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13일(수)
제목 : “비젼을 다시 찾게 해주신 하나님”
겨울이 긴 것 같지만 그러나 시간을 잡아놓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지난주 월요일은 입춘(立春)이었다. 이제 겨울도 다 간 모양이다. 아직도 가끔 눈발이 날리며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보이지만 그래도 어디에선가 봄이 오고 있을 것이다. 벌써 시장에는 상큼한 딸기와 선을 보이고 있다. 아마 비닐하우스는 이미 봄이 되었나보다.
지난 주일새벽이다.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나는 아주 기분이 들떠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군가 나에게 상당히 높은 사양의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로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노트북 컴퓨터를 받아들고 이리저리 훑어보고 뒤집어보고 하면서 좋아했었다. 그런데 일어나보니 그것은 꿈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잘 기억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꾼 꿈을 대부분 기억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게 있어서 꿈은 대부분 뭔가를 암시해 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날 아침 교회로 가는 발걸음은 그래서 가볍기만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주일에는 무려 68명이 함께 모여 예배를 드렸다. 지금까지 동탄명성교회가 생긴 이래로 가장 많이 모인 인원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만으로 그 꿈의 해석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대단히 높은 열정을 지닌 평신도 지도자를 내게 붙여주실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나의 기도제목이 바뀌기 시작했다.
1. 주여! 평신도 지도자를 보내 주시옵소서.
나는 지금까지 우리 교회에 일꾼을 보내달라는 기도를 잘 하지 못했다. 남의 교인을 빼앗아오는 뻔뻔스러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가 다 훈련시켜놓은 일꾼을 거져 데려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생각이 바뀌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교회에 등록한 성도들을 분석해 본 이후로 그리고 지난 일들을 되돌아본 이후로 말이다.
우리 교회 성도는 사실 대부분이 50대 내지는 60대 이상의 교인들이다. 이들은 사실 누군가를 섬기기보다는 이제는 누군가로부터 섬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아닌가! 나는 사실 아주 오래 전부터 어른들을 좋아해 왔다. 어른들은 확실히 훌륭한 선생님이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을 가까이하면 무엇이건 정말 알차고 귀한 것들을 거져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늘 제공된다. 그래서인지 우리 교회는 유난히도 70대 할머니들이 많다. 아마 우리 교회가 개척교회로는 동탄지역에서 가장 어른들이 가장 많이 출석하고 있는 교회가 아닌가 싶다.
그런데 나와 함께 하늘나라의 비젼을 이루기 위해 뛰어줄 일꾼이 없다. 그러나 우리 교회도 이제는 사람을 훈련시키고 세계선교의 비젼을 향해 달려가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벌써 교회가 세워진지 1년이 다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을 향해 달려 나아갈 군사들이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평신도 지도자를 세워, 제자를 삼고 제자를 낳은 건강한 셀리더를 세우고 세계선교의 현장에 나아가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신도 지도자로 훈련시킬 사람이 좀 있나를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평일에도 교회에 나와서, 새가족들을 훈련시키고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를 위해 함께 뛰어갈 성도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교회가 늙고 병든 교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갑자기 내 가슴속으로 엄습해 들어왔다. 우리 교회가, 누군가가 던져주는 것이나 받아먹는 교회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남들을 위해 뭔가를 제공하는 교회가 될 것인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난 7년간의 일들을 떠올려 보았다. “그래, 그동안 나도 아무런 댓가 없이 사람들을 훈련시켜, 평신도 지도자로 세워놓지 않았던가! 그들이 세상의 가치를 벗어나 하늘나라의 가치로 향하도록 훈련시키지 않았던가!” 하지만 개척할 때 나는 내가 훈련시킨 사람들 중에 한 사람도 데리고 나오지 않았었다. 그들 중에는 제가 섬기던 일산 가까운 지역에 교회를 개척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했다. 첫째는, 그것은 나를 사랑해준 담임목사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둘째는, 내가 지금까지 기도한 장소가 일산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나는 이렇게 다짐했다. “그래, 이제는 여기에 이사온 성도들 중에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일할 일꾼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훈련시켜 그들로 하여금 제자비젼과 세계선교의 비젼을 이루어 나갈거야”.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주여, 이제 때가 되었습니다. 동탄을 변화시킬 사람을 훈련시킬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한 사람을 보내주시옵소서.”
2. 다시 불붙은 제자비젼과 세계선교의 비젼
그러던 중 지난주 월요일 새벽, 나는 4개월만에 동탄 기독교 연합회 조찬기도회에 참석하였다. 그런데 그날은 예정된 동사무소가 개방되지 않아, 동사무소 앞에 있는 한 개척교회에서 조찬기도회를 갖게 되었다. 오랜만에 참석해서 그런지 새로운 목회자들 더러 보였다. 사실 그날은 첫 번째 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뒤 4개월만에 다시 참석한 기도회였다.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나는 나를 동탄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개척자로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정말 간절히 기도했다.
