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터콥 최바울의 '최후의 영적 전쟁론'과 '시한부 종말론' |
최바울은 1983년 선교사 자격으로 개신교회 평신도를 중심으로 하는 선교 단체 '인터콥선교회'를 설립하고 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저서 <세계 영적 도해>(2004), <백 투 예루살렘>(2004), <시대의 표적>(2007), <왕의 대로>(2008), <하나님의 나라>(2011) 등에서 '공격적 열방 선교' 방식의 '예루살렘 회복'(Back to Jerusalem, BTJ)을 주장하고, 마지막 시대 영적 전쟁과 적그리스도의 지배에서 벗어나 살아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최바울은 "성경적 관점에서 1948년 이스라엘 국가 건설은 마지막 시대의 절대 표징"(<시대의 표적>, 32쪽)이며, "마지막 사태 가운데 임박한 징조는 9·11 사태와 그 이후에 전개된 이삭과 이스마엘 형제 갈등의 지구적 팽창"(<시대의 표적>, 34~35쪽)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콥 주도로 예루살렘 주변 57개 이슬람 국가를 복음화하려고 했던 '실크로드 예수 행진' 및 '백 투 예루살렘 운동'을 "이스라엘 신을 향한 하나님의 교회의 최초의 영적 도전"(<백 투 예루살렘>, 171쪽)이라고 했다. "세계 교회의 영적 공격을 받은 이슬람 신이 봉기하여 일어난 것이 9·11 사태다", "빈 라덴과 그의 친구의 배후에는 이슬람 신이 있다"(<백 투 예루살렘>, 89쪽)고도 주장했다. 인터콥은 이 영적 전쟁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명목으로 2004년 8월 예수전도단과 함께 한국 청년·대학생 신자 2500명을 동원해 '예루살렘 예수 행진 2004'을 진행했다.1)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하러 갔다가 탈레반에 납치돼 2명이 숨진 이른바 '샘물교회' 사건 가이드도 인터콥 소속이었다.
최바울은 영적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 정병 10만 명과 중국 정병 100만 명을 동원해 예루살렘 고토古土를 회복하고 '왕의 대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왕의 대로>, 264쪽). 그는 이 영적 전쟁 마지막에는 사탄 세력 영적 반격을 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수님의 초림 때 헤롯이 당대 세계 제국 로마의 권력으로 메시아를 죽이려 했던 것처럼, 예수님의 재림 직전에도 세계 제국의 통치 권력을 장악한 적그리스도 짐승이 등장하여 '매매 권력'을 가지고 성도의 권세를 꺾고 성도들을 그렇게 살육할 것입니다(계 13장). 메시아 초림과 재림에는 지구적인 강력한 영적 대결이 일어납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본 사단이 정체를 드러내며 마치 최후의 발악을 하듯이 반격을 가합니다." (<왕의 대로>, 300쪽)
최바울은 현대에 들어서 슈퍼컴퓨터의 전산 시스템으로 전 지구적 통제가 이뤄지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세계시장 지배로 '매매 권력'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그의 해석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세계를 지배하려는 적그리스도의 계략이다. 적그리스도는 세계경제를 장악한 통일 체제를 통해 모든 사람 이마에 생체 바코드 '666'을 새기고 디지털 전산 시스템으로 그들을 관리·통제한다. 이로써 정치·사회적 평화와 더불어 완전한 평등이 실현되는 세속적 유토피아를 지상에 이룩하고자 한다. 이 세계 체제는 자신의 권력에 순종하기를 거부하는 성도들을 핍박한다.
그는 "적그리스도의 세계정부는 모든 사람에게 '짐승의 표' 즉 '666표'를 받게 할 터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666표'를 받을 것"(<하나님의 나라>, 178쪽)이며, "세계정부는 '666표'로 온 인류를 통제할 수 있게 되니 범죄는 물론 테러나 전쟁도 사라지게 된다"(<하나님의 나라>, 180쪽)고 했다.
최바울은 <세계 영적 도해> 등에서, 이집트의 이시스 여신을 섬기며 피라미드를 만든 '일루미나티'를 이어 온 것이 성경에 나오는 '바벨론 음녀'고, 가톨릭의 '마리아 숭배'도 이 음녀를 계승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프리메이슨'이 프랑스혁명을 일으키고 '자유의여신상'이라는 음녀를 미국으로 보냈으며,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세계화'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매매 권력'이 되려고 WTO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온갖 음모론을 조장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미주합동총회는 2014년 5월 23일 인터콥을 이단으로 규정했고, 2018년 5월에는 "이 시대를 예수님의 재림 전의 마지막 세대라고 주장하고, 미전도 종족 선교와 재림의 때를 직접 연결하여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의 시한부 종말론이다"고 했다.2) 한국교회총연합은 2021년 1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새로운 근원지로 지목된 인터콥이 한국교회 교인들의 신앙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모든 교인의 참여를 제한·금지할 것을 회원 교단에 요청했다.
