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은 인공 바이러스"… 中 발칵 뒤집은 문제의 논문 찾았다

"문제의 박쥐, 우한시에서 9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서식… 자연적 변종이라 보기 힘들다"

입력 2020-02-17 12:25 | 수정 2020-02-17 16:05

저자 샤오보타오 교수 실종설... ‘생물무기설’ 힘 실릴 듯

▲ 샤오보타오 화난이공대 교수가 발표한 2019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 가능성. ⓒ논문 표지 캡쳐.

"우한폐렴을 일으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화난수산물시장이나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아니라 시내에 있는 ‘우한질병통제예방센터(WHCDC)’에서 유출됐다"고 한 중국 과학자가 주장했다. 이 과학자는 국제 학술 사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우한폐렴 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결론지었다.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이 과학자의 논문을 본지가 찾았다.

샤오 교수 “화난수산물시장 방문하지 않은 우한폐렴 감염자 많아”

명보·빈과일보 등 홍콩언론은 중국 화난이공대 샤오보타오 교수가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난 6일(현지시간) 국제 학술 사이트에 게재했다고 16일 전했다. 국제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이 논문을 본지가 국제 학술 사이트에서 찾아냈다.

샤오 교수는 논문에서 “우한폐렴 바이러스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떻게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는지 찾는 것이 중요했다”고 전제했다. 샤오 교수는 “우한폐렴 발병 이후 중국 당국은 화난수산물시장에서 검출한 표본 585개 가운데 33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견돼 시장을 폐쇄했다”면서 “그런데 의학전문매체 '랜싯'에 실린 폐렴 관련 논문을 보면 처음 우한시에서 발견된 환자 41명 가운데 27명 만이 화난수산물시장에 갔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2명의 확진환자에서 검출한 코로나-19의 유전자 서열과 중간관박쥐(Rhinolophus affinis)에서 발견되는 코로나바이러스 ZC45의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각각 96%와 89% 일치했다”면서 중간관박쥐가 이 바이러스의 숙주임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 우한CDC 관계자가 언론에 박쥐를 다루다 다쳐 자가격리를 했었다고 자랑했다는 샤오 교수의 지적. ⓒ논문 캡쳐.

“하지만 이 박쥐는 서식지가 우한시에서 900km 이상 떨어진 윈난성 또는 저장성"이라며 "이 박쥐는 보통 동굴이나 나무가 많은 지역에 산다"고 샤오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가 1000만~1500만 명에 이르는 대도시인 우한까지 박쥐가 날아와 살 가능성은 아마도 매우 낮다(The probability was very low for the bats to fly to the market)”고 강조했다. 알려진 것처럼 서민들이 시장에 내다 팔 만큼 이 박쥐가 우한시 일대에 흔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당국이 작성한 보고서와 거주자 31명, 방문자 28명에 따르면, 우한 시민들은 박쥐를 먹은 적이 없고, 시장에서 판 적도 없다(According to municipal reports and the testimonies of 31 residents and 28 visitors, the bat was never a food source in the city, and no bat was traded in the market)면서 "여러 가지 점을 종합해 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간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거나 자연적으로 변종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너무 적다"고 샤오 교수는 주장했다.

“우한시에 바이러스 연구시설 2개 존재…하나는 시장 옆에”

“우리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우한시에는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는 2개의 연구소가 있었다”고 샤오 교수는 밝혔다. 하나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이고, 다른 하나는 우한질병통제예방센터(WHCDC)다. 이 중 WHCDC는 화난수산물시장에서 불과 280m 떨어져 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가 시장에서 32km 거리인 것과 대조적이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박쥐를 실험용으로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WHCDC는 박쥐를 포함해 여러 종류의 동물로 연구했다고 샤오 교수는 폭로했다. 샤오 교수에 따르면, WHCDC는 중간관박쥐를 포함해, 후베이성에서 155마리, 저장성에서 450마리의 박쥐를 잡아 연구에 사용했다(155 bats including  Rhinolophus affinis were captured in Hubei province, and other 450 bats were captured in Zhejiang province).

▲ 샤오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의 손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논문 캡쳐.

샤오 교수는 “2017년과 2019년 7월8일에는 WHCDC가 바이러스 채집활동을 한다는 보도가 전국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보도됐다”고 덧붙였다. 한 WHCDC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박쥐에게 물리기도 했고 체액이 묻은 적도 있었다며 감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모두 28일 동안 자가격리했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시설이 화난수산물시장에서 불과 280m 떨어진 곳에 있었다”며, 샤오 교수는 이곳이 우한폐렴 바이러스의 진원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샤오 교수, 중국의 아픈 곳 건드렸나

샤오 교수는 “요약하면 우한폐렴을 일으킨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숙주를 거치면서 자연적으로 진화했다기보다 우한의 어떤 연구소에서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의심된다”고 결론지었다.

논문대로라면,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만들어 이를 무기로 삼으려 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힘을 받는다. 우한시 일대에 질병통제예방센터나 보건당국이 아니라 인민해방군 특수부대가 대거 출동한 것도 이런 의심을 더욱 짙게 한다.

"자연적으로 진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8일(현지시간) 추이텐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CBS 방송에 출연해 ‘우한폐렴 생물무기설’과 관련해 “완전히 미친소리(absolutely crazy)다. 그런 주장은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공포)를 조장한다”며 과할 정도의 반응을 보였다.

▲ 중국은 우한폐렴 확산을 막는다며 인민해방군을 계속 동원하고 있다. 우한폐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계속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우한시에 도착한 인민해방군 의료진. ⓒ연합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이 대사는 이어 “사람들 사이에서 루머나 근거 없는 의혹이 계속 퍼지는 것은 대단히 해롭고 위험하다”면서 “사람들에게 공황(恐惶)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팽배하게 만들어 결국 바이러스와 싸우는 데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도 대단히 거칠게 반응했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우한폐렴과 관련해 다른 나라에서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고 자국민 구출을 위해 전세기를 보낸다고 했을 때 관영매체를 통해 대놓고 반발하면서 미국을 비난했다.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하는 우리 정부도 이 논문과 관련한 견해를 내놨다.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우한폐렴 관련 브리핑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을 맡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해당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기까지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원래 감염병이 유행하면 여러 가지 음모론이나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홍콩의 언론과 국내 언론은 "샤오 교수의 논문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해외 SNS에서는 “샤오 교수가 실종됐다”는 소문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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