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자들은 성경에 근거해 정원 무덤과 스컬 힐이 골고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알려진 정원 무덤 ⓒ데일리굿뉴스

"진짜 골고다는 정원 무덤(The Garden Tomb)이다".

지난 수천 년간 골고다 언덕이라 여겨지던 성묘교회(The Church of the Holy Sepulchre)가 가짜라는 주장은 꽤 흥미로웠다. 알고 보니 골고다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이어져 온 논쟁이다.

골고다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혀 장사한 지 3일 만에 부활한 인류 역사상 가장 영광스러운 사건이 일어난 현장이다. 그렇다 보니 성지 중에서도 성지라 불리는 곳이 바로 골고다다. 성묘교회는 4세기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에 의해 골고다라 확정된 이래 전 세계 순례자들에게 거룩한 성지로 추앙돼 왔다.

그러나 성묘교회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도 많았다. 학자들은 성묘교회가 기독교 역사적 가치를 가진 전통적 위치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성묘교회의 전통적 위치가 골고다라는 확정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견해 차이를 보여 왔다. 신빙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성서학자 에드워드 로빈슨은 골고다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있으리라 추정했다. 사진은 예루살렘 올드시티 다마스쿠스 게이트 ⓒ데일리굿뉴스
 ▲성서학자 에드워드 로빈슨은 골고다가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있으리라 추정했다. 사진은 예루살렘 올드시티 다마스쿠스 게이트 ⓒ데일리굿뉴스

성서 지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성서학자 에드워드 로빈슨(Edward Robinson, 1794-1863)은 저서에서 십자가 처형이 야파(욥바)나 다마스쿠스(다메섹)로 가는 길에서 이뤄졌으리라 추정했다. 로빈슨은 가버나움 등 수많은 성서 속 도시와 지명을 밝혀낸 인물이다. 일부 학자들도 오늘날 올드시티 밖에서 골고다를 찾아 나섰다. 그중 가장 주목받은 곳이 정원 무덤이다.

19세기 많은 학자가 정원 무덤이 골고다일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 인물이 영국의 영웅 찰스 고든(Charles George Gordon, 1833-1885)이다. 고든 등 정원 무덤 지지자들은 성경(요 19: 41)에 근거해 정확하게는 스컬 힐이 골고다이며 정원 무덤은 아리마대 요셉의 무덤, 즉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정원 무덤에서는 돌무덤 등 성경의 묘사와 부합하는 고대 유물이 발견됐다.

 ▲정원 무덤 입구로 가는 길. '비밀의 화원'이 떠오른다.ⓒ데일리굿뉴스
 ▲정원 무덤 입구로 가는 길. '비밀의 화원'이 떠오른다.ⓒ데일리굿뉴스

"저물었을 때에 아리마대의 부자 요셉이라 하는 사람이 왔으니 그도 예수의 제자라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의 시체를 달라 하니 이에 빌라도가 내주라 명령하거늘 요셉이 시체를 가져다가 깨끗한 세마포로 싸서 바위 속에 판 자기 새 무덤에 넣어 두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에 놓고 가니 거기 막달라 마리아와 다른 마리아가 무덤을 향하여 앉았더라"(마 27: 57~61)

정원 무덤은 예루살렘 올드시티 성벽 밖 아랍인 거주 지역에 위치했다. 다마스쿠스 게이트에서 북쪽으로 약 300m 거리다. 다마스쿠스 게이트뿐만 아니라 근처 시장과 버스터미널이 있어 유동 인구가 꽤 많다. 인파 사이로 정신없이 걷다 보면 정원 무덤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표지판을 따라 골목 안으로 향하자 높은 석장 사이로 좁은 철문이 보인다.

'비밀의 화원'이 떠오른다.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아름다운 정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싱그러운 녹색을 띤 각종 나무와 형형색색 만개한 꽃이 정원에 가득 찼다. 버스 매연과 아잔(이슬람교 예배 시간을 알리는 소리) 소리로 조금 전까지 어지러웠던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도 한결 평안해진다. 그동안 예루살렘에서 느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정원무덤 지지자들은 스컬 힐이 예수 그리스도가 십가가에 달린 골고다라고 주장한다. 정원무덤 전망대에서 본 스컬 힐 모습 ⓒ데일리굿뉴스
 ▲정원무덤 지지자들은 스컬 힐이 예수 그리스도가 십가가에 달린 골고다라고 주장한다. 정원무덤 전망대에서 본 스컬 힐 모습 ⓒ데일리굿뉴스
 ▲정원 무덤 전망대에는 1900년 남쪽에서 찍은 스컬 힐 사진이 놓여있다. 흰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이 해골처럼 보인다.ⓒ데일리굿뉴스
 ▲정원 무덤 전망대에는 1900년 남쪽에서 찍은 스컬 힐 사진이 놓여있다. 흰 동그라미로 표시한 부분이 해골처럼 보인다.ⓒ데일리굿뉴스

길은 여러 갈래로 뻗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린 골고다를 보기 위해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정원 끝 전망대에 다다르자 버스 정류장이 내려다 보이고, 그 위로 아찔한 바위 절벽이 시선을 끈다. 절벽의 깎아진 모양새가 기괴하니 흡사 해골 같다. 정원 무덤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골고다, '스컬 힐(Skull Hill, 해골 언덕)'이다.