2. '코로나19 백신 음모론'과 BTJ열방센터를 통한 집단감염 |
최근 최바울은 코로나19 백신은 세계 단일 정부 소속인 빌 게이츠가 사전 기획한 것으로, 이를 베리칩(VeriChip)처럼 사람 몸에 투여해 DNA를 조작하고 세계시민을 노예로 만들려 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아래는 2020년 7월 최바울이 전한 설교 내용 일부다.3)
"이건 프로젝트다. (중략) 목적은?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대체시키고 세계 사람들을 다 사이버 세계로 집어넣어서 컨트롤하고 장악하려고 만든 글로벌 컨트롤 시스템(이다)."
"빌 게이츠와 세계경제 실력자들이 모여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지를 시뮬레이션을 했다. (중략) 주식이 30~40% 폭락할 것이다. 한국은 그대로 올 스톱했다. (중략) 세계가 난장판이 되는데도 백신은 개발되지 않아서 세계는 공포 속에 있을 것이다."
최바울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백신이 일종의 베리칩이 돼 무선 원격으로 DNA 유전자조작이 가능해지고, 불필요한 사람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도 사탄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세계 단일 정부 추종 세력이므로, 정부 방역 수칙에 협조해 대면 예배에 소극적이거나, 백신을 접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을 맞으면 사탄의 표인 666을 받을 것이며, 결국 사탄에게 굴복해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의 여파로 인터콥발 코로나19 3차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지난 2020년 10월 9~10일 경북 상주시 인터콥 BTJ열방센터에는 약 3000명이 모였다. 이때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실내 50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시기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한 11월 27~28일에도 약 500명이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인터콥은 참석자들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라고 요청했고, 참석자들은 참석 사실을 부인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12월에도 같은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큰 파장이 이어졌다.4)
2021년 1월15일 기준 BTJ열방센터 관련 확진자는 전국 729명으로 확인됐다. 신천지의 경우 공식 집계 마지막인 4월 29일 기준 5212명, 사랑제일교회의 경우는 9월 25일 기준 1168명이었다. 언론은 인터콥을 '제2의 신천지'라고 불렀다.5) 1월 14일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역학조사 방해 혐의로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BTJ열방센터 관계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BTJ열방센터 종사자와 방문자 등에게 진단 검사 및 집합 금지 행정명령도 내렸다.
3. 짐승의 표 666은 사물 아닌 사람의 수, 도미티아누스 황제 신상 참배 확인표 |
데이비드 차는 2012년 <마지막 신호>에서 '생체칩'이 적그리스도요 짐승의 표인 666이라며, 예수를 믿는 사람일지라도 생체칩을 받으면 구원을 얻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생체칩이 짐승의 표인 이유는 ①모든 사람에게 삽입될 준비가 돼 있고 ②이 칩을 받지 않으면 물건을 거래할 수 없고 ③개인에게 부여되는 바코드는 666으로 구분되며 ④이 정보는 음녀의 상징으로 가득 찬 EU 본부 내 '짐승'이라 불리는 슈퍼컴퓨터에 저장·관리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일으켰다.6) 최바울 역시 위와 같은 논지로 '베리칩 음모론'을 주장하다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코로나19 백신 음모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짐승의 표 666만큼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 다양한 억지 풀이가 남발된 성경 구절도 없을 것이다. 요한계시록 13장을 보면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고 이름이 일곱이라"(1절)하고, "또 다른 짐승이 땅에서 올라오니"(11절), "그 수는 사람의 수니 666이니라"(18절)고 돼 있다. 요한은 또 다른 짐승, 곧 666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첫 번째 짐승을 경배하도록 강요하고(12절)
2. 또 이 짐승의 우상을 경배하지 않는 자는 모두 죽이도록 하고(13~14절)
3. 모든 자들로 그 오른손과 이마에 표를 받게 하고(15절)
4. 이 표를 받은 자 외에는 매매를 하지 못하게 했다(16절)"
무엇보다도 요한계시록은 "그 수는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 수는 육백육십육"(새번역, 13:18)이라고 했다. 요한계시록이 묘사하는 '두 번째 짐승'은 '사람'이다. 따라서 바코드, 컴퓨터, 생체칩, 코로나19 백신 등은 666이 될 수 없다.
고대의 숫자와 사람, 장소, 사물, 문화 등의 사이에 숨겨진 의미와 연관성을 연구하는 것을 수비학數祕學(numerology)이라고 한다. 기원전 3세기 이후 헬라 문명의 영향 속에서 히브리인의 숫자 표현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알파벳 순서를 수의 기호로 사용하는 헬라 방식에 따라 유대인들도 히브리 자음 순서로 수의 기호를 표현했다. 이러한 수비학의 대표적 사례가 666이다.
유대인들은 이러한 수비학적 해석을 '게마트리아'(Gematria)라고 했다. 예를 들면, 알파(A) = 1, 베타(Β) = 2, 감마(Γ) = 3, (중략) 에타(H) = 8, 세타(Θ) = 9, 요타(Ι) = 10, 카파(Κ) = 20, 람다(Λ) = 30, 뮤(M) = 40, 뉴(N) = 50, (중략) 로(Ρ) = 100, 시그마(Σ) = 200, 타우(Τ) = 300, (중략) 오메가(Ω) = 800 등으로 매겨진다. 이런 식으로 하면 '아멘'(AMHN = 1 + 40 + 8 + 50)은 숫자 99가 되는 것이다.
