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그리스도인이라도 과연 십계명을 지켜야 하는 것일까? 분명한 사실은 오늘날에 와서 각 교회들마저 십계명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가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세례받을 때에 옛날처럼 십계명을 암송시키는 교회가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례받을 때에 십계명을 암송시킨다면 아마도 고리타분한 교회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겠다. 과연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다른 신을 자기 앞에 두고, 우상을 만들어 그것을 경배하는 자가 있다면 그 그리스도인은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까? 그가 예수님을 믿고 있으니 그가 비록 다른 신을 곁에 두고 여러가지 우상을 숭배하는 죄를 범한다 할지라도 자동적으로 그 죄를 용서받고 천국에 들어가게 되는 것인가? 결코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십계명을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너무 율법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히려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일정의 정조 내지는 대의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율법에는 크게 3가지 법이 있다. 그것은 도덕법과 의식법과 재판법이다. 도덕법은 하나님께 대하여 인간이 지켜야할 신의와 다른 사람에 관하여 지켜야할 예의에 관한 법 등을 가리킨다. 이것을 우리는 "십계명"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의식법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형식이나 제전이 필요한 법으로서, 여기에는 안식일법, 절기법, 제사법, 성막법, 정부정법(금기법) 등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재판법이 있다. 재판법은 민사형사상의 소송에 필요한 법으로서 민법과 형법 등을 가리킨다.
그런데 여러분은 아는가? 이것들 중에서 예수께서 오셔서 그 법을 성취하심으로 이미 완료되어버린 법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의식법들이다. 예수께서는 구약의 모형으로 제시된 의식법들을 다 성취하심으로 의식법을 폐지하셨다(골2:16~17, 호2:11, 히10:9). 특히 안식일법이 그때 폐지되었다. 예수께서 안식일의 근본적인 목표인 안식을 믿는 자들에게 주시기 시작하셨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든지 그분에게 나아가기만 하면 '수고하고 무거운 모든 짐'이 벗겨지면서 참된 안식을 얻을 수 있게 된다(마11:28~30). 그분이야말로 바로 안식일의 주인이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분이 계신 곳에는 안식이 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자에게 안식일법은 더 이상 폐지되어 없는 법이다.
하지만 도덕법은 단 한 가지도 폐지되지 않았다. 오히려 예수께서는 도덕법의 규례들을 한층 더 강화시키셨다. 산상수훈의 말씀을 보라. 사람이 타인의 목숨을 죽여야 살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형제를 미워하고 분노만 하여도 이미 살인한 것이라고 말씀하고 있지 않는가!(마5:21~22). 또한 예수님께서는 육체적으로 간음해야 간음죄를 범한 것이 아니라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간음한 것이라고 하셨다(마5:28).
그런데 참으로 애매한 법이 한 가지 있다. 의식법적 차원에서 보면 분명 폐지되었는데, 도덕법으로 보게 되면 아직 폐지되지 않은 법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십계명의 4째 계명인 안식일법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바로 그 법이다(출20:5, 신5:12). 십계명에서 1~3계명은 직접적으로 하나님과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안식일 계명은 직접적인 것이 아니라 간접적인 명령이다. 그래서인지 안식일을 지켜야 할 이유에 대해 하나님께서는 두 가지로 말씀하셨다. 출애굽1세대들에게 주신 십계명에 따르면, 그들이 안식일을 지켜야 할 이유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엿새동안 일하시고 안식일에 쉬셨기 때문에 인간들도 그렇게해야 한다는 것이다(출20:11). 그러나 출애굽2세대들에게 들려준 말씀에 의하면, 안식일을 준수해야 할 이유는 그것과 다르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종되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강한 손과 편 팔로 인도해주셨기 때문에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있다(신5:15). 즉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출하여 광야로 꺼내오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므로, 그분이 행하신 일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그리고 하나님이 주신 그 안식을 누리며 살라고 명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창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안식일법은 폐지된 것이지만, 구속사적 측면에서 보면, 안식일법은 폐지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모든 믿는 자는 안식일의 주인이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안식을 누리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속사적 관점에서 보면 안식일법은 폐지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으로 들어와 버린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그 안식을 주신 부활의 날을 기념하여 주일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십계명과 같은 도덕법을 주셨는가 하는 점이다. 사실 십계명은 애굽에서 빠져나온 출애굽1세대들에게 주신 법이지만 그들이 광야에서 지킬 법이 아니라 그들이 들어가서 거할 약속의 땅 즉 가나안땅에서 지켜야 할 법으로 주셨었다(신4:13~14). 그런데 불순종으로 인하여 출애굽1세대들은 40년간 광야에 살다가 다 죽임당해야 했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출애굽2세대들에게 주신 법이요, 가나안땅에 들어가서 살 사람들이 지킬 법이 되어버렸다. 다시 말해 오늘날로 말하자면, 율법은 1차적으로 구원받아 교회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성도들이 꼭 지켜야 할 법으로 주셨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믿고 있으니 십계명 따위는 지키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말라.
