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우리나라의 추수감사절은 실은 미국의 추수감사절로부터 왔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추수감사절을 11월 넷째주 목요일에 지키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11월 셋째주 수요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얼마후 11월 셋째주일로 바뀐 것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추수감사절을 지켰던 것인가? 그것은 성경이었다. 특히 이스라엘 민족이 가을걷이를 마치고 지켰던 수장절 곧 초막절에서 가져온 것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7월 15일부터 일주일간 한 해의 모든 곡물과 과실을 거둬들인 후에 기쁨으로 수장절을 지켰던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백성들이 지키던 초막절의 풍습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래 성경에서 명령하고 있던 말씀이 아니라 새로운 풍습들이 생겨나기도 하였다. 그것은 2가지였는데, 하나는 물붓는 의식이었고 또 하나는 밤에 등불을 켜는 의식이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초막절에 물붓는 의식과 밤에 등불을 켜는 의식이 어떻게 되어 실로암에서 맹인이 눈을 뜨게 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었고 그것은 결국 무엇을 설명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초막절은 어떤 절기이며 어떻게 지켰는가?
갓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 농사를 짓고 가을걷이를 마치게 되면 꼭 수장절의 절기를 지키라고 명령하셨다. 그것은 출애굽기 23장과 34장, 레위기23장과 민수기 29장과 신명기16장에 나온다. 그런데 출애굽기에는 수장절의 절기로 기록되었던 이 절기는 이내 "초막절"이라는 용어로 바뀌게 된다. 왜냐하면 그날은 창조의 은총에 감사하는 절기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구속의 은총까지 감사하는 절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해마다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초막절을 지켰다. 초막절이 되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집마당이나 지붕에 임시오두막을 지었는데, 율법 해석서인 미쉬나에 따르면, 밤에 잠을 잘 때 별이 3개이상 보일 수 있도록 지으라고 했다고 한다. 이때 초막을 짓는데 사용된 재료로서는 종려나무 가지, 감람나무 가지, 화석류(도금양, 은매화) 나무 가지 등이 사용되었고, 초막을 지은 다음부터 일주일간 그곳에 거주하였다고 한다. 그 초막 안에는 그 해에 거둬들린 과일 중에서 대표격으로 아름다운 나무의 실과인 에트로그를 가져다놓았고, 3가지 나무의 가지들도 준비했다. 그것은 첫날부터 흔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이때 사용된 나무 가지는 종려나무 가지와 무성한 나무(도금양)의 가지와 시내 버드나무의 가지가 사용되었다.
특히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초막을 지으라고 한 것은 과거를 돌아보며 현재에 감사하며 미래를 바라보라는 것이었고, 4가지 식물을 흔들었던 이유는 감사하며 기뻐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식물들의 가지를 보면서 하나님께서 생명의 공급자요 주인이라는 것을 알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3. 초기 초막절의 규례에 추가된 행사는 어떤 것이 있었나?
그런데 초기의 초막절과는 달리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2가지 풍습이 추가되었으니, 하나는 성전의 제단을 물을 붓는 의식이 추가되었고, 또 하나는 밤이 되면 여인의 뜰에 있는 등잔대의 금대접에 기름을 붓고 불을 환히 밝히는 풍습이 추가되었다.
먼저, 물을 붓는 의식을 살펴보자. 초막절이 되면 첫날에 제사장들은 성전 안에 있는 물을 떠다가 포도주와 함께 성전의 제단의 그릇에 붓는다. 이러한 제사를 "전제"라고 부른다. 그리고 둘째날부터는 물을 실로암에서 길어오는데, 이때 그들이 행하는 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아직 해가 뜨기 전에 어둑어둑할 때에 제사장들은 금으로 만든 주전자를 가지고 실로암 못가로 간다. 그리고 거기서 물을 길어서 오는데, 그럴 때면 제사장들의 일부가 나팔을 불며 그 행사가 시작되었음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백성들은 손에 손에 4가지 식물을 들고 흔들면서 제사장의 뒤를 따라갔는데, 이때 제사장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가 기쁨으로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로다(사12:4). 그러면 백성들은 뒤를 따라가면서 시편 113~118편에 나오는 할렐찬송을 불렀다고 한다. 특히 시118:25에 나오는 "지금 구원하소서"라는 뜻의 "호산나"를 외치면서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따라갔던 것이다. 이제 성전의 제단까지 온 제사장들은 초막절 둘째날부터 여섯째날까지는 그 제단둘레는 한 바퀴씩 돌았지만 마지막 날에는 일곱바퀴를 돌고 나서 물을 제단의 그릇에 부어드렸다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비를 기원하는 기우제와 같아 보인다. 왜냐하면 이른 비가 내려야 보리 씨뿌리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둘째날부터 밤이 되면 여인의 뜰에 초막의 두번째 의식이 시작되었으니 그것은 여인의 뜰에 있는 4개의 금등잔대의 금대접에 기름을 붓고 불을 밝히는 의식을 행한 것이다. 여인의 뜰에는 4개의 금등잔대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각각 4개씩의 금대접이 있었으니, 제사장 가문의 젊은이들 4명이 커다란 기름주전자를 가지고 와서 타고 올라가 16개의 금대접에 기름을 채웠다고 한다. 그리고는 제사장들의 낡은 옷을 등불의 심지로 삼아 불을 밝혔는데, 아주 빛난 등불이어서 멀리서도 그 불빛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밤의 그 등불은 예루살렘의 집의 뜻을 비추어주었던 것이다. 이때 장로들과 남자들은 횃불을 들고 춤을 추면서 찬양하며 즐거워했다고 한다.
