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렉시트 선택…43년만의 EU 탈퇴로 세계 정치·경제 격변(종합)

    
국민투표 개표완료…72.2%, 51.9%가 '탈퇴' 선택

회원국 첫 탈퇴 EU역할 재정립 과제…추가 이탈 도미노 가능성도

영국도 국론분열·경제타격 가능성…캐머런 총리 정치적 위기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세계 5위 경제 대국 영국이 EU에서 43년 만의 탈퇴를 선택하면서 국제 정치·경제 지형에 대격변이 예상된다.

이날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1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엔화가치는 폭등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EU를 비롯한 각국은 브렉시트 상황에 대비한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혼돈 속으로 빠져들었다.

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치러진 EU 잔류·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개표 결과, 382개 개표센터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탈퇴 51.9%, 잔류 48.1%로 최종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천650만명 중 72.2%가 참가한 가운데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EU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1천741만명이 'EU 탈퇴를 선택했다. 'EU 잔류'를 선택한 국민은 1천614만명이었다.

당초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투표 당일에 사전에 명단을 확보한 투표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EU 잔류가 52%, EU 탈퇴가 48%로 예측됐지만, 현재 개표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영국은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EU에서 이탈하기로 선택, EU 리스본 조약에 따라 EU 이사회와 2년간 탈퇴 협상에 들어간다. 상품·서비스·자본·노동 이동의 자유는 물론 정치·국방·치안·국경 문제 등 EU 제반 규정을 놓고 새로운 관계를 협상해야한다.

EU는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이탈상황을 맞게돼 회원국이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든다.

영국의 탈퇴에 따른 '이탈 도미노' 우려와 함께 EU 위상과 지형 자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게 돼 큰 변화를 요구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EU를 받쳐온 삼각축이다. 또 EU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하고, EU 분담금도 독일 다음으로 많이 낸다.

영국 국내적으로는 EU와의 재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어떤 협정이 되더라도 2년내 일자리가 50만개 사라지고 국내총생산(GDP)이 3.6% 위축될 것이라고 영국 정부는 추정했다.

연쇄적으로 EU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세계 경제도 사정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스코틀랜드가 독립 재추진에 시동을 걸고 이는 북아일랜드나 웨일스의 독립 움직임으로 이어져 영연방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관측했다.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패배와 국론 분열의 책임론으로 거센 사퇴 압력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민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이민을 억제하고 주권을 되찾자는 것이다.

EU의 솅겐조약이 내건 '이동의 자유' 원칙 때문에 영국내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이민 통제가 어려운 만큼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EU를 떠나는 길밖에 없다는 탈퇴 진영의 주장에 공감한 것이다.

또 EU에 연간 30조원 가까운 분담금을 내면서도 돌려받는 것은 적을 뿐더러 독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EU의 각종 법규들에 옭매어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인식도 EU를 떠나자는 목소리를 키웠다.

jungwoo@yna.co.kr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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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럽연합 떠난다
영국, 유럽연합 떠난다 (런던 AP=연합뉴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했다.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 국민투표 최종 개표 결과 51.9%가 탈퇴를 선택, 잔류 48.1%보다 3.8%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탈퇴를 주장해왔던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가 이날 런던 의사당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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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개표 [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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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승부수'가 '자충수'로…물러나는 캐머런 총리(종합)
    
국민투표 패배와 '국론 분열' 책임론에 결국 10월 사임 발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 차기 보수당 대표 유력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유럽연합(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결국 총리직을 내놓게 됐다.

국민투표 패배에 대한 책임에 국론 분열을 초래한 책임론까지 거세지면서 결국 자신이 꺼내든 국민투표 카드가 그의 정치 생명을 위기로 몰아넣게 됐다.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캐머런 총리는 런던 다우닝가 집무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내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오는 10월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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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그는 투표를 앞두고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고수하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자충수로 드러남에 따라 정치적 행운을 이어가던 그는 치명상을 입게 됐다.

캐머런은 2010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제1당 자리에 올려놓고 총리에 올랐다. 당시 43세로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래 최연소 총리였다.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표를 찍고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캐머런은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보수 성향의 자유민주당을 연립정부로 끌어들였다. 여기서 국민투표 기류는 시작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캐머런은 EU 회의론자로 분류됐다. 여당 내 EU 회의론자들의 EU 탈퇴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원래 영국 정치권에서 EU 논쟁은 전통적으로 보수당 내 논쟁이었다.

그러나 자유민주당은 EU 잔류를 지지하는 정당이었다. 캐머런은 당내 EU 탈퇴파와 이를 반대하는 연정 파트너 자유민주당 사이에 끼여 국정 운영에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

유로존 위기를 계기로 반(反) EU를 주창한 영국독립당(UKIP)이 급격히 세력을 불리는 등 영국 사회에서 EU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던 무렵이다.

2013년 1월 캐머런은 "2017년까지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를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2015년 5월 총선에 공약으로 삼겠다고 했다.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 승부수가 효과를 발휘했는지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승리했고, 국민투표는 기정사실화됐다.

지난 2월 EU와 벌인 협상을 마친 캐머런은 6월 23일을 투표일로 정했다. 영국이 'EU 내 특별한 지위'를 얻어낸 협상이었다.

당시만 해도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동의해줘 부글거리던 독립 여론을 누그러뜨린 '성공'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캐머런의 예측은 빗나갔다. 투표일이 정해지자 보수당 내 EU 탈퇴파가 예상과 달리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캐머런 내각에서 6명의 '반란' 장관들이 탈퇴 진영에 합류했다. 331명인 보수당 하원의원들이 엇비슷하게 잔류파와 탈퇴파로 갈라졌다.