그리고 조찬기도회를 마치게 되었는데, 장소를 제공해준 그 교회 목사님께서 아침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고 제안하셨다. 개척교회라 힘들텐데 기꺼이 자청하시는 모습이 정말 좋아보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해장국집에 모두 몰려갔다. 그런데 아침식사를 마칠 무렵, 이야기를 듣다보니 D12를 교회에 접목한 개척교회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분은 서울에서 성공적인 목회를 하셨지만, 진정 주님이 디자인한 그러한 교회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동탄에서 새롭게 교회를 개척하신 분이었다. 나이는 60세 가까운 목사님이셨지만, 그분의 마음만은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에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 노회장님도 하시고, 신학교 교수님도 하셨던 분이란다. 그런데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제 30년 목회생활 가운데 지금처럼 행복한 때는 없었습니다. 교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정말 전통적인 목회방식이 아닌, 주님께서 하셨던 바로 그 목회를 이제야 다시 하게 되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는 올해도 어김없이 진행되는 D12 컨퍼런스에 꼭 가보라고 강력히 추천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 내가 기쁜 것은 교인 한 명이 우리 교회에 등록하고, 여러 명이 우리 교회를 방문해서 기쁜 것이 아니라 한 명의 성도가 변화되어 하나님 나라의 리더로 세워지는 것이 기쁜 일이 되어야 한다.” 그 시간 나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날 저녁 나는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그 책들은 일산에서 교회를 섬길 때부터 손때가 묻은 책들이다. 개척을 위해 공부하던 G12에 관한 책들이었다. 그런데 그날 이야기를 듣자하니 D12는 G12를 한국적 상황과 목회에 접목한 것이기에 너무너무 좋은 것이라고 했다. G12에 대해서는 그래도 상당한 분량의 책들을 읽었고 세미나도 두 번이나 다녀온 나로서는 D12가 궁금해 왔다. 그래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가를 비교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D12 컨퍼런스는 참석하는 자들에게까지 녹음이 허락되지 않고 촬영이 허용되지 않아서, 거기에 참석해야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만 둘 수는 없지 않은가? 컨퍼런스 참석여부에 관계없이 나는 우선 자료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우선 부산 P교회 홈페이지를 찾아 목사님의 특강 같은 것이 영상으로 올라와 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마침 한 기독교TV에서 특강을 하셨던 영상들이 다수 거기에 있었다. 그 특강을 듣자하니, D12를 왜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바탕과 배경하에 현재의 D12 양육시스템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훈련과 양육이라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곧장 인터넷몰에서 D12에 관한 모든 책들을 주문했다. 그리고 인터넷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는 D12의 내용 중, 양육체계가 과연 어떻게 진행되어는 가는지 하나씩 하나씩 체크해 보았다. 그리고 D12 컨퍼런스에 참석한 다음 집중훈련 6단계까지 마치신 아는 목사님께 전화를 걸어 궁금한 사항을 여쭈어보았다. 역시 사람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한국교회에 소망이 없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한국교회의 마이너스 성장을 어떻게 하면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이것은 비단 나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그 비결은 개척교회도 살아서 부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 할인마트처럼 큰 교회만 잘 되고 개척교회나 작은 교회는 죽어간다면 한국교회는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임에 분명하다. 개척교회도 살고 작은 교회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목회방안, 그것은 평신도 지도자를 세워 그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얼핏 보기에는 D12나 G12나 대동소이한 것 같다. 어떤 프로그램이든지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두 양육시스템이 내거는 캐치프레이는 평신도 한 사람을 황홀한 셀리더를 훈련시켜, 셀을 재생산해 내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두 양육시스템은 오직 양육과 훈련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평신도지도자들이 세워지지 않는 교회는 결국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었다.
책을 읽고, 특강을 듣고 있자하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눈 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잠시 잃었던 비젼을 다시 되찾은 것이다. 비젼이란 그림을 그리듯 미래의 일을 펼쳐 보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누구라도 툭 치면 바로 튀어나오는 것이 비젼이다. 그러한 비젼이 이제 다시 눈앞에 아른거리시 시작한 것이다. 그때였다. 지금까지 나를 이끌어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나님의 섭리와 사랑에 갑자기 눈물이 눈가를 적시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비젼을 이룰 수 있도록 그동안 나를 얼마나 훈련시켜 주셨던가가 떠올랐다. 대학생 때에는 대학생선교단체에 들어가서 일대일로 양육을 받았던 일들, 군대에서는 3년간 군종병이 되어 전도하며 설교했던 일, 청년이 되어서는 성령운동에 뛰어들어 대학교에 휴학계를 내놓고 2년간 부흥사목사님을 따라다니며 섬겼던 일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우리나라에서 강력하다고 하는 성경공부를 모두 다 해보았던 것들, 하나님 나라의 비젼을 이루기 위해 가장 강력한 도구로 불려지는 제자훈련과 알파코스 그리고 G12를 실천해 보았던 일들. 모두가 다 주님의 은혜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다 경험하도록 나를 인도해 주셨을까? 오직 감사할 뿐이었다.
그뒤 나는 기도제목을 점검하였다. 그리고는 사람을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제 내게는 언제든 시간을 낼 수 있고 하나님나라를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주여, 우리 교회도 이 세상을 흔들 지도자들이 필요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훈련받고 준비한, 바로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을 보내 주시옵소서.” 그런데 오늘 저녁 수요기도회 때다. 그동안 말씀이 좋은 교회를 찾고 있었는데, 목사님을 만나게 되어 매우 기쁘다 하시면서, 평택에서 이사왔다고 말씀하신 어떤 여자 성도가 있었다. 그런데 혼자 온 것이 아니라 친구까지 데리고 우리 교회를 찾아왔었다. 뭔가가 시작될 것 같다.
“하나님이여, 이제는 나와 우리 교회를 사용하시여 당신의 뜻을 이루시옵소서. 나는 다만 주의 말씀에 순종하겠나이다. 이제는 주님이 보여주신 바로 그 비젼을 이루어나가길 원합니다. 저와 함께 동역할 평신도 지도자들을 보내주시옵소서. 그들을 훈련시켜 참으로 주님이 원하시던 바로 그 교회를 세워나가게 하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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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예수교장로회 동탄명성교회 정병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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