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이야기(10)
2007년 11월 1일(수)
제목 :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
을씨년스러운 가을 날씨, 잎새 끝자락에도 어느새 단풍이 물씬 배어있다. 아직 차가운 겨울 바람이 가시지 않았던 지난 3월 4일, 동탄에 첫발을 내딛은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열심히 한 듯 하였으나 늘 부족하기 그지 없었고, 충성되어 산다고 하였으나 주님을 뵙기에는 미안한 마음 뿐인 시간들 연속이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사랑하사,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개척의 자리에 서 있게 하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말씀이 선포되는 교회로 세워가게 하시니, 오직 주님께만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이다. 기도하는 말 그 어느 것 하나 빼놓지 않으시고 다 들으시고 꼭 응답해 주시기 때문이다.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이 나의 아버지가 되신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벅차다. 주님이 있어 내가 있고, 나를 있게 하시는 하나님으로 오늘도 살게되니, 내 인생 모두가 사나 죽으나 주의 것임에 분명하다. 지난 7월초 교육전도사님과 심방전임전도사님께서 우리 교회에 부임해 오셨다. 개척한지 7개월만에 교역자가 셋 씩이나 된 교회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생각할수록 감사와 눈물에 앞설 뿐이다.
1. “목사님, 추수감사주일은 함께 지켜야 합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10월 21일 주일에 있었던 추수감사주일예배였다. 추수감사주일을 지키기 두 주전, 처음으로 추수감사주일을 지키자고 선포한 뒤, 어떻게 추수감사주일을 지킬 것인가 기도하며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추수감사주일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 무엇보다도 먼저 교역자들에게 여쭈어 보았다. “이번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수감사주일을 어떻게 지키면 좋겠습니까?” 내심 나는 “이번에는 교인수도 얼마 되지 않으니, 우리가 준비하여 지키십시다.” 라고 말하려 하였다. 하지만 먼저 교역자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아무리 교인수가 적다 하지만, 처음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음에도 그렇게 하기 쉬우니, 처음부터 추수감사주일은 함께 준비하여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경숙 심방전도사님의 말씀이다. 그리고는 먼저 교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두 분 집사님에게 말씀드릴테니 나는 염려말라고 한다. 듣고 있노라니 그도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 “그럼, 그렇게 해봅시다.” 했다.
주일이 지난 다음날 점심때쯤 전화가 걸려왔다. 교회예배당을 제공해주신 한경우집사님이셨다. “목사님, 추수감사주일은 다함께 지켜야 한다면서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송영국안수집사님께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더니 전도사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과일을 사는 데 20만원을 쾌히 내놓으셨다는 것이다. 추수감사주일을 지키게 되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수요일이 되었다. 교인들이 여섯 분 정도 예배하러 오셨다. 그래서 광고를 했다. 이번 추수감사주일은 과일 한 개라도 주님 앞에 드리며 지키는 절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이다. 나도 이번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쌀 20Kg짜리 한 가마니 그리고 집 마당에 달려있는 모과를 따서 내놓겠다고 했다. 금요일이 되었다. 벌써부터 마음은 추수감사주일에 가 있었다. 원래는 장을 토요일에 보기로 하였지만, 금요일 오전 구역예배를 마침과 동시에 시장을 보러가셨다. 한명주권사님과 전도사님 그리고 저의 집사람이 함께 대형할인마트엘 갔다. 한 두 시간이 지나니, 시장을 봐가지고 왔다. 그러자, 그것들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를 의논해야 했다. 소강대상 위에 올려놓자니 너무 비좁은 공간인 것 같고, 강대상 아래 바닥에 놓자니 안 보일 것 같았다. 결국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다. 강대상 오른쪽 바닥에 두 개의 작은 상을 놓고 그 위에 과일과 야채들을 올려놓자는 것이었다. 만장일치. 결국 과일과 야채 배치가 시작되었다. 그리 크지 않은 두 개의 상이었지만 사온 과일로는 부족한 듯 보였다. 그냥 댕그러이 상에 올려놓으니 뭔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하얀색 전지를 깔자고 했다. 그리하여 전지를 깔아 보았더니 이제는 꼭 제사상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것도 아니다 싶어, 뭔가 장식을 하면서 과일과 야채를 배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가 핸드폰에 찍혔다. 2주전에 등록하신 이현숙권사님의 며느리였다. 이 며느님을 현재 수원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목사님, 오는 주일이 추수감사주일인 것, 맞아요?” “예, 맞습니다.” “아니 보통 추수감사주일은 11월 셋째주에 지키잖아요. 저의 어머님께서 오는 주일이 추수감사주일이라고 하는데 맞는지 알고 싶어서요.” “예, 맞습니다. 우리 교회는 11월 셋째주에 추수감사주일을 지키지 않고, 10월 셋째주에 지킵니다. 이것은 서울 명성교회의 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제가 부목사로 섬기던 일산명성교회에서도 그렇게 했는데, 참 좋더군요. 사실 11월 셋째주는 너무 추워서, 부침개를 해도 밖에서 못하고, 모두들 움츠려드니 10월 셋째주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농작물도 거의 다 추수한 다음 지킬 수 있으니까요.” “아, 그래요. 목사님, 그럼 과일 좀 보내드리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주변에 위치한 대형할인마트 직원이 메론을 들고 왔다. 이렇게 해서, 강대상에는 김경숙전도사님께서 들고오신 대형 호박과 작은 호박 그리고 한경우집사님께서 찬조해주신 사과, 배, 단감과 여러 다른 집사님과 권사님들께서 들고 오신 과일과 야채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오후가 되자, 초등학교에서 학교앞 전도를 마치고 돌아오신 교육전도사님께서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 한참을 보시더니, 뭔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신 듯, 풍선과 장식용 종이를 사달라고 하였다. 가까운 문구점에서 풍선과 종이들을 사왔다. 그랬더니 오후 내내 풍선을 이리불고 저리 불더니 예쁜 장식이 꾸며지기 시작했다. 모두가 감탄했고 이렇게 예쁜 추수감사주일상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제사장처럼 보이던 과일장식이 정말 아름답고 풍성한 추수감사상이 되었다.
