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이야기(11)
2007년 11월 7일(수)
제목 : “개척교회에게도 희망을...”
지난 주일까지 나는 총 서른 다섯 번의 주일예배를 인도했다. 쉽게 말해 담임목사가 되어 서른 다섯 번의 주일설교를 한 셈이다. 사실 매주일 주일설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몇 번이고 고민하고 고민하며, 때로는 설교를 두 번씩이나 다시 쓰고 설교를 했다. 처음에는 듣든지 아니듣든지 무조건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데 열중하고자 하였다. 그러자, 교회를 찾아온 분들 중에서는 이미 타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오던 분이 있어, 주일설교의 말씀의 깊이를 금방 알아차린 분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한 번 다녀가는 정도의 신자들이었다. 그러다보니 주일낮설교는 쉽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강박관념이 생기기도 하였다. 이러한 방법과 저러한 방법으로 말씀을 전한 뒤, 반응에 따라, 이제 주일날설교는 예화가 좀 들어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분위기 가운데에서 시작하여 끝에 가서는 심오한 진리를 선포하는 설교를 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설교에 대해 만족할만한 자체평가가 나오지 않는다.
2007년 11월 4일이었던 지난 주일까지 우리 교회를 다녀가신 분들이 몇 분이나 되나 하고 계산해 보았더니, 방문록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 분들까지 합쳐서 대략 100여분 가까이 되었다. 이들 중에서 우리 교회에 정착하신 분이 약 30명 정도이니, 어림잡아도 70%정도는 정말 방문자로서 딱 한 번 다녀가신 분들에 불과하였다. 내 나름대로의 계산에는 주일낮예배를 드리러 오는 분들 중에는 정말 말씀에 갈급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고, 정말 생수와도 같은 말씀을 그들에게 해방하였을 때, 그들이 바로 교회의 근간을 세우는 멤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4~5주일까지 출석하다가도 가까이 다가다면 그만 교회를 다시 나오지 않는 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목회는 사실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닌 것임에 분명하다.
1. “어르신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 동탄명성교회의 성도들은 내가 생각해보아도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오래된 교회처럼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많이 등록하고 출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할머니 권사님과 집사님이 다섯 분이나 등록하여 열심히 예배시간에 나오고 있다. 정말 40대 이하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어르신들이 교회에 자리를 잡아주니, 교회가 개척교회로 비치기보다는 정착단계에 있는 교회에 비치어서 좋은 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교회 최초의 행사가 바로 경로행사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교회행사로서 친교 체육대회도 있을 것이고, 구역장기자랑이나 성경암송대회, 찬양부르기대회도 있을 것이건만 우리 교회는 하나씩 둘씩 늘어난 어르신들을 잘 공경하자는 쪽으로 제일 처음 행사가 잡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가을도 되고 했으니 단풍구경을 시켜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중진들의 의견을 모아 결국 지난 11월 1일에 설악산으로 떠나게 되었다. 경로행사를 가진다고 하니 여러 성도들이 찬조금을 내어 예산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 경로행사를 치르게 되었다. 나만 어른들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모두들 어른들 섬기기를 좋아한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가면서 오면서 어르신들이 심심하지 않게금 먹을 간식과 과자와 사탕을 준비하였고, 과일을 듬북 샀으며, 백설기 떡을 맞추고 누른 돼지머리를 맞추고 하여 어르신들을 모시고 설악산을 다녀왔다. 11월 초순이라 이미 단풍은 많이 진 상태였지만 아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손에 전부다 다시마 봉다리 하나씩 쥐어드렸고, 찬조해주신 분들을 위한 선물까지 마련해서 돌아왔다. 거리가 좀 먼 것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즐거운 행사였던 것 같다. 안전하게 다녀오게 하시고 어른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드릴 수 있게 해 주신 하나님, 정말 좋으신 우리의 아버지이시다.
“어르신들, 늘 기도해 주시고 예배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욱 더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십시오.”
2. 개척교회가 부흥하려면
교회가 개척교회다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이전에 큰 교회에서 섬길 때에는 어떤 행사를 개최하든 비품을 장만하든 그렇게 예산에 구애받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개척교회를 넘어서니 이제는 돕는 손길도 많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예산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단지 한 장을 배부하더라도 일손이 모자라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라도 2~3달이 지나면 디지털번호키로 문을 닫아버리기 때문에 아파트 1층 출입문이 열려있을 때 전단지 하나라도 붙일 수 있으며, 가가호호방문전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척교회가 부흥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았다.
