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이라는 말이 있다. 남의 산에 있는 돌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살이에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고 우리가 배워야할 교과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느부갓네살왕의 아들이었던 벨사살왕은 그것을 배우지 못했다. 보았으면서도 권력에 취했고 사치와 향락에 빠지고 말았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그건 그의 비참한 죽음이었고 나라를 남의 나라에 빼앗기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또 배워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들어가며
다니엘서는 총12장으로 구성된 예언서이자 계시서이며 역사서인데, 1장부터 6장까지는 각장마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한 가지씩 있다. 다니엘서 5장도 그중에 마찬가지다. 다니엘서 5장에서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나온다. 갑자기 하늘로부터 사람의 손가락들이 나타나더니 석회벽에다가 어떤 글자를 새겨놓았기 때문이다. "메네 메데 데겔 우바르신" 대체 무슨 암호일까? 아람어 내지는 히브리어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4마디의 말은 왜 바벨론의 술사들이 해석은커녕 읽지도 못한 것일까? 읽을 수 있었으나 해석을 하면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못읽는다고 했던 것일까? 당시 세계 공용어인 아람어를 사용하고 있던 사람들은 왜 이 글자를 해독하지 못했던 것인가? 오늘 이야기는 이 사건이 있은 직후 벨사살왕이 자신의 통치 3년만에 죽임을 당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석회벽에 쓰인 이 글자를 통해서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또한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2. 벨사살 왕, 그는 누구인가?
느부갓네살왕은 일반인들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왕이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건설했던 걸출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구상에서 최고의 견고한 성읍을 건축했으며, 그 안에 세계 제7대 불가사이의 하나인 공중정원을 지었던 장본인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 나보폴랏사르(B.C.625~605)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B.C.605년에 왕위에 올라 무려 43년간을 통치하고 B.C.562년에 사망했던 신바벨로니아 제국의 제2대왕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이 두번째로 꾸었던 "큰 나무" 환상과 그리고 그 해석을 다니엘로부터 들었지만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결국 하나님의 징계를 받고 광인(낭광증)이 되고 만다. 그후 무려 7년간을 들판에서 소처럼 풀을 먹으며 들짐승과 함께 살아간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그 일은 B.C.577~571년에 일어났었다. 그러나 그는 B.C.571년이 되자 그는 다시 왕직에 복원되었고, 9년간을 더 통치하다가 자신의 아들 아멜마르둑(에윌므로닥)(B.C.562~560)에 물려주고 사망한다.
그렇다면, 오늘 본문 말씀인 다니엘서 5장에 등장하는 느부갓네살왕의 아들인 벨사살은 대체 누구인가? 그는 느부갓네살왕의 아들이었는가? 아니면 지금까지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 그리고 신학자들 대부분이 언급했던 것 곧 단5장에 나오는 벨사살왕은 바벨론의 제6대왕이었던 나보니두스(B.C.556~539)년의 아들일까? 그런데 이 벨사살은 실제로 왕은 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아버지 나보니두스가 달신을 섬기기 위해 데마에서 약10년간을 보냈기 때문에, 그가 일찌감치 아버지를 대신하여 왕직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러므로 벨사살은 왕은 아니었지만 왕직을 수행하다가 메대왕 다리오와 바사왕 고레의 침략을 받고 사망했던, 신바빌로니아제국의 마지막 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 놀랍게도 다니엘 5장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벨사살은 느부갓네살왕의 아들로서 언급되고 있다. "벨사살은 ... 그의 부친 느부갓네살이 예루살렘 성전에서 탈취하여 온 금, 은그릇을...(단5:2)"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왕의 어머니였던 태후(아미티스)도 자기 아들 벨사살 왕에게 "당신의 부친의 때에"라고 언급하고 있으며(단5:11), "당신의 부친 느부갓네살 왕이..."(단5:11)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벨사살 왕 자신도 다니엘에게 "네가 나의 부왕이 유다에서 사로잡아온 유다자손 중의 [바로] 그 다니엘이냐?"(단5:14)라고 묻고 있다. 그리고 다니엘 자신도 벨사살왕에게 "왕이여,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이 왕의 부친 느부갓네살에게 나라(왕위)와 큰 권세와 영광과 위엄을 주셨고(단5:18)"고 말하고 있다. 또한 다니엘은 "벨사살이여, 왕은 그의 아들이 되어서 이것을 다 알고도...(단5:22)"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다니엘서에서는 전적으로 벨사살이 느부갓네살왕의 아들인 것을 언급하고 있다. 고로 우리는 벨사살왕이 느부갓네살왕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벨사살이 느부갓네살왕이라는 증거가 성경 이외에 있을까? 있다. 외경으로 알려진 바룩서에 1장에 벨사살은 느부갓네살왕의 아들로 나와 있다. "그리고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와 그 아들 벨사차르(벨사살)가 오래 살도록 기도하여, 땅에서 그들의 날들이 하늘의 날들처럼 되게 하십시오. 주님께서 우리에게 힘을 주시고 우리 눈을 밝혀 주실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와 그의 아들 벨사차르(벨사살)의 그늘 아래 살 것이며, 오랜 나날 그들을 섬기고 그들에게 총애를 받을 것입니다(바룩1:11~12)."라고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바룩서는 남유다가 예루살렘에 점령당한 뒤 5년 후에 쓰여진 외경으로서 예언서 중의 하나다. 한편 연대기를 연구해 온 김명현교수(한국과학연구소 소장)는 그의 다니엘서 강해를 통해서, 벨사살은 느부갓네살왕의 아들로서, 느부갓네살왕이 광인병에 걸려 들판에서 지낼 때에 왕위에 올라 3년을 통치했으며, 그가 죽자 메데왕 다리오(그의 외삼촌)가 그 나라를 4년간 차지했다가, 느부갓네살(다리오의 매형)이 제정신이 돌아오자 다시 나라를 그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그후 느부갓네살왕은 9년간을 통치하고 그의 아들 아멜마르룩(에윌므로닥)에게 물려주었던 것이다.
