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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신학의 새 관점 학파, 알미니안주의 변종일 뿐”

이대웅 기자 입력 : 2013.10.14 19:38
 

김철홍 박사, 한국기독교학술원 학술세미나서 발표

▲한국기독교학술원 주최 공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기독교학술원(이사장 이흥순 장로, 원장 이종윤 박사) 주최 제44회 공개 학술세미나가 ‘바울신학에 대한 새 관점학파의 비판적 연구’를 주제로 14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철홍 박사(장신대 신약학)가 ‘바울신학의 새 관점 비판: 바울복음의 기원, 칭의론과 최후의 심판론을 중심으로’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소위 ‘새 관점’에 비판적”이라고 전제한 김 박사는, 전통적 바울신학 입장에서 새 관점의 주장을 검토하고, 새 관점과 전통적 관점의 대립되는 입장을 대조하며, 왜 새 관점의 주장이 문제가 되는지 등을 정리했다. 또 새 관점의 주장이 제기한 문제에 답하면서 전통적 개혁신학이 그동안 간과하거나 강조하지 않았던 점, 앞으로의 신학교육에서 강조해야 할 점 등을 차례로 제언했다.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바울신학의 새 관점’ 논쟁은 1977년 샌더스(E. P. Sanders)가 1세기 유대교의 성격을 “율법주의 종교가 아니다”고 말한 데서 촉발됐다. 당시 유대인들은 율법을 지킴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하나님의 선택과 언약을 통해 하나님의 백성이 돼 있으므로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를 통한 것으로 여겼고 율법을 지키는 것은 은혜로 주어진 언약에 대한 감사의 표현일 뿐이었다는, 소위 ‘언약적 신율주의(covenantal nomism)’가 샌더스의 주장.

이에 대항하는 학자들은 ‘새 관점’ 학파들보다 종교개혁가들이 바울을 훨씬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고, 샌더스에 대해서는 유대교가 율법주의 종교였음을 보여주는 적지 않은 증거들을 무시하고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이후 톰 라이트(N. T. Wright)와 제임스 던(James D. G. Dunn)이 이를 계승하여 바울이 유대교의 율법주의를 비판한 것이 아니며, 최근에는 새 관점이 기존의 관점(the Old Perspective)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옛 관점의 문제를 바로잡아 보충하고 보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새 관점의 주장은 바울신학의 지엽적 문제를 다루는 게 아니라, 속죄론·칭의론·심판론 등과 같이 매우 핵심적 영역에서 전통적 교회의 해석을 부정하고 수정하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며 “만약 새 관점의 주장을 그대로 다 수용한다면 우리는 현재의 개신교와는 다른 새로운 종교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홍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 박사는 먼저 “1세기 유대교는 율법주의 종교가 아니라 언약·선택·은혜를 중심으로 하는 오늘날 ‘개신교’와 같은 종교였다”는 새 관점의 주장에 대해 “샌더스는 선택을 구원과 동의어로 보고 있는데, 이는 지나친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1세기 유대교는 율법주의도 언약적 신율주의도 아닌, 인간이 자유의지를 사용해 하나님의 율법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 ‘신인협력설(synergism)’이라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라며 “바울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율법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고 생각해 이같은 유대교의 신인협력설을 거부했고, 바로 이 신인협력설은 바울이 유대교를 율법주의 종교로 보게 된 이유”라고 언급했다.


두번째로 새 관점의 ‘바울의 이신칭의 복음이 이방인 선교의 맥락(context)에서 형성됐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는 바울복음의 기원에 관한 문제로, 바울은 이신칭의의 복음이 먼저 있었기 때문에 이방인 선교로 나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방인 선교를 하다 보니 이신칭의의 복음이 발전했다”는 주장은 성경을 왜곡했다는 것. 그는 “바울이 이방인 선교를 하다 보니 필요에 의해 ‘이신칭의’를 발전시킨 것이라면, 이신칭의의 복음은 ‘하나님의 계시’와 관계없이 바울의 점진적이고 독창적인 창조물이 되고 만다”며 “바울이 다메섹 경험 직후부터 이신칭의의 복음을 깨닫고 그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하는 전통적 설명법이 더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세번째로 ‘칭의’가 “시작과 끝이 있는 과정(process)”이라는 새 관점 학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칭의를 ‘죄의 용서일 뿐 아니라 성화와 속 사람의 갱신’으로 보는 가톨릭 교리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전통적 관점에서 그가 말하는 칭의는 ‘법정에서 선언되는 지위(status)’이나, 제임스 던은 성화(sanctification)를 칭의의 시작과 끝 사이에 있는 일부분으로 보고 있으며 톰 라이트는 칭의가 전가(imputation)된다는 자체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의를 ‘언약적 신실성’으로 본다.

