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슬람대 설립도 못 하고 법인세 45억 내는 이유는…
사우디가 자금 지원 약속 깨 착공 미루다 토지 수용
보상금에 세금 부과
재단, 소송 냈지만 패소
이 대학 건립 계획이 처음 수립된 것은 이슬람교가 국내에서 막 자리를 잡기 시작했던 1980년. 그 해 5월 최규하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칼리드 당시 국왕과 만나 한국은 학교 부지를, 사우디는 공사비를 담당하는 조건으로 한국이슬람대학을 만들기로 했다. 한국이슬람교는 정부로부터 경기 용인시에 학교 부지 43만여㎡(약 13만평)를 제공받은 뒤 기공식까지 열었고, 당시 문교부로부터 대학 설립계획도 승인받았다. 부지 규모는 고려대 안암캠퍼스(48만여㎡)와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공사비를 대기로 했던 사우디 정부가 약속한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서 착공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학교 부지는 갖은 수난에 시달렸다. 1995년 토지 원 소유주들이 소송을 내 부지 중 약 5만5,000㎡(1만6,000여평)를 돌려주게 됐다. 남은 땅도 2003년 보전녹지지역으로 지정돼 건물을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2005년에는 산림청이 인근 토지를 전부 휴양림 조성사업 부지로 지정하면서, 용인시는 재단에 보상금 134억여원을 주고 학교 부지를 가져갔다.
난관은 이어졌다. 2010년 용산세무서가 보상금에 대해 법인세와 양도소득 가산세를 부과해 45억여원을 징수해간 것이다. 비영리 법인이 부동산 등을 3년 간 원래 사업 목적에 쓰지 않으면 법인세를 부과하는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재단 측은 "사우디 정부가 공사비를 주지 않아 원래 사업 목적에 사용할 수 없었다"며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 이태종)는 26일 한국이슬람교가 용산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법인세법상 건축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의 유무는 변수가 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한국이슬람교 관계자는 "소송 내용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내부 협의가 끝나지 않아 아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현재 남은 보상금으로 경기 연천군에 원래 부지의 절반 정도인 28만여㎡의 땅을 매입해 학교 부지 명목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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