첫째, 개척한 교회가 부흥발전하기 위해서는 3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일할 수 있는 일꾼이 있어야 하겠다. 즉 일할 수 있는 젊은 층이 두터워야 한다는 말이다. 개척교회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을 염두해 두고 하는 말 같다. 젊은 층이 턱없이 부족하니 늘 일손이 모자라기 일쑤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교회전단지 붙이기, 엘리베이터에 스티커 부착하기, 금요일 오후에 현수막걸고 월요일 새벽에 현수막 걷기, 토요일이 되면 엘리베이터에 교회주보 부착하기 등의 모든 것을 우리 가족이 담당했었다. 집사람과 아들이 한 팀이 되고, 딸과 제가 한 팀이 되어 아파트 단지를 줄기차게 드나들어야 했다. 매일 쉬지 않고 이 일을 하다 보니, 개척한 지 여섯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무려 몸무게가 6Kg이나 빠져 버렸다. 그러니 전단지를 붙이러 간다고 해도 몸이 가벼워져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을 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새로 입주한 아파트가 6,500세대가 넘다보니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지난주부터 전단지 작업에 들어갔지만 무릎이 아플 정도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약 한 달 전 우리 교회에도 심방전도사님께서 오시어 이제는 전도사님과 집사람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이 일을 하게 되었다. 교회가 태동한지 8개월이 지나자 이제는 교인들도 한 두 명씩 나와 전도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멤돈다. 벌써 우리교회가 교회기틀을 잡아 전도하는 일에 이렇게 동참하는 성도들이 있다니,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이다. 특별히 이번 주부터는 전도팀을 내보내기 전에, 전도팀을 위한 파송예배를 드린 후에 함께 전단지를 배부하러 나갔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주변의 대형교회의 실정에 비교하면 우리교회는 일꾼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일할 수 있는 분들이 너무나 적다. 주변의 대형교회는 각 아파트 단지마다 그리고 매일 전도 담당자가 따로 있어, 이사를 오자마자 찾아가 커피를 따라주는가 하면, 물티슈나 곽티슈를 배부한다거나, 엘리베이터나 아파트 각 정문출입구에 전단지를 부착하고 있다. 물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니 다 좋은 일이겠지만, 대형교회가 그렇게 물량공세를 하다보니, 요즘 주변의 개척교회에 새로운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다고 한다. 새로 입주한 가정이 적어도 3,000세대가 넘으니 1만2천명 정도가 입주를 했는데도 개척교회 주일출석수에는 별로 변함이 없다. 소식을 들어보면, 개척교회 등을 방문하다가도 어느날 보면 주변의 대형교회나 종교부지에 세워진 교회에 등록하고 다닌다는 것이다.
수십년 낚시를 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기도 잡는 시기와 방법이 있다고 한다. 특히 낮시간에는 고기가
안 잡힌다고 한다. 이는 먹을 것이 많이 있기 때문이란다. 사실 요즘 입주단지마다 떡밥이 많이 있으니 고기들은 자연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든다. 희소성의 원칙이 깨져버린 상황에서 서두를 것이 없을 터이고, 하도 교회가 많다보니 선택폭이 많아서인지 몰라도, 개척교회를 찾는
신자가 많지 않는 것이다. 개척교회로서는 걱정이 사뭇 앞선다.
주여! 개척교회에게도 희망을 주시옵소서.“
둘째, 개척교회가 부흥발전하기 위해서는 교회재정도 튼튼해져야 하겠다. 이는 등록교인수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개척교회의 현실을 보라. 교인수도 적을뿐더러 헌금도 사뭇 적게 나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물론 때를 따라 하나님이 채워주신다는 믿음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행사나 비품을 구입하려면 약간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전까지 나는 주일낮예배인원수와 교회의 건실함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잘 몰랐다. 주일낮예배인원수는 곧 재정의 든든함과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요즘 들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주변의 개척교회들도 재정이 바닦나다보니 모두가 다 움츠리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 교회는 감사하게도 주일낮예배 인원수에 비해 주일저녁이나 새벽기도회 인원이 상당이 많은 편이다. 주일낮예배 인원수가 10월 들어 30명대 후반에서 이제는 40명대 초반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인원에 비해 주일저녁에배인원수는 약 20명 정도다. 타교회의 교인이 많이 출석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새벽기도회에는 약 한 달 전부터 10명이 나오더니, 요즘 들어서는 대략 15명 정도가 나오고 있다. 점점 더 늘어간다. 하지만 주일낮예배 시간을 제외하고 다른 예배나 기도회에서 헌금이 나오는 것은 거의 드물다. 헌금에 애를 타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교회에 비해 개척교회는 헌금의 양도 매우 적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요즘들어 가끔씩 돈달라고 떼쓰는 기도도 드린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오냐, 내가 너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느니 걱정하지 말거라.”하시며 응답해주셨다. 어느날은 새벽기도를 드리려고 강단에 서니 누군가가 무명으로 십일조를 100만원을 하였다. 또 우리교회 성도의 친구의 친정아버지를 중보기도해 주었더니, 50만원을 부쳐왔다. 꼭 필요한 돈이 꼭 필요한 때에 도착한 것이다. 모두 하나님께서 아시고 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역사하심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보니, 요즘 내 기도가 많이 바뀌고 있다. 첫째는, “젊은 성도를 보내주시옵고, 또한 일꾼들도 많이 보내주시옵소서”이며, 둘째는, “주일낮예배 등록 교인수가 많아지게 하옵소서”이다. 타교회의 교인을 뺏어오는 것은 잘못이나, 교회가 기틀을 잡아가기 위해서는 먼 데서 이사를 와서 정착할 교회를 찾는 이에게는 남다른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는 교회가 되기 위해 우리 동탄명성교회는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도 열심히 그렇게 살아 왔지만, 아직도 우리의 노력과 헌신이 약하고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주여, 아직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주여, 우리 교회는 은혜 위에 은혜를 더하사, 기존교회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이있는 말씀, 생수와도 같은 말씀을 해방하여, 교회를 찾는 이들에게 참된 안식처가 되게 하여주시고, 새로 정착한 이들을 통해 동탄 12만명을 전도하여 세계선교에 이바지하는 교회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 바라옵기는 개척교회에게도 희망을 주시사, 결코 작다고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오늘 우리가 행해야 할 믿음의 행진을 잘 감당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대한예수교장로회 동탄명성교회 정병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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