김 박사는 이에 대해 “종교개혁의 전통은 칭의를 기본적으로 의의 전가로 이해하고, 이때 전가되는 의는 하나님의 의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의’로 전가되는 것은 ‘그리스도가 갖고 있던 법적인 지위’”라며 “또 종교개혁 전통에서 칭의는 과정으로 이해되는 성화와 달리 법정에서의 선언 혹은 판결로 이해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 선언은 신자의 내면이 변화받아 거룩하게 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 은혜로 의롭다 함을 받은 것이고, 그러므로 인간은 의롭다 함을 받은 동시에 죄인이며 그 선언은 일회적이다. 그는 “새 관점은 칭의에 대한 전통적 견해가 다시 한 번 올바르다는 결론으로 인도할 뿐, 칭의에 관한 새 관점이 옛 관점에게 실제로 더하여 준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행위’와 ‘율법’이 구원론의 범주인지, 아니면 성화와 기독교 윤리의 범주인지에 대해서다. 유대교의 심판론은 행위구원을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은혜’를 말하는 샌더스 주장의 ‘아킬레스건’이 된다는 것. 실제로 바울은 여러 서신에서 ‘행위심판’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만약 새 관점의 주장이 옳다면, 과연 기독교인들은 율법의 준수 혹은 믿음의 행위를 통해 최후의 심판 때에 과연 의롭다 함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이는 결국 인간이 선행을 행할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데, 바울이 가르친 심판에 대한 경고가 그의 모든 칭의에 대한 가르침을 부정한 채 행위심판으로 결론내리는 것보다는 카슨(D. A. Carson)의 견해처럼 차라리 최후의 심판 때에 하나님께서 두 번째로 의를 전가해 주시리라는 추측이 훨씬 더 바울의 가르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원래 개신교 신학에서 율법과 행위는 성화와 기독교 윤리의 범주이지 구원론의 범주가 아닌데도 새 관점은 행위와 율법을 다시 구원론의 범주로 갖고 들어와 기존의 구원론을 변경시키려 한다”며 “새 관점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유대교는 율법주의에서 은혜의 종교로, 개신교는 은혜의 종교에서 행위구원을 가르치는 신인협동설 종교로의 종교적 패턴을 바꾸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바울의 칭의론이 실제 교회에서 도덕적 문란을 가져오리라는 염려 때문에 성경의 가르침 자체를 거부하거나 수정하려는 태도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며 “만약 우리가 성경의 가르침이나 교리를 효과와 부작용 관점에서 수정하고 조작한다면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했다.

▲이날 축도한 이수영 목사, 설교한 손인웅 목사(가운데) 등이 강연을 듣고 있다. ⓒ이대웅 기자

김철홍 박사는 발표를 마치면서 “칼빈은 루터와 달리 율법과 복음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율법 안에서 복음을, 복음 안에서 율법을 찾거나 혹은 선행이 없는 믿음이나 선행 없이 성립되는 칭의를 거부했다”며 “바로 이 점에서 칼빈의 전통을 따르는 개혁주의는 율법과 복음을 분명히 구분하는 루터의 가르침보다 율법에 더 무게를 주면서, 율법이 그리스도의 때까지만 유효한 것임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옛 언약’의 범주인 율법을 구원론의 범주와 연결해 설명하는 ‘새 관점’에 대해 “‘알미니안주의의 변종’이자 성격상 종교개혁 이전의 가톨릭 교리와 전통적 개신교 교리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별로 새롭지 않은 종교개혁 전통의 부정일 뿐”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옛언약과 새언약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 문제는 불연속성을 강조해야 하고, 이는 바울복음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길”이라며 “복음과 율법을 보다 분명하게 구분하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유대교와 복음이 어떻게 다른지를 분명히 대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홍 박사의 발표에 권혁승 박사(서울신대)는 논찬을 통해 “새 관점의 오류를 분명히 밝혔지만, 새 관점 논쟁이 가져온 긍정적 요소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답했다. 이후 변종길 박사(고신대)는 제2강의 ‘새 관점 학파의 주장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후 서구 신학은 유대인들을 변호하는 유대주의 경향으로 흘러왔는데, 샌더스와 이후의 새 관점 학파도 크게 보면 이런 흐름 가운데 하나”라며 “이런 신학적 경향을 유대인들은 반기겠지만, 성경과 종교개혁 신앙을 따르는 전통 교회에는 또 하나의 위협 요소”라고 발표했다. 최흥식 박사(횃불트리니티신대)는 논평을 맡았다.

앞서 오덕교 전 총장(합동신대) 사회로 열린 경건회에서 ‘분리될 수 없는 믿음과 행함(약 2:14-26)’을 제목으로 설교한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원로)는 “한국 성도들은 너무 쉽게 구원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싸구려 복음’처럼 여기게 하거나, 다른 쪽에서는 윤리와 실천 등을 너무 강조하고 교리를 강화하면서 유대교처럼 되고 있다”며 “진정한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사람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으로, 믿음은 행함을 생성하고 행함은 믿음을 증거하면서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작곡가 박재훈 목사에 대한 제9회 한국기독교학술상 시상식과 이날 발표한 김철홍·변종길 박사에 대한 학술원 정회원 추대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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