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 적어도 유대인의 왕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마2:1~2). 그리고 그는 하늘의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자였음에 틀림없다(마2:1~2). 그런데 그들이 그 아기를 찾아 그 아기에게 경배하기 위해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들은 왜 그 길을 떠나야만 했던 것일까?
자기나라의 왕이 될 사람이거나 자기나라가 섬기는 나라의 왕이 태어난 것도 아니지 않는가? 가서 경배하기는커녕 가다가 강도 만나서 모든 것은 빼앗기고 과연 목숨이나 부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순례의 여정이 얼마나 될지, 가다가 무슨 일을 만날른지 그들 누구도 모르지 않는가? 그래도 그들은 경배의 길을 떠나려 한다. 혹 길을 떠났는데 너무나 그 여정이 길어서 하늘에 나타난 그 별이 사라지기라고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헛걸음치는 것이 아닌가? 정작 그 아기를 찾아낼 수나 있을까? 어디서 태어날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방박사들은 믿음으로 그의 별을 따라 순례의 길을 떠난다. 그들이 발견한 별은 예사로운 별이 아니라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분명 이 세상에 가장 중요한 왕의 탄생을 알리는 별이라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랬더니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첫째, 그의 별이 한 때는 사라기기도 했지만 그의 별은 그들에게 다시 나타나 앞 길을 인도해주었으며(마2:9a), 그 아이가 태어난 장소에서 멈춰 있음으로 아기가 태어난 정확한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마2:9b).
둘째, 아직까지 자기들이 살던 나사렛으로 떠나지 않고 베들레헴에서 기다리고 있는 요셉과 마리아 때문에, 아기 예수를 만나 그 아기께 경배드릴 수 있었다(마2:11a).
셋째, 가다가 강도를 만나지도 아니했으며, 결국 그들이 준비해 갔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아기예수께 예물로 드릴 수 있었다(마2:11b)고, 예루살렘에서 가서는 살기가 가득한 헤롯왕을 만났으나 꿈에 지시를 받아 헤롯왕의 칼에서도 벗어나게 되었다. 만약 꿈의 지시를 받지 못했더라면 동방박사도 그때 살해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다. 하나님은 스스로 자원하여 위험을 무릎쓰고라고 하늘의 왕의 탄생을 축하하러 오는 동방박사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별이 중간에 사라졌지만도 다시 그 별을 나타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아기예수의 할례와 마리아의 정결례가 끝난 후였지만 요셉부부가 베들레헴을 떠나지 못하도록 붙들어주었던 것이다(눅2:21-24).
사실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예수가 탄생한 후에 호적을 마치고 자신이 살던 갈릴리 나사렛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한사코 베들레헴을 떠나지 아니하고 있었다. 요셉의 생각으로는 지금 돌아가면, 아기예수와 마리아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또한 요셉은 호적하러 고향인 베들레헴에 내려올 때에도 자기 혼자 호적하러 왔어야 했다. 왜냐하면 여자는 호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셉은 아기예수와 마리아를 보호하기 위해 만삭이 된 마리아를 데리고 베들레헴까지 내려왔던 것이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 그는 베들레헴을 떠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라. 하나님께서 동방박사들이 와서 경배할 때까지 요셉을 그곳에 머무르게 했던 것이다. 누가복음 2장의 목자들의 경배는 유대인의 경배요, 마태복음 2장의 동방박사들의 경배는 이방인의 경배를 예표한다. 하나님께서는 가난하고 소외되고 천한 유대인의 목자들을 통해 장차 그리스도께서 공생애를 사역하실 때 그러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실 것을 미리 보여주셨다. 뿐만 아니라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통해 오히려 이방인들이 더 주님을 믿고 사랑하고 경배하는 것을 보여주시고 싶어하신 것이다.
사실 동방박사들에게는 아기예수를 경배해야할 그 어떤 의무도 없었고, 그렇게 위험을 무릎쓸 필요도 없었지만, 그들은 자원하여 하늘의 왕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하하기를 원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는 동방박사들이 그곳에 당도할 때까지 요셉과 마리아 부부를 베들레헴에 붙들어 두셨던 것이다.
드디어 아기 예수에 대한 이방인의 경배가 끝나자, 하나님께서는 요셉과 마리아와 아기예수를 피신하도록 꿈에 지시를 내린다. 요셉은 마리아와 아기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신한다. 그때 헤롯왕은 어떻게 했을까? 동방박사들에게 속은 줄 알고, 이미 태어난 아기를 죽이라고 사람을 베들레헴에 보냈다. 결국 2살 이하의 어린아기를 다 죽었다. 이로서 우리는 동방박사들의 경배의 시점을 길게 잡으면 아기예수가 태어난 후 2년이 경과되었을 것임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렇다. 사실 동방박사들은 하늘의 왕이 태어날 줄 미리 알고 출발한 것이 아니다. 마2:2절을 보라. "유대인의 왕으로 태어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그들은 이미 별을 보고 하늘의 왕의 탄생했음을 알고 있었고 그때에 자기들이 사는 곳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동방박사들이 경배할 즈음에 이미 아기예수는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에 있었다. 적어도 갓태어난 시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마2;11에 나오는 '아기'라는 단어는 그때 예수님은 갓태어난 갓난아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자란 아이임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박사들은 적어도 3개월에서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 아기예수를 경배했던 것이다. 성경을 다시 보라. 그들이 들어가서 아기 예수께 경배한 장소는 결코 외양갓이 아니었다. 동방박사들은 요셉과 마리아가 기거하고 있는 어떤 집에 들어가서 경배했던 것이다(마2:11).
하나님은 과연 어떤 사람의 경배를 기뻐하시는가? 의무적으로 드리는 경배일까? 마지 못해서 하는 경배일까? 아니면 자신이 기꺼이 기쁨으로 드리는 경배일까? 동방박사들의 경배를 통해 이번 성탄절에 어떤 경배를 드릴 것인지 조금 더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