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의 ‘이중예정’, 유기도 하나님의 작정인가?

김진영 기자 입력 : 2011.07.19 06:47
  

한국칼빈학회 발표회서 박상봉 박사 분석

▲한국칼빈학회의 제3차 정례 학술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칼빈이 주장한 대표적 신학 이론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이중예정’이다. 구원받을 사람과 타락에 이를 사람, 즉 ‘선택과 유기’가 미리 정해져 있다는 이론이다. 칼빈의 이 같은 주장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뜨거운 신학적 이슈였다.


칼빈의 시대, ‘이중예정’에 반기를 들었던 이들이 바로 히에로니무스 볼섹(Hieronymus J. Bolsec)과 요한 불링거(Johann Heinrich Bullinger)다. 박상봉 박사(대신총회신학연구원)가 18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칼빈학회 정례발표회를 통해 칼빈과 볼섹, 불링거의 예정론 논쟁을 분석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볼섹은 인간은 택함을 받았기 때문에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믿음을 가졌기에 택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인간의 구원은 선택에 근거하지 않고 신앙과 불신앙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유효하며, 따라서 유기자가 이미 결정돼 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생명과 죽음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이는 하나님을 악의 창시자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볼섹의 주장에 대해 박 박사는 “타락한 인간의 자유의지를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타락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드러내기 위해 신적인 예지만을 역설하고 있다”며 “그의 사고는 로마 가톨릭 구원론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펠라기안적 입장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봉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볼섹과 같은 논리를 펴지는 않았지만, 불링거 역시 칼빈의 ‘이중예정’을 거부했다. 박 박사에 따르면 불링거는 선택과 유기를 하나님의 의지적 작정과 연결시키면서 모든 인간이 동일한 상태로 창조되지 않았다는 칼빈의 예정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박사는 “칼빈이 스스로 ‘비참한 작정’으로 표명한, 하나님의 비밀한 작정에 근거한 유기의 개념을 불링거는 수용하지 않았다”며 “유기가 하나님의 작정에 속할 경우 하나님을 죄의 원작자로 만들 수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불링거는 오직 선택만을 하나님의 작정에 근원을 두었으며, 유기는 하나님의 섭리 속에서 인간이 자유의지적으로 행한 타락의 결과로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칼빈과 불링거 사이에는 공통점 또한 있었다고 박 박사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불링거는 구원에 있어서 인간의 자유의지적 역할을 강조하는 펠라기안적 사고를 거부하고 어거스틴의 전통 위에서 구원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곧 칼빈과의 공통점이다.

박 박사는 “불링거는, 구원은 인간 스스로에게 근거한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자유로운 은혜에 의한 영원한 선택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불링거 역시 칼빈처럼 명료하게 선택과 유기에 관한 이중예정을 표명하고 있다. 다만 유기가 하나님의 의지적인 작정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박사는 “칼빈과 불링거가 추구한 예정론에 대한 신학적 차이는 신학적 본질에 있지 않다. 칼빈은 논쟁적인 현실 속에서 신학적인 선명함을 더 추구한 반면, 성만찬 논쟁으로 개신교회가 분열된 이후 더욱 불안해진 정치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불링거는 교회의 안정을 추구하며 목회적인 고려를 한 것”이라며 “킬빈은 신학자로서 예정론을 지식-논리적인 이해로 접근했지만, 불링거는 목회적인 시각에서 예정론과 같은 논쟁적인 신학주제가 좀 더 조심스럽게 다뤄지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교회사] 위그노의 고난과 핍박 그리고 사막(은밀한 장소)집회

    [위그노 신앙 계승자와 그들의 발자취] 위그노의 후예들 고난의 ‘사막 집회’ 450년을 잇다 (1) 프랑스 남부 앙뒤즈 집회 현장을 가다 입력 : 2018-09-04 00:00 위그노의 후손인 프랑스연합개신교회 교인 1만여명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앙뒤즈에서 ‘사막...
    Date2020.04.25 By갈렙 Views438
    Read More
  2. [직업관] 프랑스 위그노들의 투철한 소명의식과 직업관