3. 벨사살 왕은 왜 죽임당해야 했는가?
벨사살왕은 왜 왕위에 오른지 3년만에 [자신의 신하에 의해] 죽임당해야 했는가? 그것은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그는 교만했기 때문이요, 둘째, 그는 하나님의 진노를 살 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며, 셋째, 그는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로 그는 아주 교만했으며 사치와 향락을 즐기던 자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가 물려준 견고한 대제국을 마치 자기가 세운 것인량 과시하기를 좋아했으며, 그래서 귀족들 1,000명을 불러다가 대잔치를 벌이며 자랑을 했던 것이다(단5:2~3). 또한 그는 왕후들과 후궁들이 많다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도 몰랐으며(단5:2~3),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주었던 왕으로서의 권세와 영광과 위엄을 자신의 것인량 착각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을 하늘의 하나님보다 높이며 즐거워했던 것이다(단5:18,23).
둘째로, 그는 하나님의 진노를 살 만한 행동을 거침없이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가 신성모독의 죄와 우상숭배의 죄를 지은 것이다. 먼저 그는 귀족들을 모아놓고 벌인 잔치에서 술에 취한 나머지, 그의 부왕이 예루살렘에서 빼앗아온 성전기명 중 금그릇과 은그릇을 가져다가 귀족들과 자신의 처첩들의 술잔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단5:3,23). 사실 그는 처음부터 여호와 하나님을 매우 무시했던 왕이었다. 그는 왕이 되자 선왕이 그토록 귀하게 여겼던 다니엘을 내쳐서 어디론가 보내버렸고, 남유다에서 가져온 성전기명을 향락의 도구로 사용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내팽개쳐버리고, 오히려 금과 은과 구리와 쇠와 나무와 돌로 만들 우상들을 찬양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단5:4,23). 하나님께서 남유다를 느부갓네살에게 넘긴 것은 남유다 백성의 죄로 인한 것이었지 하나님이 무능해서가 아니었는데, 그는 바벨론의 신들(마르룩, 벨, 느보 등)이 남유다의 신(여호와)보다 월등한 신으로 착각해버린 것이다. 더욱이 그는 하나님이 아닌 금은동목석으로 만든 우상을 하나님을 섬기듯 섬김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왔던 것이다.
셋째로, 그는 역사를 통해서 나타난 결과를 결코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선왕이 왜 왕궁에서 쫓겨나 들짐승처럼 살고 있는지를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선왕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왕위와 권세와 능력을 자기의 것으로 착각한 나머지 자신을 신격화하려다가 결국 하나님께 철퇴를 맞고 광인이 되었다는 것을 결코 배우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적인 교훈을 통해 배우지 못하는 자는 왕으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버림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신하에 의해 죽임당하는 하나님의 진노를 받아야 했던 것이다.
4. 벨사살왕은 어떻게 석회벽에 쓰인 글자를 해독할 수 있게 되었나?