독일 신학자 베너리(Ferdinand Benary)가 1841년 베를린대학 강좌에서, 666은 '네로 카이사르'라고 주장했다. 네로 카이사르를 히브리어로 변환한 자음(נרןנ קסר)에 수를 대입하여 모두 합하면 수비학적으로 666이 되기 때문이다.7)
"נ(N) = 50 ר(R) = 200 ן(O) = 6 נ(N) = 50 ק(K) = 100 ס(S) = 60 ר(R) = 200"
이러한 주장은 666과 관련한 성경 본문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요한계시록은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박해를 받은 사도 요한이 밧모섬으로 도피해 쓴 것이다. 도미티아누스를 노골적으로 '네로 같은 박해자 도미티아누스'라고 표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비학적 상징을 차용한 저항적 표현으로 666이라고 부른 것이다. 그를 666이라고 한 것은 네로 같은 박해자였기 때문이고, 두 번째 짐승이라고 한 것은 그가 네로에 이은 두 번째 박해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한은 "총명 있는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 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니 육백 육십 육이다"(계 13:18)고 쓴 것이다.
이 두 번째 짐승과 관련해 요한계시록 17장 11절은 "전에 있다가 지금 없어진 짐승은 여덟째 왕이니 일곱 중에 속한 자"라고 했다. 이는 로마 역대 황제를 지칭하는데, 여덟 번째 황제가 바로 도미티아누스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666'이 지칭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렸을 것이다. 두 번째 짐승인 제2의 박해자, 네로 같은 놈, 여덟째 왕이 악명 높은 도미티아누스라는 것은 자명했다.
이러한 주장은 도미티아누스 당시 역사적 배경과 일치한다. 로마제국은 '한 제국, 한 종교, 한 황제'라는 통치 이념에 따라 황제를 신으로 여겨 황제의 신상神像에 1년에 한 번 이상 분향·참배하는 것을 로마 시민의 의무로 강요했다. 그리고 이 의무를 행한 사람에게만 황제의 공식 인장이 찍인 표(charagma)를 증명서로 배부했고, 이 표를 휴대하지 않은 자를 처형하거나 물건을 사고팔 수 없도록 상거래를 제한하기도 했다. 신실한 기독교인들은 황제 신상에 절하고 '짐승의 표'를 받는 일을 우상숭배로 여겼기 때문에 순교자·배교자가 속출했다. 유신 시절에 '박통'하면 누구나 박정희 대통령인 것으로 알아 들었듯이, 박해받던 신실한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666'이 누구를 뜻하는지 다 알고 있는 상식이었을 것이다.
666표를 '오른손과 이마'(계 13:16)에 받는다고 표현한 것은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기도의 띠 테필린(Thephilin)을 '오른손과 이마'에 붙여 표로 삼아 왔기(신 6:8) 때문이다. 로마 황제의 인장이 찍힌 우상숭배의 표, '짐승의 표'를 받은 것을 '한 분 하나님만 사랑'(신 6:3)하기 위해 오른손과 이마에 감았던 '쉐마의 표'와 대조하는 표현인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 무지한 이들은 666을 왜곡해 주장해 왔다. 구원파, 다미선교회 등 이단·사이비 단체는 컴퓨터나 인터넷이 666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컴퓨터의 각 단어를 수치로 치환하면 111이 되는데 여기에 6을 곱하면 666이 되고, 인터넷의 경우 영어 알파벳 역순(Z = 6, Y = 12, X = 18, (중략) A = 156)으로 숫자를 대입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이 666이 된다.
"Computer : 3 + 15 + 13 + 16 + 21 + 20 + 5 + 18 = 111 / 111 × 6 = 666
Internet : 108 + 78 + 42 + 132 + 54 + 78 + 132 + 42 = 666"
위의 방식대로 계산하면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나 종교개혁자 존 녹스(John Knox)도 666이 된다. 물론 모두가 우연의 일치이다. 어떤 이들은 바코드도 666이라고 주장했다. 초기의 바코드는 코드 인식을 위한 가이드 바를 왼쪽·가운데·오른쪽에 만들어 두었는데 이 세 줄은 길이가 길어서 금방 구분되고, 숫자 6에 해당하는 코드였기 때문에 666이라 불렸다. 상품에 바코드가 붙자, 음모론자들은 이를 오른손과 이마에 '짐승의 표'를 받은 자만이 매매할 수 있다는 요한계시록 구절과 연관해 '바코드는 666'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거짓의 아비인 사탄'(요 8:44)의 거짓된 음모론에 빠져 바코드·컴퓨터·인터넷이 666이라고 주장해 온 자들이, 이제는 코로나19 백신까지 666이라고 주장하고 있다.8) 심히 경계할 일이다.
허호익 / 대전신학대학교 은퇴교수
주 1) 함태경, "'예루살렘 평화 행진' 은혜 속에 진행", <국민일보> 2004.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