스컬 힐(Skull Hill, 해골 언덕)은 성서 시대 당시 지역의 오래된 채석장이었다. 구전에 따르면 당시 이 채석장에서 십자가형이나 투석형이 집행됐다고 한다. 십자가형은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군중이 볼 수 있도록 왕래가 많은 도로나 장소에서 이뤄졌는데, 스컬 힐은 다마스쿠스와 여리고로 가는 도로와 연결된 이른바 교통 요충지였다.

 ▲예수 그리스도가 묻히고 부활한 장소로 알려진 정원 무덤. 사진은 무덤 입구 ⓒ데일리굿뉴스
 ▲예수 그리스도가 묻히고 부활한 장소로 알려진 정원 무덤. 사진은 무덤 입구 ⓒ데일리굿뉴스

돌무덤은 입구 쪽에 자리했다. 표시판은 입구에서 올 때와 다른 방향으로 길을 안내한다. 가는 길에 90만 리터 이상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지하 빗물 저수탱크 자리와 포도원에서 사용하던 포도 착즙 시설 등 고대 유물도 볼 수 있다. 개인의 소유라기에는 상당한 수준이다. 정원의 주인이 부자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지자들이 정원의 주인으로 주장하는 아리마대 요셉 역시 성경에서 '부자'(마 27:57)라고 언급하는 인물이다.

신약성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매장된 돌무덤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당시 유대인은 천연동굴을 매장지로 사용했으며 조상들과 함께 묻히는 것이 통상적 관례였다.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가 묻힌 곳은 바위 속을 판 만든 새 무덤(마 27:60)이었다. 입구는 커다란 돌을 굴러 막았으며(막 15:46), 무덤 안에는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공간(눅 24:1~3, 10)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수 그리스도 무덤 내부 ⓒ데일리굿뉴스
 ▲예수 그리스도 무덤 내부 ⓒ데일리굿뉴스

정원 무덤은 성경에서 묘사한 기록과 흡사하다. 천연동굴이 아닌 바위를 파서 만든 돌무덤이다. 발견 당시 무덤 입구는 큰 돌이 막고 있었으며, 안은 비어 있었다고 한다. 현재 있는 돌은 복원된 것으로, 원래 있던 돌은 지진 등으로 인해 손상됐다.

무덤 안으로 들어가자 널찍한 공간이 나온다. 성인 예닐곱 명이 거뜬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우측에는 시신이 놓여있던 자리다. 바위를 깎아 만들었다. 천창에서 들어온 빛이 어두운 자리를 비춘다. 출입을 막아 자리를 만져볼 수는 없지만,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은혜가 된다. 

 ▲싱그러운 녹색을 띤 각종 나무와 형형색색 만개한 꽃이 정원 무덤에 가득 찼다.ⓒ데일리굿뉴스
 ▲싱그러운 녹색을 띤 각종 나무와 형형색색 만개한 꽃이 정원 무덤에 가득 찼다.ⓒ데일리굿뉴스

성경에 기록된 장소가 어디일까. 사람들은 오랫동안 성경 속 장소를 찾아왔고, 성경이 사실임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증거를 발굴하는 데 힘써왔다. 증거가 발견된 곳은 오늘날 성지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 순례의 장소가 됐다. 그러나 때론 진위 논쟁이나 종파 간 갈등 등으로 성지가 전하는 본래의 정신이 퇴색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골고다 역시 마찬가지다. 정원 무덤이 예수 그리스도가 죽고 부활한 장소인지는 불분명하다. 오늘날 성묘교회가 골고다라는 주장이 지배적인 가운데, 여전히 정원 무덤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지지자도 많다. 

하지만 골고다를 둘러싼 정원 무덤과 성묘교회의 진위 논쟁보다 중요한 것은 성도의 삶이 부활의 증거, 성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성경에 기록된 말씀대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신'(딤 2:8) 예수 그리스도처럼, 성도들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야 한다. 성도들이 세상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살아계심과 말씀의 살아있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갈 때 진정한 성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함이라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롬 6:4~5)

천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