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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놈의 골짜기(게헨놈, Gehennom)

 

힌놈의 골짜기는 '지옥의 형벌'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아켈다마(Akeldama, 아켈다마)는 예수님을 판 가룟 유다가 목을 맨 곳이기에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별로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관광객들은 먼발치에서 골짜기의 전체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뿐 직접 안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글/장주현(이스라엘선교사)

 

힌놈의 골짜기5.jpg

 


 

먼 곳에 있는 전망대에서 힌놈의 골짜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왜 직접 들어가보지 않느냐?’고 물으면, 시간이 없다고 하거나 별로 가보고 싶지 않다고 한다. 사람들의 대답 속에 ‘불길하다’ 혹은 ‘기분 나쁘다’와 같은 느낌이 역력하다. 나 역시 힌놈의 골짜기에 대해 쓰려고 했을 때, ‘하고많은 장소들 가운데 하필이면…’ 하고 몇 번의 망설임이 있었다.
 

쓰레기 소각장이요 시체 매장지인 힌놈의 골짜기
힌놈의 골짜기는 예루살렘 남서쪽에 위치한 골짜기로, 골짜기를 따라 계속 내려가면 기드론 골짜기와 감람산의 겟세마네 지역과 만난다. 지금은 잔디와 나무를 심어서 경관이 괜찮지만 옛날에는 정말 황량한 곳이었다고 한다.


힌놈의 골짜기는 거듭난 성도라면 성경에서 자주 접했을, 귀에 익은 장소다. 유다의 아하스 왕 시대에 이곳에 바알의 우상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분향했으며, 또 유다 사람들이 이곳에 암몬 족속의 신 ‘몰렉’을 위한 산당 ‘도벳’을 짓고 거기에서 어린 자녀들을 산 채로 불살라 제물로 바치는 악을 행했다.(대하 28:1~4, 렘 7:31~33, 겔 16:20~21)


그 후 요시야 왕이 몰렉에게 드리던 이방 제사를 파하고 골짜기와 도벳 산당 터를 더럽혀(왕하 23:10), 그때부터 이곳은 이방인의 무덤과 쓰레기 소각장으로 쓰여진다. 예루살렘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을 다 모아 큰 불을 피워서 태워 없앴고, 각종 오물을 버렸다. 특히 율법을 어겨서 죽임 당한 사람, 이방인, 반역자, 문둥병 등 부정한 질병으로 죽은 자, 그리고 오갈 데 없이 살다가 이름도 없이 죽은 거지나 유랑자들의 시체를 매장했다.


그런 까닭에 힌놈의 골짜기 주변에서는 쓰레기와 짐승의 사체와 사람의 시체에서 나오는 심한 악취가 진동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당시 예루살렘 성의 쓰레기들과 오물들은 옛 성문 가운데 분문을 통해서 옮겨 힌놈의 골짜기로 실어 날랐는데, 온갖 더러운 것들과 오물들과 죄인들의 시체와 짐승의 사체가 나가는 문이어서 ‘분(똥)문’이라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지옥의 대명사, 게헨놈
몰렉에게 바친 아이들을 불사른 강렬한 불과 타는 연기와 고통 소리, 그 후 온갖 쓰레기들을 태울 때 그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피어오른 것을 보고 유대인들은 ‘지옥’이라는 단어를 이 골짜기의 이름에서 따와 ‘게헨놈’이라고 했다. 그리하여 ‘게헨놈’은 원래 이 골짜기의 이름이지만 지옥이라는 특별한 대명사로 사용된다. 예수님도 마가복음에서 지옥을 이야기하실 때 게헨놈이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셨다.
“만일 네 손이 너를 범죄케 하거든 찍어버리라. 불구자로 영생에 들어가는 것이 두 손을 가지고 지옥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나으니라….”(막 9:43~49)

 

가룟 유다가 목을 맨 곳, 아켈다마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힌놈의 골짜기 중심부에 ‘아켈다마’가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켈다마는 ‘피밭’이라는 의미의 아람어라는데,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팔고 마음의 가책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을 맨 곳으로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마 27:1~10, 행 1:18~19). 지금은 이곳이 옛날과 많이 달라져서 어느 곳이 아켈다마인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피밭’이라 불리는 장소가 힌놈의 골짜기 한쪽에 있고, 그곳 위에 지어진 수도원이 아직까지 자리하고 있다.


