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중에 손잡이 예화로 늘 인용되는 그림 중의 하나
Keble College, Oxford, 캔버스에 유화, 125.5 X 59.8 cm, 옥스퍼드 케블 대학
이 그림은 종종 예수님께서 문을 두드리시는 데 밖에서는 손잡이가 없어서 열 수 없고 우리가 마음문을 열어야한다는 교훈이나 예화로 사용되는 그림입니다. 사실 저는 밑의 그림이 그 그림인줄 알았는데 윌리엄 홀튼이 그린 그림은 윗 그림이군요.
그리스 정교의 흔적이 나는 지나친 장식 그림을 저는 별로 안좋아합니다. 그래서 아랫 그림에 비해 윗 그림은 좀 조잡하기까지 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 데 그러나 오래 전 그려져서 많은 이들에게 은혜를 끼친 그림입니다.
"신비한 새벽빛이 숲 속에 가득합니다. 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은은한 달빛의 흔적이 아련히 배어 있어요. 신선한 새벽빛을 온 몸으로 받으며 예수 그리스도가 등불을 들고 조용히 문을 두드립니다.
예수의 눈동자에는 투명한 새벽빛과 달빛, 그리고 등불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예수는 바로 빛처럼 빛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문을 두드리는 손바닥에는, 고난의 증표인 십자가에 못 박힌 흔적이 애처롭게 남아 있어요. 그러나 예수의 머리를 비추는 눈부신 후광과 화려한 옷은 그리스도가 천국의 왕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가만! 예수가 두드리는 문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문 빗장과 못은 녹이 슬었고, 풀들은 키를 넘을 듯 훌쩍 자랐어요. 담쟁이 넝쿨마저 문을 칭칭 휘감고 있어요. 문은 그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문은 대체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요? 그래요. 예수 앞에 꽉 닫힌 이 문은 신의 은총을 저버린 인간들의 죄를 뜻해요. 신앙심을 잃은 채 살아 가는 사람들의 잠긴 영혼의 문을 상징한답니다. 그러나 예수는 구원의 빛이 담긴 등불을 들고 다시 한 번 인간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문을 두드립니다.
'사람들이여, 마음의 문을 열어 다오. 네 어두운 영혼에 등불을 비출 수 있도록... 똑! 똑! 똑!'
그리고 이 그림이 더 시원해서 좋습니다. 다만 원작은 맨 윗 그림인 것 같습니다.
<해 설>
윌리엄 홀먼 헌트[William Holman Hunt, 1827.04.02~1910.09.07]
런던 출생. 런던 아카데미에서 공부하였으며 ‘라파엘 전파(前派)’의 지도자중 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시나 전설에서 취재한 낭만적인 작풍을 보였으나 후에는 종교적인 소재를 즐겨 다루었다. 그러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파의 자극을 받고 정교한 사실적 수법으로 바꾸었다.
경건한 성품을 지녔던 그는 그림의 발전과 더불어 신심이 더욱 깊어갔다. 그리고 일찍부터 예술상의 도덕적 감정을 뚜렷이 나타내어 그 점에서 비평가 J.러스킨의 동조를 얻었다.
그림에서는 가끔 조잡한 색채가 엿보이고, 필치가 지나치게 정교한 일면도 보이나 자연을 그 세부까지 극명하게 그려내려는 노력은 때로는 전체적인 미에 손상을 주기도 한다. 주요작품은 《세계의 빛》《눈뜬 양심》《죽음의 그림자》《속죄양(贖罪羊)》《신성한 불의 기적》 등이 있으며, 주요저서로 《라파엘 전파와 그 동료들》(2권, 1905∼190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