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교회 이야기(34)
2008년 10월 21일(화)
제목 :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쓴다. 벌써 글을 쓰지 않은 지가 약 3달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왜 이리 세월은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생각해 보니, 내가 개척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 8개월이 되어간다. 남들은 내게 교회개척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과연 내게 붙여주신 양무리의 참 목자로서 자격이 있는가를 새삼 묻고 있기 때문이다. 개척해오면서 느낀 점을 한 마디로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나는 정말 부족한 사람입니다. 성도들을 바르게 인도할 책임이 주어졌지만 그렇게 하는 데에 내가 너무나 부족했음을 나는 확실히 느낍니다. 주님의 성령이 없으면 나는 빈 껍데기일 뿐입니다. 나는 지금보다 앞으로 있게 될 엄청난 일들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음을 시인합니다. 아니 그러한 자격이 없는 나 자신을 알지도 못하고, 나 자신을 준비된 자로 오판했던 지난날의 죄를 회개합니다. 주여 나를 용서하소서. 지식적으로 교만했던 나를 용서해주시고, 젊음을 믿고 자랑했던 나의 이 어리석음을 용서해주소서.”
1.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에게 좋게 하랴
개척을 시작할 때에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그랬었다. 그래서 쉼없이 달려온 것이다. 하지만 올 7월 이후에 들어와서는 들어오는 교인이 있는가 하면, 빠져 나가는 교인이 동시에 생기는 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 그래서 한 번 교인은 영원한 교인이 될 것이라는 가벼운 생각을 버리기로 했다. 서로 사랑함으로 만나서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라 할지라도 헤어지는 남여가 있을 수 있듯이, 성도들도 또한 만나면 또한 헤어질 수도 있음을 새삼 알게 된 것이다. 어떤 이는 이사 때문에, 어떤 이는 원래 자신이 생각하던 신앙생활과 달라서 마음을 다시 고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사도바울처럼 하나님 앞에 묻게 되었다. “하나님, 이럴 때일수록 제가 하나님께 좋게 해야 합니까? 사람에게 좋게 해야 합니까?” 사실 목회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 그대로 선포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목회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결단이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새로 들어오는 성도들에게 성경을 보는 정확한 각도와 아울러 하나님이 진정뭘 원하시는지에 대해 그대로 전하면 되었다. 그래서 작은 개척교회지만 그들은 기꺼이 개척교회를 선택해 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성경에서 말하는 참된 삶을 그대로 살도록 권해야 하는시기에 들어왔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하면 성도들이 혹시 시험에 들지는 않을까, 혹시 성도들이 떨어져 나가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쳐 지나가기 때문에,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말해야 되나 하는 망설임을 갖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새벽마다 하나님께 물었다. 그리고는 결정해 버렸다. 이제는 비록 양적인 성장이 좀 더디다 하더라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대로 가겠다고 말이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주의 종이 되어야지, 사람의 비유를 맞추는 주의 종이 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성도들이 힘써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점차 깨닫고 회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해야겠다고 결단하는 성도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은 내게 있어서 얼마나 기쁘고 감격스러운 일인지 도무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 이거야, 부흥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지 내 머리로 해서 되는 것은 아니야. 정말 그래.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주님 말씀대로 전하고 주님 말씀대로 행하는 종이 되게 하소서!”
2. 믿음의 감사로 풍성했던 추수감사주일
엊그제는 2008년도 추수감사주일로 지켰다. 영적 추수는 작년에 비해 그리 좋지는 않은 편이었다. 작년 추수감사주일은 지난해 가운데 가장 많이 모인 주일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년처럼 제일 많이 나오는 주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표현하는 감사의 마음에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추수감사주일이 되기 전에 이미 감사의 마음을 한아름 안고 있었다. 그토록 광고를 하지는 않았지만, 저마다 감사의 소제물을 하나님께 드리기 시작하였다. 어떤 이는 쌀 한 포대와 포도 한 상자를, 어떤 이는 배 한 상자를, 어떤 이는 식혜 한 찜통을, 어떤 이는 강대상의 꽃과 화분을... 그래서인지 강대상 오른편에 놓아 둔 과일대 위에 채소와 과일들이 가득했다. 특히 올 해는 지금 시기가 과일이 가장 맛있는 시기고 많이 나오는 시기인지라 더욱 행복했다. 추석은 이미 지났지만 이제야 제 철을 만난 과일들이 많이 출하되어서, 과일값도 많이 내린 상태여서 더욱 좋았다. 그래서인지 성도들이 가져온 소제물 외의 부족분에 대해서 교회가 지는 부담도 매우 적었다. 또한 요즘 동탄에서는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대형 중형 할인마트에서 경쟁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바람에 아주 싼 값에 배추와 무와 수박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일이 찾아왔다. 작년에 비해 추수감사헌금봉투를 주일에 나눠주지는 아니했다. 이미 그들이 준비해서 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들의 감사에는 마음으로 드리는 감사와 믿음으로 드리는 감사가 훨씬 많은 것 같다. 왜냐하면 저마다 생활형편이 좋지 않은 성도가 워낙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감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아, 감사는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하는 것이로구나.” 즉 이들의 감사는 돈이 좀 있다거나, 넉넉해서 드린 감사는 거의 없었다. 전부 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믿음으로 감사를 표현했던 것이다. “주여, 이들에게 누가 물질을 부어 줄 수 있습니까? 오직 주님 뿐입니다. 마음과 믿음으로 드리는 이 예물을 기쁘게 받아주시고, 이들의 삶에 궁핍함이 없게 해주시고, 꾸어주고 나눠주는 넉넉함이 있게 하옵소서.”
