사나 선지자로 있다가 부활 후 하나님의 아들로 격상됐다”는 ‘저 기독론(Low Christology)’입니다. 전통적인 보수적 신앙노선을 갖고 있는 대다수의 교회들은 고기독론의 입장을 취하는 반면, 학자들 상당수는 저기독론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초기 고기독론의 입장을 취하면서 소수학자의 견해를 따르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예수님은 처음부터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분명한 자의식을 갖고 계셨습니다. 제자들은 그 분에 대해 온전히 깨닫지 못했지만 부활하신 이후에 예수님이 하신 말씀들과 메시야 시편 2:7이라든지 110:1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학자들은 구약과 유대교 문헌의 선재적 지혜와 예수를 동일시하는 추상적인 개념의 ‘지혜 기독론’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활과 함께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요한복음에 드러난 선재 기독론은 받아들이지만 예수가 부활과 동시에 하나님의 아들이 되셨다는 견해로써 실제적으로는 예수님의 신성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Gordon Fee도 바울서신에 ‘지혜기독론’이 강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견해를 담은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책이 나오고 신학계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신약학회의 주류 신학자들은 “너의 신앙이 책에 반영된 것이 아니냐?”며 “너무 보수적”이라고 합니다. 반면 리처드 보컴이나 래리 허타도 같은 소수의 신학자들이 초기 고기독론(early high christology)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쾨스텐버거 같은 분은 오히려 초기 고기독론을 체계화 한 변증론적인 책이라고 반색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기독교변증을 위해 쓰인 책은 아닙니다.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본래 선교지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missionary teacher’에 대한 소명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책은 상당히 학술적인데도 교인들의 학문적 수준도 10년 전과 다르게 매우 높아져 읽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이 한국 신학계에 새로운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초기 기독교의 기원과 발전뿐 아니라 복음서와 사도행전으로 이어지는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제2성전기 유대교 유일신 사상과 메시야 사상, 신약성서의 기독론을 연구해 각 책의 기독론을 대중에게 쉽게 읽힐 수 있도록 집필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