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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C.S 루이스의 신화 이해 [by 신학카노]

프로파일 신학카노 ・ 2021. 10. 2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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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C.S 루이스의 신화 이해

 

1. C. S. 루이스는 누구인가? 연대와 그의 사상의 형성

C. S. 루이스(1898-1963)는 기독교 사상가이자 작가로 저명한 인물이다. 우리는 그의 책을 직접 읽었거나, 그의 책 기반으로 실사화 영화(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를 접했을 것이다. 현재까지 그의 영향력은 기독교 내에서도 세상에서도 대단하다.

 

C.S 루이스는 옥스퍼드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했고, 30년간 영문학을 가르쳤다. 말년에는 모들린 케임브리지 칼리지에서 중세 및 르네상스 문학 담당 교수로 일했다. 그의 명성은 수많은 이들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 10인』에서 20세기 사상가로 칼 바르트와 C. S. 루이스를 소개했다.

 

루이스는 부모님으로부터 성공회 신앙을 물려받았으나, 그는 스스로 오랫동안 무신론자로 살았다. 물론, 그는 신비주의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공부를 했지만, 정작 주로 공부한 것은 유물론이었다. 장경철 교수는 “루이스는 이성이 검증하지 않는 것은 부정해야 한다고 배웠다”라고 밝히고 있다. 루이스는 대학에서 베르그송의 진화론적 관념, 영국 헤겔학파의 관념론, 버클리의 유신론적 관념론 등 다양한 공부를 했다. 그는 조지 맥도널드(George Macdonald 1824~1905)의 『Phantastes』를 읽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권연경 교수는 "루이스가 맥도널드의 책을 읽으며 기쁨의 역사(체험된 변증법)를 체험했다"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기쁨"은 통상적인 쾌락과 다른 말이다. 경험과 더불어 곧 사라지는 충족되지 않는 열망으로 불행 혹은 슬픔의 감정과 유사한 것이다. 통상적인 쾌락과 달리 기쁨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 물론, 맥도널드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바로 회심한 것은 아니었다. 루이스는 에드먼드 스펜서, 밀턴, 존 번연 등 많은 그리스도계 작품들을 읽으며 옛 신념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톨킨(J R. R. Tolkien)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의 회심은 가속화됐다. 루이스는 톨킨과 신화란 주제를 가지고 ‘잉클링스’란 동아리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독실한 로마 가톨릭 신자인 돌킨은 신화와 기독교 복음과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루이스를 기독교 신자로 인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권연경 교수는 앞서 본 기쁨의 관점으로 상상력의 삶과 지성적 삶을 구분하여, "하나님이 하나님 되심을 인정하고 무릎을 꿇고 살아가는 기도의 삶에는 상상력의 삶과 매개된 열망의 삶을 살아가는 것"라고 설명한다. 이는 신비주의 내에서 발견되는 용어 “에펙타시스(epektasis)”와 유사하다. 에펙타시스는 삼위일체를 향한 사랑의 열망으로 삼위일체의 불가지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를 알아가기 위해 전진하는 신앙의 한 측면을 묘사했다. 대표적으로 니사의 그레고리우스의 사조에서 나타난다고 한다(앤드루 라우스/배성옥 옮김, 『서양사상의 기원』 참고).

 

루이스는 복음서와 신화 간에 교집합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지적인 씨름을 했다. 루이스는 그리스도 이야기가 진정한 신화로 봤다. 이는 그리스도의 신화가 다른 신화들과 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신화이지만, 실제로 일어난 신화(역사적 신화)로 이해했다. 루이스 특정 종파의 교리 체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 다른 전통과 다양한 그리스도교 교파 사이에서 공동으로 믿어온 것에 대해 말하고자 힘을 다했다.

 

“그리스도인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모든 종교는 아무리 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 해도 최소한 진리의 단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된 후 타종교에 개방적인 관점을 갖게 됐다고 한다. 타종교에도 도덕적인 공동 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물론, 루이스는 만인 구원설을 반대했다.

 

루이스의 상상력

루이스의 신화관을 보기 전에 그가 내리는 상상력을 살펴보자. 루이스는 이성이 진리의 기관(the organ of truth) 라면, 상상력은 “의미의 기관(the organ of meaning)”이라 정의했다. 단, 상상적인(imaginative) 것과 가상적인(imaginary) 것은 구분되어야 한다. 가상적인 것은 현실 도피라면, "상상적인 활동"은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들의 배후에 자리 잡은 실재의 한 부분을 포착하는 힘이다. 즉, "상상력"이란, 실재의 의미가 밝혀지는 이해의 과정에서 자신을 해방한다(장경철).

 

상상력은 이성과 대립구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믿음을 함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전례학에서 다뤄지는 상징과 성례전(성사)의 차이로 볼 수도 있다. 상징이 지시하는 실재와 실재적인 연결이 없다. 그러나 성례전에서는 가리키는 것의 실재를 향해 참여한다. 여기서 위의 도식을 도입하자면, 상징에는 이성만이 작동한다면, 성사에는 상상력과 이성이 함께 작동하여 우리를 그리스도를 향한 묵상과 성찰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루이스의 신화관

송태현 교수는 루이스 신화관을 루이스가 반대한 세 가지 명제를 소개하면서 좁히고 있다(이런 방식을 “부정 신학” 방법론이라 한다).

a. 신화는 오해된 역사이다.

b. 신화는 악마적 환상이다.

c. 신화는 성직자들의 거짓말이다.