3. 주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지난 9월부터 나의 영으로부터 또 하나의 감동이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나와 우리 교회에 부어주실 엄청난 축복에 대한 감동이었다.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가슴 벅찬 것이었다. “내 속에서 파도치듯 일어나는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몇 번이고 하나님께 되물었다. 아직까지는 예언의 은사와 환상을 보는 은사가 내게 없어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엇인가가 나와 우리 교회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직은 그것이 무엇이라고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하나님은 우리 교회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말씀대로, 주님의 원하심을 따라 행하려고 일어나고 자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님의 갈망을 이뤄드리는 교회가 되기 위해 현재 몸부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우리 교회를 크게 사용하실 것이다. 교회에 말씀을 공급하는 내가 타락하거나 세상에 물들지 않고 세상과 타협하지만 않는다면, 즉 내가 변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교회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요즘 깨닫는 것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무엇이 진정 주님의 원함인지 성경을 통해 분명하게 다시 깨달음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 열리고 있으며,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 열리고 있음을 나는 안다. 날마다 넘치는 기름부음의 공급이 있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것은 진정 마지막 때의 늦은 비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기 전의 용트림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 길이 진정 우리 교회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갈지 사실은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길은 생명의 길이요, 주님이 원하는 길이요, 주님을 행복하게 해 드리는 길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설령 그 길이 좁은 길이고 고난의 길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주님이 재림 전 마지막 추수를 하기 위해 우리 교회에 부어주시는 늦은 비 성령의 역사일 것이다. 주님은 지금도 살아계신다. 그리고 지금도 촛대를 붙잡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삐뚫어지지만 않는다면, 주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가기만 한다면, 우리 교회는 마지막 시대, 가장 아름답게 쓰임받는 교회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제는 내 뜻대로, 내 생각대로, 내 철학대로 목회한다는 생각을 이미 버렸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다 자기 욕심이요 자기 의요 자기 자랑이요 자기 교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께서는 교만한 자는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고 하지 않았던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 될 뿐이다. 나 자신을 높이거나 자랑하기 위한 목회가 아니라, 주님이 기뻐하시는 목회를 해야 진정 그것이 주님의 목회가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전에 나를 위해 준비해 두신 무한한 축복들을 이제는 하나님께 드려 사용하시도록 기꺼이 내 드리리라.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은 다 나에게로 나온 것이 아님을 나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그것은 모두가 주님으로부터 왔으니 내 것은 하나도 없다. 내 것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주님의 것이 내게 부어져 내 것처럼 보이는 것일 뿐 순수하게 내 것은 하나도 없음을 나는 확실히 안다. 그러기에 주님의 전적인 도구가 되는 것을 나는 기뻐한다.
내 소원은 다만 한 가지다. 마지막 때에 주님께서 타고 가실 나귀새끼가 되어 드리는 것이다. 초림 예수님에게 한 나귀새끼가 드려졌다. 그 주인이 물었다. “왜 이 나귀새끼를 끌고 가려 하십니까?” 그러자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제자들은 말했다. “주님께서 쓰시겠답니다.” 그러자 그 나귀의 주인은 기꺼이 자신의 나귀새끼를 주님께 드렸다. 오늘 내가 그러한 종이 되길 바라며, 또한 우리 성도들도 마지막 때에 그러한 성도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실 지금의 시기는 파종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추수할 때인 것이다. 추수 때는 알곡과 쭉정이를 분리시키는 시기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지금 회개하여 알곡이 되지 않는다면 기회가 오지 않는 특별한 시기인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지금 이 시대를 마지막으로 준비할 시기로 우리에게 알려주시고, 어서 주께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지금은 하나님의 기다리는 사랑에 이제는 우리가 보답할 때다. 나를 위해 기꺼이 참아주시고 기다려주신 주님의 사랑에 반응할 때인 것이다. 이 시대 가운데 동탄에 세워진 동탄명성교회는 바로 그러한 교회가 될 것이다. 주님의 행정과 움직이심에 민감한 교회가 되어 주님의 손과 발이 되는 교회가 되는 것이다. “주여, 홀로 영광받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동탄명성교회 정병진목사