결정적으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 캐머런에게 등을 돌리고 탈퇴 진영의 선봉에 섰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정치적 명운을 건 한 판 승부를 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투표 운동을 시작한 보수당은 그야말로 '내전'을 치렀다. 상대 진영을 향해 비난과 독설들을 주고받았다.

투표 결과 찬성으로 나오면 존슨 전 시장은 유력한 차기 보수당 대표로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투표 운동 기간 탈퇴 진영에서 총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총리의 호소가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각종 여론조사가 공개됐다.

국민투표가 실시되기도 전에 이미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총리로서의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투표에 앞서 언론들은 보수당 탈퇴파가 투표에서 승리하면 그간 쌓일 대로 쌓인 캐머런에 대한 분노와 불만을 표출하는 물리력 행사, 즉 사퇴 압력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투표를 앞두고 보수당 의원들 사이에서 패배 시 캐머런 총리가 "30초도 못 버틸 것"이라고 공공연히 나왔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이번 투표로 영국이 세대, 계층, 지역별로 첨예하게 갈라졌다는 것도 캐머런 총리의 어깨를 누르는 요인이었다.

이번 투표는 EU 잔류와 탈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단순한 투표였지만, 41년 만에 벌이는 EU 찬반 선택을 놓고 세대, 계층, 지역별로 입장이 뚜렷이 갈렸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만이 표출됐다. 또 찬반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 갈등과 대립은 더욱 증폭됐다. 잔류파인 조 콕스 의원의 피살은 이러한 갈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투표 운동이 통합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는 거의 없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최근 (6월 16∼17일) 조사에서는 국민들의 70%가 이번 국민투표가 '분열적'이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이 쌓이면서 캐머런 총리에 대한 신뢰도와 지지도도 추락했다.

각종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투표 운동 기간 총리가 한 말들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70% 안팎에 달했다.

심지어 투표 결과 EU 잔류로 나오더라도 연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3분의 1에 달했다.

이러한 여론 속에서도 캐머런은 투표 전 BBC 방송에 출연해 브렉시트 찬성 결과가 나오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재협상을 약속했고 이를 해왔으며 국민투표를 약속했고 우리는 하고 있다. 나는 영국 국민의 지시를 받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해왔고 그런 측면에서 남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이번 투표를 정치인의 미래나 특정 정치인과 엮지 않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패배의 충격은 결국 캐머런 총리가 상처만 안은 채 불명예 퇴진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jungwoo@yna.co.kr

<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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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영국 총리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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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 의사 표명하는 캐머런 英총리
사임 의사 표명하는 캐머런 英총리 (런던 AFP=연합뉴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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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 결별 선언한 영국… 남은 탈퇴 절차는

     
                     

2년간 EU와 협상 못 마치면 강제 탈퇴

세계일보

'


끝내 유럽연합(EU)과의 결별을 선언한 영국은 EU 탈퇴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교역, 무역 조건 등 경제적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협상 기간은 최소 2년에서 10년까지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가 발간한 ‘EU 탈퇴 과정과 절차’ 보고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절차는 탈퇴 조항을 담은 리스본 조약 50조에 근거해 진행된다. 이 조항이 적용된 건 영국이 EU 첫 사례이기 때문에 최종 탈퇴까지는 험난한 길이 예고된다.

세계일보


50조에 규정된 절차에 따르면 영국은 EU와 비EU 국가로서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2년간 EU 집행위원회와 관세, 무역, 국경 이동 등에 관한 쟁점을 협상한다. 탈퇴 협상이 기한 내에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영국이 기존에 EU 회원국으로서 누리던 국가 통행권 및 취업에 관한 권리 등이 자동적으로 소멸된다. 하지만 EU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정에 따라 협상 기간이 기한없이 연장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국의 권리를 한꺼번에 박탈하는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협상 승인과 탈퇴 절차는 유럽의회 투표 결과가 과반을 넘고, 회원국이 국력에 따라 차등해 분배받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EU 이사회의 투표로 최종 마무리된다. 보고서는 “EU 탈퇴 절차는 국민투표가 1차로 진행된 뒤 EU 내 협상, 마지막으로 EU 이외의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이 끝나야 마무리된다”며 “이런 과정은 10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EU 27개국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이어서 협상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의 총리 관저 앞에서 부인 사만다 여사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과에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사임하겠다고 밝혔다.런던 AP=연합뉴스


영국과 EU의 새로운 관계를 놓고는 3가지 정도의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그 하나가 EU 울타리 바깥에 있지만 유럽경제지역(EEA)에 속해 EU 시장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 노르웨이형이다. 노르웨이는 EU의 규제를 따르고, 분담금도 내고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가 EU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영국이 이런 시나리오를 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양자협정을 통해 EU와 거래하는 스위스, 캐나다, 터키 모델도 있다.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캐나다 모델”이라고 언급했다. 관세 동맹이나 사법 정책 등에선 EU 규제를 받지 않지만 무관세 무역 혜택 등 특정 분야에 한정해 협상을 맺는 모델이 브렉시트 취지에 맞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계무역기구(WTO)가 회원국을 관리하는 것과 비슷한 유형의 느슨한 모델도 영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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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 극우성향의 영국독립당을 이끌며 브렉시트 찬성 여론을 주도했던 나이절 패라지 당수가 24일(현지시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자 두 팔을 치켜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EU가 영국의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브렉시트 투표 직전 “영국과 어떤 재협상도 없고 한 번 나가면 끝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5위(EU 기준 2위)의 경제력을 갖고 있는 영국 위상을 고려하면 융커 위원장의 발언은 현실화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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