4. 예수님께서 외치셨던 초막절 설교의 핵심내용은 무엇인가?
예수께서 마지막 공생애를 사시던 해에 예수께서도 초막절을 지키러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그리고는 초막절의 큰 날 곧 끝날에 성전에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이렇게 선포하셨다. 그때 선포한 말씀을 두고 오늘날 신학자들은 예수님의 "초막절 설교"라고 부른다. 이때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의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7:37~38)"고 외치셨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말씀하신 바, 장차 그의 배로부터 흘러나오리라고 예상한 "생수의 강"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에스겔47장에 나오는 성전문지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강물을 가리킨다. 사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이 함락되기 5년전(B.C.591년)에 이미 예루살렘의 성전을 떠나셨다. 그리고 다시 들어오실 것인데, 그때를 예언한 것이, 에스겔서(겔43:4)와 스가랴서(슥14:8)에 나오는 말씀이다. 에스겔이 환상 가운에 보았던 여호와의 들어오심은 동쪽바깥문을 통한 것이었다. 그러자 문은 닫혔다. 그리고 여호와의 영광이 성전에 가득하였다.
그리고 에스겔은 동쪽에 있는 성전문지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을 보았다. 그 물은 동쪽 성전 바깥문을 흘러나와 남쪽으로 흐르면서 그만 강물을 이루었다. 그리고 그 강물에는 번성하여 움직이는 생물들로 가득 찼으며, 강좌우편에는 각종 과실나무가 있어서 달마다 과실을 맺었고, 그 나무의 잎사귀들은 약의 재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겔47:1~12). 그런데 예수께서 이 말씀을 통하여, 우리로 하여금 성전(장막)이 곧 예수님을 의미하는 것이며, 예수님으로부터 성령께서 흘러나와 믿는 자들 안에 들어가실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에스겔이 환상 가운데 보았던 "물"은 곧 "생수의 강"으로서 "생명"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고로, 하나님께서 초막절에 종려나무 가지와 도금양 가지와 버드나무 가지를 흔들라고 한 것은 예수께서 생수의 강 곧 생명이신 것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할 것이며, 그것에 감사하라는 뜻이었음을 알 수 있다.
5. 여인의 뜰에 밝힌 등잔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렇다면 여인의 뜰에 밤새 불을 밝히고 있었던 4개의 등잔대(16개의 금대접들)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1차적으로는 예수께서 빛 곧 생명의 빛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살아있을 때에 생명의 빛을 소유한 자는 영원한 빛의 나라인 천국에 들어가게 살게 될 것임을 뜻하고 있다.
그러므로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간음하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의 이야기는 밤새도록 춤을 추다가 눈이 마주쳐 간음행각을 벌인 어떤 여인의 이야기였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나면서 맹인 된 자의 눈이 떠진 기적같은 사건의 의미다. 왜냐하면 이때 고침받은 남자는 나이가 약 40세 가량 되었는데, 태어나면서부터 맹인이었다. 그러니 그는 한 번도 사람취급을 받아본 적이 없이 살던 사람이었다. 다만 성전 입구에 앉아 구걸하고 지내왔던 것이다. 그는 어둠 가운데 약 40년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주님이 오셨다. 그리고는 일부러 그를 만나 그의 눈을 뜨게 해주었다. 주님께서는 이때 자신의 침을 뱉어 그것을 진흙에 이겨 그의 눈에 바르고서는,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셨다. 그것은 "이제 너도 참 생명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라"는 말씀이자, "이제부터라도 사람다운 삶을 살아보라"는 권면의 말씀이 아닌가 싶다. 그 전에 백성들은 제사장들의 물 붓는 행위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물로 표현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았으나, 이제는 진짜 대제사장으로 오사 당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예수님의 희생과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말씀이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준 사건이 맹인이 눈을 뜨게 된 기적이다. 이전까지 맹인은 컴컴한 어둠 가운데 살고 있었다. 하지만 생명의 주인되신 예수님을 만나 어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빛의 세계로 나오게 된 것이다. 천국은 어떤 곳인가? 완전히 빛난 곳이다. 그곳에는 더이상 해와 달이 필요없다고 하셨다. 하나님께서 빛이 되시고, 어린양이 그 등불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곳에는 모든 슬픔, 눈물, 아픔, 걱정이 없다. 그래서 예수님을 통하여 성령을 모셔들이고 그렇게 하여 하나님의 생명을 얻은 자는 생명의 나라인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6. 나오며
우리는 초막절의 율법규례를 통하여 초막절의 핵심키워드는 초막을 짓는 것이요, 4가지 식물을 흔들며 기뻐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신약에 들어왔을 때 이미 초막절에는 2가지 의식이 더 첨부되어 있었다. 하나는 물을 붓는 의식이요 또 하나는 불을 밝히는 의식이었다. 이 둘이 하나가 되어 실제적인 사건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나면서 맹인되었던 자가 실로암 못가에 가서 물을 접촉했을 때 낫게 된 사건이다. 이는 예수께서 생명 그 자체이시며, 그분을 통해서만이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와 빛의 나라인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음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사실 흔들었던 나무 가지들과 초막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구약성경만으로는 보다 더 상세히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는지 비로소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것은 물로 나타났던 "생명"의 공급자가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이며, 오직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우리가 어둠의 세상주관자로부터 벗어나 빛의 나라 곧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감사하라는 것이 초막절인 것이다.
2019년 11월 01일(금)
정병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