    [영성의 현장을 찾아서 <제2편>] 칼뱅 개혁사상 위그노가 삶에서 실천… 세계의 변화 이끌어 <제2편> ‘오직 그리스도’- (19) 위그노운동과 사회개혁 입력 : 2016-09-18 19:55 위그노 화가였던 프랑스와 뒤부아가 1572년 발표한 ‘성 바돌로매 축일 대학살’ 그림...
    Date2020.04.25 By갈렙 Views509
    Read More
  3. [직업관] 신앙 지키려 고난 수용한 위그노 정신 배워야(프랑스 위그노도들에게 배우는 직업관)

    “신앙 지키려 고난 수용한 위그노 정신 배워야” 조병수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 입력 : 2019-04-24 00:00 조병수 프랑스위그노역사연구소장이 지난 17일 수원 합동신학대학원대 교수실에서 위그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병수(64) 교수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
    Date2020.04.25 By갈렙 Views427
    Read More
  4. [직업관] 칼빈주의에서의 직업과 소명(召命)

    [조덕영 칼럼] 칼빈주의에서의 직업과 소명(召命) 입력 : 2019.10.10 17:05 ▲조덕영 박사 신앙으로 본 직업과 소명 직업에는 당연히 귀천이 없습니다. 반성경적 직업이 아니라면 모든 일은 귀한 것이고 하나님이 주신 선하신 것(소명)입니다. 소명(call, 라틴...
    Date2020.04.25 By갈렙 Views421
    Read More
  5. No Image

    교회가는방법좀문의합니다

    서울역에서전철로갈려면도착하는곳까지알켜주세요
    Date2019.03.05 By성령충만 Views819
    Read More
  6. [합동총회] 김노아(김풍일),정동수,정이철,최바울,전태식 등에 대한 결의

    [합동8] 김노아·정동수 목사 '참여 금지' 정이철 목사에게는 비판 글 삭제 지시…최바울·전태식 목사 재심 최승현 기자 (shchoi@newsnjoy.or.kr) 승인 2018.09.11 13:13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이 김노아 목사...
    Date2018.09.13 By갈렙 Views1102
    Read More
  7. [세습] “이미 은퇴했어도 세습은 세습” 명성교회 사태 새 국면

    “이미 은퇴했어도 세습은 세습” 명성교회 사태 새 국면 입력 2018.09.12 (21:26) 수정 2018.09.12 (22:29) 뉴스 9 KBS 뉴스 김수영입니다. 뉴스 9 입력 2018.09.12 (21:26) 수정 2018.09.12 (22:29) [앵커] 신도가 10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장로교회, 명성교...
    Date2018.09.13 By갈렙 Views851
    Read More
  8. [동성애] 장신대 동성애 무지개 사태, 선지동산 영적 근간 무너뜨린 사건(신문스크랩)_2018-07-18

    "장신대 동성애 무지개 사태, 선지동산 영적 근간 무너뜨린 사건"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press@cdaily.co.kr) 입력 2018. 07. 18 15:58 | 수정 2018. 07. 19 07:06 글자 크기 샬롬나비, 장로회신학대학교 동성애 논란 관련 우려의 논평 발표 ▲김영한 박사(샬...
    Date2018.08.16 By갈렙 Views803
    Read More
  9. [동성애] '동성애 옹호' 논란, 장신대 '신학춘추 사태'에 주필 하경택 교수가 유감을 표명했다(신문스크랩]

    '동성애 옹호' 논란, 장신대 '신학춘추 사태'에 주필 하경택 교수가 유감을 표명했다 기독일보 장세규 기자 (veritas@cdaily.co.kr) 입력 2017. 06. 05 18:32 | 수정 2017. 06. 05 18:34 "신학적 성찰 없이 단순 소개…재발 않도록 철저하게 지도하겠다" ▲장로...
    Date2018.08.16 By갈렙 Views712
    Read More
  10. No Image

    영적 분별이 필요합니다 목사님..[아래에 답변 제시]

    [질문] 안녕하세요.. 목사님..^^ 정회원으로 등업시켜주셨는데도 글이 안올라가 할 수 없이 여기에라도 글을 남깁니다. (세번째 글 씁니다..ㅠㅠㅠㅠㅠㅠ 글 복사도 안되공..ㅠㅠ) 꼭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 올라온 간증 동영상을 보다가 서우경박사...
    Date2018.07.20 By박미진 Views929
    Read More
  11. No Image

    한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인가? 아니다. 한번 구원 영원한 구원은 나태와 방종을 부추기는 반율법주의다