 

이 세 가지 모두 루이스 신화와 반대된다. 과거 루이스는 고대 신화가 설화, 알레고리, 의식 이야기를 즐기는 인간의 마음 등의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는 동시에, 거기에는 초자연적인 악마적 요소와 신성한 요소가 혼재됐다고 판단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은 신화를 허구 혹은 거짓된 이야기로 이해한다. 즉, 신화와 역사는 대립적 개념으로만 사용했다. 루이스가 바라보는 신화란 ‘신성한 이야기’에 가깝다. 이런 루이스에게 복음서란 일반 신화와 다르다. 복음서는 역사적 주장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 역사와 다르다고 보았다.

 

“신화가 사실이 된다면, 신화가 성육신한다면 바로 이런 형태일 것이다. 어떤 문헌을 봐도 복음서와 닮은 것은 없었다. 신화는 알면 복음서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역사도 일면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러나 정말론 꼭 닮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Lewis, 2003:337).”

 

루이스에게 그리스도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난 진실한 신화(true myth)이다. 진실한 신화는 일반적인 용법에서 모순어법(oxymoron)이다. 그리스도는 분명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받고 십자가에서 죽은 역사적 인물이다. 그리스도 사건은 역사적 사실인 동시에 신화다.

 

그렇다며 신화성이 강한 부활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송태현 교수 Freke & Gandy의 『예수는 신화다』에서 기존의 오시리스-디오니소스 신화를 자신들의 신화로 각색했다는 주장을 비판하기 위해 루이스의 좋은 꿈(good dreams)을 가지고 온다. 송 교수는『순전한 기독교』에 총 네 가지로 요약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1) 양심 2) 좋은 꿈 3) 특정 민족을 택해 자신이 어떤 하느님인지 몸소 보여주셨다는 내러티브. 4) 성육신이다. 즉, 하나님이 우리에게 양심을 부여하신 것처럼, 인류에게 죽고 부활하는 신이라는 좋은 꿈을 줬다는 것이다. 루이스는 그리스도교와 이교 신들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그런 유사성이 없으면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그 유사성이 오히려 기독교 진리를 확인해 준다고 봤다. 이교 신화 작가들은 잘 모르는 동안에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연경 교수는 "루이스에게 있어 고대 신화는 기쁨을 경험한 매개였고, 신화는 채워지지 않는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것"라고 말했다. 기쁨의 체험으로 신화는 신성함 경험으로 발전되고 현실화와 완성을 향해 나아간다. 루이스 톨킨처럼 신화들의 근원이 다 하느님으로부터 나온다고 봤다.

 

“날 마나 일어나는 밤과 낮의 교체, 해마다 일어나는 직물의 죽음과 재생, 인간 자신도 참으로 살기 위해서 모종의 죽음을 거처야 한다는 그 명료하지 않지만 강렬한 느낌, 이런 것들 속에는 이미 하나님이 근원적 진리에 대해 허락하신 유사성이 있다. 현실 세계의 나무와 언덕들과 꿈속의 나무와 언덕들 사이에 있는 유사성과 마찬가지로 전혀 우연이 아니다(Lewis, 2004;151)”

 

루이스는 이교 신화와 그리스도교의 유사성을 플라톤적 메타포로 이해했다. 바로 태양 자체와 연못에 비친 태양의 그림자 관계로 말이다. 이교 신화의 창조자가 그리스도교 복음과 유사성을 가지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압력(pressure from God)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비판적 사고

지금까지 본 바대로, 대부분 C. S 루이스의 그리스도교계 글귀에는 신화가 사실로서의 신화, 역사와 교집합이란 명제를 가졌다. 루이스를 다룬 국내 학자들은 조명 이론에 근거했다. 조명 이론이란, “모든 빛의 근원을 하느님으로부터 나왔다”라는 대전제에서 시작한다. 일종에 각 종교, 각 나라, 각 문화권에 따른 경험이 사실은 하느님을 통한 경험이란 말로 확장될 수 있다. 이성도, 상상력도, 그것을 매개한 성사가 모두가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신화 이해는 서구 기독교 문명권에 한정된 사조이다. 예컨대,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왔다는 것은 하느님의 절대성을 부각하며 그분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라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는 기독교의 절대 우위성을 놓지 못하는 아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각 나라 신화 속에서 창조 신화가 없어, 기원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스러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신화를 재조명하는 것은 좋으나, 창조 신화가 없는 문명권은 마치 미개하다는 전제로 볼 여지가 있다. 이는 메르치아 엘리아데가 말한 신화 담론과 유사하다. 그는 모든 신화에 창조 신화와 죽음에 대한 고민이 있으며 이를 성스러움의 원리로 이해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 흩어진 신화를 보면 이는 너무 심각한 획일화다.