예수님의 승천 이후 대략 200~300년을 사람들이 피밭이라 불렀다는 곳, 아켈다마. 가룟 유다의 죽음 이후 제사장들이 그 밭을 사서 예루살렘의 멸망 전까지 외국인과 부정한 자들의 매장지로 사용했기에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그 후에 그곳 위에 수도원을 지었다고 한다. 여하튼 가룟 유다가 죽은 곳이 지옥을 의미하는 힌놈의 골짜기 안에 있다는 사실이 주의를 끈다.
  

 


 ‘가룟 유다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나는 그와 무엇이 다른가?’
힌놈의 골짜기 맞은편에는 시온산이 있는데, 나는 시온산의 한 비탈로 올라가서 맞은편에 있는 아켈다마 쪽을 내려다보았다. 힌놈의 골짜기에서 양을 치며 꼴을 먹이던 어린 아랍인 목동들이 꼴을 더 먹이려고 양들을 이끌고 시온산 언덕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다시 힌놈의 골짜기 방향으로 내려가서, 아켈다마라고 불리는 곳까지 갈 수 있도록 나 있는 골짜기 위 비탈진 길을 혼자서 걸어가 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도, 관광객도 없고, 까마귀 떼 외에는 없는 썰렁한 길이었다.


 

 

아켈다마를 향하여 가는 동안 나는 잠시 가룟 유다에 대하여 생각했다.
‘가룟 유다는 무엇을 잘못했는가? 그리고 나는 그와 무엇이 다른가?’


4복음서를 읽으면서, 가룟 유다는 다른 제자들과 달리 예수님이 우리 영혼의 구원자이신 메시아임을 한 번도 믿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주님은 ‘너희가 깨끗하나 다는 아니다’라고 하셨고(요 13장), 그 사람은 나지 않았으면 제게 좋을 뻔했다고 하셨다(마 26:24). 그리고 성경은 유다에게 사탄이 들어갔다고 했다(눅 22:3, 요 13:27). 돈궤를 맡은 가룟 유다는 돈을 사랑했으며, 예수님이 여러 번 죄 사함과 부활에 대해 말씀하셨으나 그 말씀에 마음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이런 마음의 배경이라면, 사탄이 자주 생각들을 넣어서 가룟 유다는 예수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하찮게 여겼을지도 모른다.


예수님은 당신을 파는 자에게 화(禍)가 있다고 하셨다. 나는 처음에 그것이 그냥 가룟 유다가 예수님을 팔았기 때문에 화가 있다고만 생각했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지만, 예수님의 마음에는 인간을 향한 정죄가 없는 것을 생각했다. 가룟 유다는 자신의 마음을 믿고 살다가 예수님을 팔고 난 후 무거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괴로워했다. 그는 제사장들에게까지 버림을 받고 너무 괴로워서 예수님을 판 대가로 받은 돈을 성소에 집어던지고 자살을 선택했다. 그는 자신이 그 모든 죄를 짊어지고 스스로 정죄했다.


나는 화가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무엇이 화인지를 생각했다. ‘만약 내가 가룟 유다라면 무엇이 가장 힘들었겠는가?’ 바로 자신을 향한 정죄였을 것이다. 가룟 유다가 행한 큰 잘못은 예수님에 대해 어그러지게 보게 하는 사탄의 생각을 받아들인 것과 스스로 정죄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죄를 들고 제사장들에게 가지 않고 십자가 앞으로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서 예수님을 바라보았다면…. 예수님은 그가 주님께로 오지 않을 것을 알고 계셨다.

 

누가 예수님을 넘어서서 사람을 정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는 결코 정죄함이 없다. 예수님은 그 누구도, 단 한 번도 정죄하신 적이 없다. 당신이 그 모든 죄를 친히 담당하셨기 때문이다.


“누가 정죄하리요, 죽으실 뿐 아니라 다시 살아나신 이는 그리스도 예수시니…”(롬 8:34)


누가 예수님을 넘어서서 사람을 정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가룟 유다는 대제사장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정죄를 당했다. 오늘 내가 나의 모습을 보고 정죄하고 있다면 내가 가룟 유다와 다른 것이 무엇인가. 
  

 

 

힌놈의 골짜기를 빠져나와 시온산으로
대낮인데도 아켈다마로 가는 길은 왠지 모르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아켈다마는 힌놈의 골짜기와 기드론 골짜기를 연결하는 중심에 있다. 마치 자기를 거룩하게 한 예수님의 피를 부인하고 자기 생각을 믿고 스스로를 정죄하는 마음이 지옥의 중심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내게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하신 예수님이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 내게 결코 정죄함이 없다고 말씀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아켈다마와 힌놈의 골짜기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시온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계속해서 걸어갔다.


글/장주현(이스라엘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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