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 문학 연구
1) 서론
구약의 지혜문학은 잠언, 욥기, 전도서 3권의 책과 시편의 일부가 포함된다. 구약의 지혜문학은 본래 이스라엘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혜문학은 그 기원에 있어서 고대 근동지역에서 일찍이 발달하였다. 이와 같이 이스라엘 주변국에서 발달한 지혜문학이 솔로몬 왕 때 이스라엘 안으로 수입되었다. 이 시기는 이스라엘이 국가적인 면모를 갖추고 근동지역에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때였다.
구약성서에서 지혜란 "호크마," "하캄"이란 단어로 나타난다. 이들의 뜻은 문맥에 따라 달라지는 데, 원한을 가라앉히기 위한 간지(왕상1-11장, 잠2:1-2), 공정한 재판을 위한 도덕적인 판단력(왕상3:9, 12), 지성적인 총명과 백과사전적인 지식(왕상4:29-34) 등이다. 그리고 지혜자란 정해진 집단이 아니라 유대인 사회의 각 계층에서 활동한 사람들이다. 따라서 히브리 지혜는 제사라는 측면보다는 교육적인 측면과 관련이 깊다.
지혜문학은 구약 안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책들이 야훼 하나님에 대한 신앙고백적 입장(유일신 신앙, 계약사상, 구원사 등)에서 씌여진 반면, 지혜문학은 그 출발점이 신앙고백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과 관찰, 즉 인간의 지적인 활동이다. 지혜문학은 이스라엘 공동체의 신앙적 확신이나 종교적 가르침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성적인 지적 활동을 통해서 삶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가지 해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지혜문학도 종착점에 있어서는 이스라엘의 신앙적 입장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지혜문학의 정신은 인간의 이성과 경험적 관찰을 강조하는 데 있다. 따라서 신앙고백을 강조하는 구약의 주류적인 입장과 인간의 이성적 추구를 강조하는 지혜문학과는 대조되는 관계에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뚜렷한 생활철학을 가진 민족이었다. 헬라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무엇을 알고 살아야 하는 지식'을 가르친 민족이라면, 히브리인들은 '인간으로서 무엇을 믿고 살아야 하는 신앙'을 가르친 민족이며 '신앙에 근거를 둔 생활철학'을 가르쳐 주고 있다. 구약의 생활철학들은 철저하게 인간의 현실생활을 체험한 경험철학을 단순한 문장으로 기록하고 있다. 금언, 명귀, 이야기체, 드라마 형식, 대화형식 등이다. 이것을 “지혜문학”이라고 부른다. 지혜문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문장 속에 이스라엘의 삶의 지혜가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나타나는 지혜와 슬기는 다른 지혜문학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것이 아닌 야훼 하나님 혹은 그분에의 신앙과 관련이 깊다.
이스라엘의 지혜문학은 다만 인간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구약의 지혜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도덕적인 책임을 다하며, 인간 개인의 신앙과 삶에 관심을 가진 하나님께 대하여 인간이 어떻게 행하고 살아가야 하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율법과 비교해 보면, 율법은 “~하지 마라”등의 금지 조항과 “~해라”는 적극적 권장을 통하여 공동체 질서를 유지하는 데 관심이 크다. 그러나 지혜문학은 개인의 삶에 중심을 둔다. 선과 악의 식별, 이해와 손실의 식별, 의와 불의, 공정과 부정 등 일상생활의 윤리적 상황에 관심을 두고 있다.
2) 욥기
인간은 왜 고통을 당하는가? 이 물음이 아마도 욥기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특별히 시련과 고통을 많이 겪은 민족인데 그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로서 이 욥기 같은 위대한 작품이 생산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욥기의 주인공 욥은 결점 없는 사람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런 그에게 고통이 찾아온다. 소유한 재물과 열 자녀들의 떠나감, 자신의 육신에 찾아 온 문둥병, 아내마저 그를 떠나감, 마침내는 이 모든 시련에 대한 친구들의 몰이해에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고통의 원인이 무엇이냐? 이것은 욥기서 전체를 통한 욥의 주된 관심이다. 그의 친구들은 이 고난의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하여 욥에게 회개하라고 촉구한다. 그러나 욥은 고통 속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더 중요시하였다. 따라서 네 명의 친구들과의 변론이 시작된다. 이 내용이 욥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욥기서를 통하여 고난을 극복하는 지혜를 얻는 것은 다음과 같다.