그렇다. 우리 믿는 그리스도인들은 구원받기 위해서 십계명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아무리 십계명을 준수한들 우리는 우리가 지은 죄를 용서받을 수 없으며, 천국에 들어갈 수도 없다. 오직 하나님께서 죄사함을 주시고 천국을 주실 때에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십계명은 우리가 구원받기 위한 목적으로 지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1차적으로 구원받아 광야에 나와 있거나 요단강을 건너 가나안땅에 들어간 성도들이라면 그 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십계명을 준수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것은 대략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그 법을 지킴으로 하나님께서 강한 손과 편 팔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의 종살이에서 구출해주신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다(신4:9). 만약 이러한 법마저 없었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을 구속하신 하나님을 속히 잊어버리고 가나안의 신들은 섬겼을 것이다. 가나안의 신들은 눈에 보이는 형태로 존재했기에 그러한 신을 섬기는 것이 훨씬 더 수월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보이지 아니하신다. 그분은 오직 말씀으로만 존재하고 그분이 행하신 일로 증명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민족은 자신을 애굽에서 구출해 주신 여호와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분이 남기신 말씀 곧 십계명을 준수하는 것이다. 그렇다. 오늘날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 스스로가 애굽으로 상징되는 사탄의 제국에서 바로왕으로 대별되는 사탄마귀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하나도 없다. 또한 사탄의 세력으로부터 탈출할 방법도 전무하다. 오직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탈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나를 사탄마귀의 세력으로부터 탈출시켜준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십계명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둘째, 비록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가나안땅에 들어왔지만 또다시 애굽이나 가나안땅의 풍속을 따라 음행하거나 우상을 숭배하게 된다면 가나안땅이 우리를 토해버릴 것이기 때문에 십계명을 준수해야 한다. 원래 가나안에 살고 있었던 가나안 일곱족속은 어떤 이유로 그 땅에서 쫓겨나게 되었는가? 그 이유는 그들이 음란했고 우상숭배로 그땅을 더럽혔기 때문이다(레18:22,24~25). 마찬가지로 비록 우리가 예수그리스도를 믿어 가나안땅에 입성했다 하더라도 또다시 음란과 우상숭배를 행한다면 우리도 이스라엘 백성과 마찬가지로 그땅이 우리를 토해내버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이 더이상 더럽히지 않고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십계명을 지키는 것이다.
셋째, 하나님과 우리가 맺은 쌍방언약이 무효화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십계명은 이스라엘 백성들과 하나님과 맺은 쌍방언약이다. 하나님께서는 그 계명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가나안땅을 선물로 주시어 그 땅에서 축복받게 하시고 또한 죽어서는 하늘의 천국을 선물로 주신다고 하셨다. 또한 인간은 하나님 이외에 다른 신을 숭배하지 않으며, 음행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나가겠다는 조건으로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언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우리가 우상을 만들어 섬기거나 음행의 죄를 저지르게 된다면 그 언약은 파기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려는 복을 계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십계명을 준수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가 살펴볼 것은 왜 하나님께서는 수많은 법들 중에서 출애굽2세대들로 하여금 그들이 약속의 가나안땅에 들어간 후에 반드시 지켜야 할 법으로서 애굽의 풍속과 가나안의 풍속을 따르지 말라고 하셨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하나님께서 얼마나 하늘의 가정과 땅의 가정을 아끼고 사랑하시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먼저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도 우상숭배를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믿음으로 맺은 하늘의 가정을 깨뜨리지 않고 싶으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도를 믿으면 그 순간 영의 가정이 탄생하게 된다. 즉 그리스도를 형님으로 모시게 되고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게 되며 믿는 지체들과는 같은 형제자매가 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우리에게 또 다른 가정이 더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우상을 숭배하게 되면 그 영의 가정은 깨뜨려지게 된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하늘의 가정을 깨뜨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즉 남자가 부모를 떠나 한 여자와 결혼하게 되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데 하나님은 그 가정을 깨뜨리지 않고 싶으시기 때문에 가나안의 음란의 풍속을 따르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잠시 생각해보라. 십계명의 1~4계명은 하나님과 맺은 인간의 언약 즉 하늘의 가정을 깨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믿는 성도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으로 주어진 것이며, 5~10계명은 이땅에 있는 육신의 가정을 깨뜨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믿는 성도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명으로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 가나안입성을 앞둔 출애굽2세대들에게 모세는 왜 가나안의 음행의 풍습과 우상숭배의 습성을 따르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하였겠는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이제는 정신차려야 할 시기가 되었다. 대충 대충 믿어서는 아니 된다. 더 이상 우상을 자기 앞에 두어서는 아니 된다. 그것들을 섬겨서도 아니 된다. 가나안의 풍습을 따라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십계명을 준수하도록 몸부림쳐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십계명 준수가 바로 구속자아신 하나님을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약속의 땅에 들어갔어도 거기로부터 퇴출당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며, 하나님과 우리가 맺은 언약을 무효화시키지 않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십계명을 다시 한 번 읽어보라(출20:1~17, 신5:6~21). 그리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