“하나님, 이 예물들을 보시옵소서. 그리고 이것을 드린 분들의 마음을 받으시옵소서. 모두가 한 개씩 과일을 가져와 이렇게 주님 앞에 겸손히 드립니다.”
그런데 뜻밖의 일은 그 다음날 일어났다.
2. 장년수 48명, 어린이 포함 도합 61명이 예배드리다.
여느때처럼 토요일 오후는 우리에겐 분주하다. 새로 입주하고 있는 동탄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주보를 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맡은 아파트 엘리베이터 내에 주보를 붙이고 돌아와, 저녁식사를 한 뒤, 이번 작성해 둔 설교말씀을 다시 한 번 정리하였다. 그때 설교제목을 이것이었다. “요셉의 풍성한 창고”. 아직까지 우리가 하나님이 주시는 풍성을 왜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는지를, 그 풍성을 누리게 되었던 요셉의 생애를 통해, 나 자신도 그러한 풍성한 창고를 얻기 위해, 예수님을 닮은 요셉의 행동을 따라 행하자는 그러한 내용의 말씀이었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것은 요셉의 생애를 그 아들들의 이름을 통해 추적해 가는 것이었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전혀 새로운 각도에서 작성한 설교말씀이었다.
1부예배를 마치고 2부예배시간이 되었다. 보통 때에는, 예배시간 5분전까지 거의가 다 우리 교회 식구들 몇 사람이 예배당에 앉아있는 모습이었는데, 그날만큼은 벌써 처음 보는 두 가정이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예배를 시작한지 채 15분이 되기도 전에 여러 가정들이 새로 들어와 자리를 메우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물밀 듯 밀려왔다. 1부예배시간에 12명이 예배드렸는데, 2부예배시간까지 합치니 장년만 48명이 예배를 드린 것이다. 아이들까지 세어보니 도합 61명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들에게 맛있는 백설기를 한 개씩 드렸다. 그리고 준비한 식사를 함께 하자고 권했다. 처음 찾아온 교회라 어색한지 대부분의 새가족은 그냥 돌아가시고, 그중 3가정만이 남아 식사를 같이 하였는데, 그 남아서 식사한 3가정의 수가 무려 12명이나 되었다. 그러니 밥이 모자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교회는 매주일 집사람이 밥과 국을 준비하고, 반찬 3가지를 준비한다. 얼마 되지 않아 성도들도 하나씩 둘씩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매주일 뷔페식으로 먹는 식사의 반찬 메뉴는 6~7가지가 된다. 하지만 12명의 새식구가 식사자리에 참여하다보니, 교회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교육전도사님은 그만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밥이 떨어진 것이다. 어른 1층 김밥집에서 김밥을 사왔다. 나중에 듣자하니, 교육전도사님 내외께서는 그날 과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다고 들었다.
예배와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 후, 안수집사님으로부터 들은 소식은 나에게는 더할나위없는 기쁜 소식이었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간 자리에 보니, 휴지가 많이 떨어져 있더라는 것이다. 그것들은 눈물을 닦은 휴지들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종의 입술을 통해 들려주는 말씀에 은혜를 받은 모양이다. 그리고 안수집사님과 한경우집사님 그리고 심방전도사님께서도 그 광경을 보시고, 너무 놀라 입이 벙벙하였다고 하였다. 왜냐하면 그동안 주일낮예배인원이 대부분 30명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61명이나 되었으니 입이 딱 벌어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절기도 다 아시는가보죠.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내주시다니...” 우리는 다만 다같이 과일 한 개씩이라도 보태서 하나님께 감사의 잔치를 해 보자는 것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예배드릴 사람들을 풍성하게 준비해 놓으신 것이다. 모두가 땀흘려 수고하니, 하나님께서도 그 날 잔치에 사람들을 대동하고 참여하신 것이다. 예배를 받으시어야하실 분이 예배드릴 사람들을 데리고 오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번 추수감사주일에 최고의 수가 함께모여 하나님을 예배하게 되었다. 우리가 한 것은 다만 작은 것 뿐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더 큰 것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역시 하나님은 멋쟁이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 조금 노력했을 뿐인데, 하나님께서는 더 좋은 것을 우리에게 안겨주셨다. 그리고 그날 모든 것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려하니, 낮예배시간에 함께 불렀던 찬송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씨뿌려 거둔 곡식 주님의 은혜라. 우리의 몸과 마음 새 힘이 넘치네. 주 은혜 받은 우리 참 감사하면서 이 예물 드리오니 다 받아주소서. 온갖 귀한 선물 주님이 주신 것 그 풍성하신 은혜를 다 감사드리세. 아멘.”
대한예수교장로회 동탄명성교회 정병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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