벨사살왕은 갑자기 나타난 손가락에 의해 쓰여진 석회벽 글자를 해독할 수가 없었다. 그는 먼저는 사시나무떨듯 떨었던 왕은 이제 정신이 나간듯이 큰 소리로 바벨론의 모든 술사들을 불러오게 한다. 그리고 석회벽에 기록된 글자가 대체 무슨 뜻인지를 묻는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를 못했다. 그 글자의 해석은 커녕 읽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이 소식을 들은 태후(느부갓네살왕의 왕비)가 귀족들이 하는 말을 듣고 왕 앞으로 나아온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왕에게 전에 느부갓네살왕 때 있었던 다니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왕의 부친 때부터 봉사하고 있는 지혜로운 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왕의 부친은 꿈해석을 통해 그를 모든 바벨론의 술사의 어른으로 삼았는데 그의 이름은 "다니엘"이라고 알려주면서 그를 부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당시 왕은 다니엘과 그가 믿는 하나님을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차였다. 그러므로 벨사살은 자신이 왕이 오르자, 다니엘을 내치고는 어디론가 보내버렸고 또한 그가 믿는 신을 모욕주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은그릇과 금그릇을 술잔을 만들어 사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른 길이 전혀 없다는 것을 눈치챈 벨사살 왕은 어쩔 수 없이 다니엘을 오게 한다. 그리고 그를 만나자마자, 그의 신분이 원래 포로가 아니었더냐는 투로 말한다. "네가 나의 부왕이 유다에서 사로잡아 온 유다자손 중의 그 다니엘이라는 자냐?(단5:13)" 하지만 다니엘은 왕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후 왕이 그에게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한 것들을 사양하고는 왕의 소원대로 글자를 해석해 드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선왕의 모든 것을 지켜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벨사살왕은 마음을 낮추지 못하고 교만해졌으며, 하나님의 통치하심을 모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니엘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자칫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은 담대하게 하나님의 입장에서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는 왕이 성전기명을 술잔으로 사용한 것은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였으며(단5:23a), 아무 의미없는 피조물을 하나님으로 섬기는 어리석은 행위를 했음을 지적한다(단5:23b). 그리고 하나님이야말로 왕의 호흡(생사화복)을 주관하시는 분이시며 왕의 모든 앞날을 작정하시는 분이라고 말한다(단5:23c). 그리고 는 석회벽에 쓰여있는 글자를 해독하기 시작한다.
5. 왕궁 맞은편 석회벽에 쓰여진 글자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나?
그렇다면, 그때 왕궁 맞은편 석회벽에 쓰여진 글자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었다. 이 문장은 아람어이지만 실제 석회벽에 쓰였던 글자는 아마도 히브리어가 아니었을까 추정해볼 수 있다. 만약 그 언어가 아람어였다면 아람어를 나랏말로 사용하고 있는 갈대아술사들이 그것을 읽지 못했을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히브리인들은 그때 기록된 말은 아마도 히브리어로서 "한 마네흐 한 마네흐 그리고 하나의 반 세겔"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여기서 "마네흐"와 "세겔"은 돈을 세는 단위인데, 20게라가 모이면, 한 세겔이 되고, 60세겔이 모이면 한 마네흐가 된다(겔45:12). 그렇다면 아람어로 볼 때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는 문장은 어떤 뜻인가? 그것은 "세어보고 세어보고 [무게를] 재어보니 [부족함이 보여서] 나누이게 되었다"는 뜻이다. 마지막의 "우바르신"의 "우"는 "그리고"라는 뜻이며, "바르신"은 "페레스(나누다)"의 복수형이다. 그러므로 이 말의 뜻은 첫째, "메네"는 하나님께서 벨사살을 계산하고 또 계산해보았다는 뜻이다. 이 딘어가 두 번씩이나 사용된 것은 하나님께서 벨사살을 신중하게 그리고 아주 공의롭게 세어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둘째, "데겔"은 그의 함량을 재어보니 부족함이 보였다는 뜻이다. 셋째, "우바르신"은 하나님께서 그의 나라를 나누어서 다른 나라에게 주겠다는 뜻이다. 결국 바벨론은 훗날 메대와 바사에게 주어지게 된다. 이처럼 다니엘의 해석은 정확했다. 왜냐하면 그날 밤에 벨사살왕은 [신하들에게 의해] 죽임을 당했으며, 그의 나라는 훗날 나뉜채 메대와 바사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지금도 세어보고 달아보고 계신다. 그때 우리도 벨사살왕처럼 부족함이 있으면 아니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하나님 보시기에 알곡이 되도록 더욱더 성품과 삶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다음주에 공부하겠지만, 느부갓네살왕의 아들이었던 벨사살이 죽게 되었을 때(B.C.574년), 바벨론이 곧장 망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 잠깐 바벨론이 벨사살의 외삼촌이었던 메대왕 다리오에게 넘어갔다가, 4년 뒤에 느부갓네살이 정신이 온전하여지자 그 나라를 또한 다리오가 자신의 매형인 느부갓네살왕에게 다시 되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9년 뒤에 바벨론의 7대왕 벨사살2세 때에 멸망하게 되는 것이다.
6. 나오며
이처럼 하나님은 교만한 사람을 반드시 심판하신다. 그리고 하나님을 모욕하는 자도 역시 심판하시며, 우상숭배자들도 심판하신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사치와 향락에 쓰는 사람도 하나님은 심판하실 것이다. 더욱이 역사의 현장을 보았으면서도 그 교훈을 망각하고 제 멋대로 행동하는 자도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심판하실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벨사살왕의 교훈을 가슴에 새겨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우리를 세어보고 달아보시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때에 우리의 무게가 합당하게 나간다면 이후에 우리를 하나님으로부터 더 값지게 쓰임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 자신은 하나님이 달아보실 때에 과연 주께서 쓰시기에 합당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 아니면 버림받을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가를 질문해보자. 이제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차례가 된 것 같다.
2020년 04월 15일(수)
정병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