 

그리고 사실과 허구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사실로서의 신화는 이런 전제를 무너뜨린다. 어떤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그 표현 방식이 사실에 입각한 것은 아니다. 이는 복음서의 장르를 규정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복음서의 장르는 독특하기에 아주 쉽게 “복음서”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자 하지만, 복음서가 가진 문체는 사실 로마 황제 신화와 비슷하다. 기이한 탄생과 모험담 그리고 죽음 다시 이 땅에 온다는 것은 이집트 신화를 차용하면서부터다. 이집트 신화에서 나타난 죽음과의 공존을 흡수하면서 나타나는 양태다. 또한, 이런 문제는 로버트 프라이스와 바트 어만의 논쟁에서도 나타난다. 로버트 프라이스는 예수가 애초에 존재한 적도 없는 인물에서 말한다. 그러나 바트 어만은 팔레스타인에 살던 농촌 청년이 메시아 사상과 맞아 떨어져 예수 그리스도 신화성이 부과됐던 것으로 이해한다(Did Jesus Exist?). 바트 어만말처럼 예수란 시골 청년이 종교 혁명가가 돼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그 죽은 청년 위에 신화 서사를 붙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덧붙여진 이야기가 “역사”란 범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역사라고 한다면, 그 팔레스타인 청년을 보고 해석하고 받아들인 “공동체의 역사”가 있는 셈이다. 즉, 각 공동체가 고백한 예수가 역사(마태오 공동체가 고백한 예수 내지 마르코가 고백한 예수처럼 말이다) 이지 그 이야기가 역사라 보기 힘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화와 역사란 맥락에서 이해하기보다 복음서에 남아있는 신화성( Mythicality)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당대 역사 기록에는 신화성이 남아있다. 신화와 역사의 대립각으로 복음서가 신화인가 역사인가란 일방적인 칼보다는 복음서 자체가 가진 신화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셈이다. 사람이 물 위를 걷거나, 죽은 사람을 살리거나, 치유 신화를 보여주거나, 구마 사역을 보여줬다는 것은 그 당시 종교성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 말하는 “기적 요소”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상징과 성사의 차이는 전례학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야기지만, 성사는 또 하나의 상징이다. 상징보다 높은 의미 구조와 실재와 연결됐다는 것은 그리스도교 내부의 주장이지 아고라란 광장에 가서는 그 의미가 어떻게 전달될지 의문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교계 성사에 참여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에게 불교와 이슬람이 가진 종교적 상징에 대해 “성사”로 볼 여지가 없어진다. 이는 “다원성”에 대한 반작용적 “우위성”이다. ‘신화적 다원성은 인정하나 그리스도교의 신화가 가장 최상이며 최선이며 최고’라는 것이다. 이는 배타성보다 한 단계 진보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여전히 상징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상징이 가진 고유한 의미 속에 상상력과 이성이 더불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객관적이며 공정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리스도교 신화가 다른 신화보다 우위에 있다는 전제는 상징과 성사의 이해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양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혹자들은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에 대한 절대 우위성을 말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느냐?”라고 말하지만, 이성에 상상력이 참여하는 구조, 상상력이 이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타자가 가진 함의를 일관하며 획일화하며 쉽게 평가하는 행위는 상상력이 가진 폭력성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객관성을 가지고 그 상상력을 발휘는 모든 “상징”에 대한 연구를 마저 할 필요를 느낀다.

 

다음 시간에는 메리 더글라스의 상징 이해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면 안 되는 용어 “상징”을 바탕으로 공정하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눠보자.

 

 

참고문헌

1) C. S. 루이스/ 장경태·이종태 옮김, 『순전한 기독교』, 홍성사, 2018.

2) 한스 부어스마/ 박세형 옮김, 『천상에 참여하다』, IVP, 2021

3) 앤드루 라우스/ 배성옥 옮김, 『서양 신비사상의 기원』, 분도출판사, 2011

4) 바트 어만, 『Did Jesus Exist?: The Historical Argument for Jesus of Nazareth』, HarperCollins, 2012

 

 

참고 논문

1) 권연경, 『C. S. Lewis-사실이 된 신화와 신화적 알레고리』, 한국기독교학회, 한국기독교신학논총(Korea Journal of Christian Studies), Vol.0 No.79 [2012]

2) 권연경, 『C. S. 루이스가 말하는 더 풍성한 의미(sensus plenior)』, 한국신약학회, 신약논단, Vol.21 No.3 [2014]

3) 송태현, 『C. S. 루이스를 통해 본 신화와 기독교의 관계』, 기독교학문연구회(Korea Christian Studies institute), 신앙과 학문(Faith & Scholarship), Vol.12 No.3 [2007]

4) 장경철, 『C. S. 루이스의 신학적 상상력』, 장로회신학대학교 세계선교연구원, 선교와 신학,

Vol.46 No.- [2018]

5) 김진혁, 『기독교의 재주술화: 잉클링스의 신화적 사상력에 대한 연구』, 신학논단, 2016

[출처] 제1부 C.S 루이스의 신화 이해 [by 신학카노]|작성자 신학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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