(1) 죄를 지으면 벌을 받고 선을 행하면 복을 받는다는 공식적인 윤리규범을 모든 상황에 적용시킬 수는 없다.
(2) 사람이 당하는 고통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원인 때문일 수도 있다.
(3) 고통의 이유는 교육적인 목적 때문만이 아니고 고통을 인하여 인간이 하나님과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신앙적 문제일 수 있다.
인간은 대부분의 경우 고통을 받게 되면 하나님을 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욥의 경우 고통으로 인하여 하나님을 더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욥의 이야기는 삶의 고난(苦難)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며 신학인 해석으로서 인간의 모든 소유보다 하나님과의 교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지혜와 슬기의 최고봉인데, 더 나아가서 그리스도의 희생적인 죽음에 대해서도 이해할 길을 마련한 것이다.
3) 잠언
잠언이란 말은 히브리어로 '마샬'(masal)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의 뜻은 ‘비슷함’, ‘유사함’이다. 이것은 구체적 의미에서 추상적 의미로 발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잠언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1~9장 : 신학적 지혜가 수록되어 있다. 솔로몬의 제1 잠언집
(2) 10~22장 16절 : 실용적 지혜, 솔로몬의 제2 잠언집
(3) 22장 17절~24장 22절 : 지혜로운 사람들의 제1 잠언집
(4) 24장 23절~24장 33절 : 지혜로운 사람들의 제2 잠언집
(5) 25~29장 : 솔로몬의 제3 잠언집(실용적 지혜에 대한 기록)
(6) 30~31장 : 첨가 부분(아굴과 르무엘의 잠언, 현숙한 여인)
잠언이 말하는 최고의 지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지혜의 사람은 자신이 행해야 할 명백한 길을 알고 있다. 잠언에서는 길에 대하여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버려야 할 길은 악인의 길, 음녀의 길, 굽은 길, 패역자의 길, 사망의 길 등이며, 적극적으로 따라야하며 추구 할 길은 선한 길, 공평의 길, 의인의 길, 명철의 길, 바른 길, 생명의 길 등이다.
구체적 실생활에 대한 지혜는 부모에게 효도, 남녀 간의 성의 순결, 생업에는 성실하고 부지런하며 게으르지 말 것, 대인관계에는 교만하지 않고 항상 겸손할 것, 언어 사용 시는 혀를 조심할 것. 금주, 거짓말, 뇌물, 불의한 재물을 버릴 것. 공의, 진실, 화평을 도모할 것 등이다. 그리고 사람이 위기에 닥쳤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잠언의 답은 야훼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지하는 길 밖에 없다고 한다.
4) 전도서
이 책의 히브리어 명칭은 '코헬레트'이다. 이 말은 설교자, 전도자라는 뜻으로 번역될 수 있다. 구조는 다음과 같다.
(1) 1장 1절~11절 : 머리말(표제, 주제)
(2) 1장 12절~6장 9절 : 인간 업적의 헛됨
(3) 6장 10절~12장 8절 : 인간 지혜의 헛됨
(4) 12장 9절~14절 : 결론
전도서의 내용은 허무주의(nihilism)에 가깝다. 대표구절은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밝힌 1장 2절이다. 그러나 허무 사상을 고취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헛됨을 시인하고 다음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말하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적 실존에서 허무한 존재임을 알아야 하나님을 시인할 수 있다. 이 세상에서 쾌락의 추구를 통하여 하나님을 알 수 없다. 따라서 최고의 슬기는 하나님은 인간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3:11). 그리고 허무를 극복하는 길은 한 가지, 하나님께 관심을 두는 사람만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