    [성경적구원론 01] 한번 구원은 영원한 구원인가 기사승인 2017.10.01 22:11:06 글로리아타임즈 편집부 ( http://m.thegloria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320 ) - 한번 구원 영원한 구원은 나태와 방종을 부추기는 반율법주의다 [성경적 구원론 01]...
    Date2018.07.14 By갈렙 Views1131
    Read More
  12. “바울신학의 새 관점 학파, 알미니안주의 변종일 뿐”_2013-10-14 장신대 김철홍박사

    “바울신학의 새 관점 학파, 알미니안주의 변종일 뿐”이대웅 기자 입력 : 2013.10.14 19:38 김철홍 박사, 한국기독교학술원 학술세미나서 발표▲한국기독교학술원 주최 공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학술원(이사장 이흥순 장로, 원장 이...
    Date2017.12.15 By갈렙 Views1019
    Read More
  13. [칼럼] 칼빈의 ‘이중예정’, 유기도 하나님의 작정인가?_2011-07-19

    칼빈의 ‘이중예정’, 유기도 하나님의 작정인가?김진영 기자 입력 : 2011.07.19 06:47 한국칼빈학회 발표회서 박상봉 박사 분석▲한국칼빈학회의 제3차 정례 학술발표회가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칼빈이 주장한 대표적 신학 이론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이중...
    Date2017.12.15 By갈렙 Views1014
    Read More
  14. [칼럼] 김동호 목사의 예정론 비판, 어떻게 봐야 하나?_2012-07-08

    김동호 목사의 예정론 비판, 어떻게 봐야 하나김진영 기자 입력 : 2012.07.18 07:03 과거부터 이견 있던 주제… “논쟁하기보다 서로 배우려 해야”김동호 목사(높은뜻연합선교회)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칼빈의 ‘예정론’을 비판하자 신학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
    Date2017.12.15 By갈렙 Views963
    Read More
  15. 받은 구원 언제든지 취소될 수 있는가?

    받은 구원, 언제든지 취소청구 됩니다.박경은 | 0117669763@nate.com 입력 : 2015년 01월 22일 (목) 23:08:31 최종편집 : 2015년 01월 24일 (토) 13:13:12 [조회수 : 6439] 받은 구원, 언제든지 취소청구 됩니다. 마10:22b ...끝까지 견디는 자는 구원을 얻으...
    Date2017.11.30 By갈렙 Views1069
    Read More
  16. [국민일보] 동탄명성교회 10주년, 신섭 장로 초청 간증집회_2017-07-18

    동탄명성교회 10주년, 신섭 장로 초청 간증집회 입력 : 2017-07-18 10:44/수정 : 2017-07-18 10:45 동탄명성교회(정병진 목사)는 23일 오전 11시와 오후 1시 30분 경기도 화성 동탄반석로 교회 본당에서 '7전 8기의 은혜' 저자 신섭(사진) 장로를 초청해 창립 ...
    Date2017.07.21 By갈렙 Views801
    Read More
  17. No Image

    [알림] 자유게시판에 광고나 홍보성 글이나 정치적인 성향의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자유게시판에는 우리의 신앙에 도움이 되거나 유익한 글 혹은 신앙에 관한 질문들을 얼마든지 올릴 수 있습니다. 환영합니다. 하지만 광고나 홍보성 글이나 정치적인 성향의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관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홈페이지 가입시 실명...
    Date2017.07.01 By갈렙 Views566
    Read More
  18. No Image

    안녕하세요?선교사님!

    세계 곳곳에는 재정적인 문제로 심적으로 외적으로 힘들게 외롭게 사역하시는 선교사님들이 너무 많습니다. 주님께서는 마지막으로 명령하고 가셨습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
    Date2017.06.15 By엔젤펀드 Views499
    Read More
  19. No Image

    안녕하세요? 이제 막 가입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제 막 가입했습니다. ^^ 호기심 많은 신입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_____^ 헤헤
    Date2017.05.02 By길동2016 Views615
    Read More
  20. [평가] 캐더린 쿨만 그녀는 어떤 사역자였는가?

    캐더린 쿨만(1907.5.9~1976.2.20) 여사, 그녀는 어떤 사역자였을까? 그녀는 한 시대에 나올까 말까하는 위대한 성령의 사역자로 알려져 있다. 수많은 초자연적인 기적의 현장을 만들어갈 때에도 그녀는 결코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오직 성령님만을 높인 여인이...
    Date2016.08.02 By갈렙 Views33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방문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