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지구 대재앙 먹구름…이스라엘 "하마스 끝장낸다"

 

송고시간2023-10-13 11:16

이도연 기자기자 페이지

 

연료부족에 식량·식수도 고갈 위기…이집트쪽 국경도 막혀 상황 악화

이스라엘 공습 후 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이스라엘 공습 후 화염에 휩싸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가자지구 중심 도시 가자시티에서 화염이 솟구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자국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전쟁을 선포했다. 2023.10.13 bestho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촉발된 뒤 이스라엘에 의해 전면 봉쇄된 가자지구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했다.

국제기구들이 가자지구 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보복 의지를 재차 확인하면서 가자지구에 대재앙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 가자지구 병상·연료 바닥나…국제기구 "보급품 이동 어려워 더 큰 재앙"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식량과 연료 부족에 직면했고 부상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들을 수용할 병상도 바닥난 상태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따른 연료 부족으로 지난 11일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 가동이 중단되며 주 전력이 끊겼다.

이스라엘은 이날도 무장 정파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이 풀려날 때까지 가자 지구에 물, 전기, 연료를 끊겠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공습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 어떤 물품도 들여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가자지구 보건 체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며 집중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들을 수용한 병상이 없고, 병원 복도에까지 부상자를 배치했지만 부상자 수가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괴된 건물 잔해 수습하는 가자지구 주민들

파괴된 건물 잔해 수습하는 가자지구 주민들

(칸유니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의 칸유니스 주민들이 삽 모양 도구로 무너진 건물 잔해 더미를 긁어내며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찾고 있다.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공습으로 가자지구 곳곳이 폐허로 변했고 1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10.12 kjw@yna.co.kr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의 미디어 담당자 아드난 아부 하스나는 "병원의 예비 발전기를 가동할 연료도 부족해지면서 인도주의적 재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며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으면 주민들은 식량을 저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가자지구 내 연료가 수 시간 안에 바닥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ICRC의 파브리치오 카르보니 중동지역 책임자는 "보급품을 들여오거나 가자지구 내에서 배분하지 못한다면 재앙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재앙에 처해 있지만 그 이상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 내에 여전히 보급품이 있지만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문제"라며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구급차가 공격받아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 이후 필수적인 보급품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WFP의 브라이언 랜더 부국장은 "가자지구에서 식량과 식수가 제한적으로 공급되고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며 "피난처를 찾으며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나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WFP가 가자지구로 물자를 반입하고 유엔 직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인근에 집결한 이스라엘군 탱크

가자지구 인근에 집결한 이스라엘군 탱크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 탱크들이 1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국경 근처에서 이동하고 있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으로 교전이 시작된 가운데 이스라엘이 탱크와 장갑차를 결집시키면서 지상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2023.10.12 besthope@yna.co.kr

◇ 이집트 "가자지구 주민들, 자신들 땅에 남아있어야"

이집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자신들 땅에 남아있어야 한다며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가자지구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라파 통행로를 아직 열지 않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날 "의료 및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가자지구 주민들과 관련해 "변함없이 자신의 땅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구호품을 자국의 엘 아리시 공항으로 보내줄 것을 국제사회에 요청했으나 난민 대량 유입을 우려해 가자지구 주민들의 입국은 막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에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면서도 자국 안보가 자신의 주요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이집트가 이미 여러 국가에서 온 900만명을 수용하고 있다며 "가자지구의 경우는 다르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주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을 없애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앞서 가자지구에 인도적 지원을 위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6시간 휴전을 제안하고 제한적 휴전 상태에서 라파 통행로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하는 계획을 미국 등과 함께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끝장낼 것이라며 보복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전쟁 상황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모든 지도부를 생포하거나 사살하고 하마스의 무장 부대를 파괴하며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수 없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은 더 이상 하마스가 옆에 존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가리 소장은 "다른 작전과 달리 우리는 하마스 조직의 통치와 자주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이스라엘인 1천300명을 살해한 지난 주말 기습 공격과 연루된 하마스 부대를 공습했으며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에 퍼진 폭력적인 동영상을 제작한 하마스 대원 한 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헥트 중령은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기자회견을 열고 "하마스 대원은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하마스를) 부숴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일부 야권과 전시 연정 구성에 합의한 그는 하마스에 참수당한 이스라엘 군인들, 강간당한 여성들, 불에 타거나 총에 맞아 죽은 어린아이들 등 하마스가 저지른 잔혹 행위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하마스에 대한 보복 의지를 천명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엿새째 가자지구를 사실상 봉쇄하고 보복 공습을 퍼붓고 있다.

이스라엘 공군은 현재까지 하마스 목표물에 6천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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